병원(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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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소동
2008.01.05 토요일 어제부터 나는 지독한 감기를 앓고 있다. 그것은 잔물결처럼 시작해서 폭풍우처럼 거세졌다. 처음엔 잦은 기침이 헥켁켁 계속되다가, 시간이 갈수록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열이 나는 것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코감기에 목이 심하게 부었다고 하시며 약을 처방해주셨다. 집에 와 약을 먹고 누웠는데도, 점점 열이 심해지면서 머리도 심하게 아파져 갔다. 열이 얼마나 끓어 올랐는지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고, 내가 만져서 손이 닿은 곳마다 불도장을 찍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나는 일어나 앉기도 힘들만큼 괴로웠지만, 이를 악물고 방안을 기어다니며 차가운 마룻바닥이나 소파 위에 몸을 문질러서 열을 식히려고 애썼다. 귀까지 먹먹하게 아파지자, 나는 덫에 걸린 호..
2008.01.05 -
2007.10.19 보석같은 급식
2007.10.19 금요일 급식 시간이 되자 갑자기 어제 병원에서 들은 의사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죽 외에 다른 음식은 가려 먹으세요." 그래서 그 사실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럼 죽이라도 싸온 것 있니?" 하셨다. 나는 "아니요." 하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급식을 받을 때에도 주춤주춤 나갔다가 예림이에게 사정을 말하고 다시 들어와 버렸다. 나는 급식 시간 내내 엎드리기도 하고 손바닥을 볼에 고이기도 하고 몸을 앞 뒤로 흔들거리면서 반 친구들이 급식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늘따라 내 눈에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음식이 아니라 금으로 보였다. 보석처럼 노란 옥수수 알이 박힌 쌀 밥, 구수한 생선 찌개, 불 타는 빨간 루비같은 떡볶이, 진주 목걸이처럼 얼키설키 엉켜..
2007.10.19 -
2007.09.03 주사
2007.09.03 월요일 나는 심하게 몸살이 나서 학교까지 빠지고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주사를 한 대 맞고 약을 처방 해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왠지 모르게 주사란 말에 뜨끔하였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었지만 몇 년만에 맞아보는 거라서 좀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와 함께 주사실로 들어갔다. 주사실 안에는 뚱뚱한 간호사 이모가 있었다. 간호사 이모는 "엉덩이에 맞을 것이니까 여기 엎드려 누워 주세요." 하셨다. 나는 부끄럽긴 하였지만 이모 말대로 주사실에 있던 작은 침대에 누워 엉덩이만 보이게 바지를 내렸다. 간호사 이모가 뾰족한 침이 달린 주사를 꺼내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모는 주사를 놓기 전에 엉덩이를 가볍게 톡톡 두들겼다. 그리고 주사 바늘을 내 오른쪽..
2007.09.03 -
2007.06.13 고통
2007.06.13 수요일 잠에서 깨어나니 머리가 얼얼하고 온 몸이 쑤셔대고 어지러웠다. 아직 새벽 5시였다. 나는 집 안을 기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엄마, 엄마 부르며 끙끙 앓았다. 내 머리는 불을 붙이려고 마구 비벼댄 나무가지처럼 뜨거웠다. 엄마는 눈을 뜨지 못한 채, "으음, 으음." 하면서 손만 휘저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가 밤새 물수건으로 내 머리를 찜질해 주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내 침대로 돌아와 앓아 누웠다. 누워 있으니 내 몸의 열 때문에 침대가 뜨거워지면서 내 몸도 녹는 것 같았다. 하품을 했더니 목 안이 못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이러다가 내가 죽는 건 아닐까 두려워졌다. 그러나 생각했다. '아니야, 지금 내 몸 속에서는 신체 방어 세포와 신체 파괴 균이 한바탕 전..
2007.06.13 -
2006.10.10 계단 뛰기
2006.10.10 화요일 나는 감기가 심하게 들었다. 아무리 해도 낫지 않아 확실히 완치를 할려고 집앞에 있는 큰 병원인 명지병원에 들렸다. 거기서 나는 천식일수도 있다는 소리를 듣고 검사를 해 보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특이한 방법이었다. 4층과 5층 계단을 쉬지 않고 6분 동안 뛰어 오르내리는 테스트였다. '허어어허' 하면서 숨가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올라갔다 하였는데 중간쯤 되는 계단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의사 선생님은 훌떡이는 내 가슴 위에 청진기를 얹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나는 내 심장이 약해 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병명은 운동 유발 천식이라고 나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기관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오래 걷기를 하라고 하셨다. 폐렴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지만,..
2006.10.10 -
2006.09.30 병문안
2006.09.30 토요일 선생님은 능곡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 능곡 병원은 우리집에서 가깝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병문안을 하였다. 선생님이 계신 입원실로 갔다. 문을 열었더니 불은 꺼져 있었고 텔레비젼이 켜저 있었다.엄마는 나보고 선생님 하고 불러 보라고 했다.나는 개미만한 목소리로 "선생님."하고 두세번 불러 보았다. 선생님은 천천히 일어나시면서 "상우 아냐?"하셨다.선생님께서는 생각보다 상태가 좋아 보였다.하지만 허리가 안좋아서 계속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선생님 침대 위로 올라가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 나누었다.선생님을 가까이서 보니까 선생님 얼굴에 나같은 어린이다움이 엿보였다.선생님은 쥬스도 주시고 빨리 나아서 학교에 가겠다고 약속도 하셨다. 어제밤에 걱정이 되어 잠도 못잤는데 이..
200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