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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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맞기
2010.03.27 토요일 오늘은 지난번에 병원에 들러서 목감기 때문에 타온 약을 다 먹었는데도, 별로 차도가 없어서 다시 한번 병원에 들렀다. 병원에 들어갔을 때 나는 목이 많이 붓고 열이 났다. 그래서 거의 기절한 듯이 축 늘어져서, 진료 의자에 앉아 선생님 지시대로 입만 벌렸다. 선생님께서는 내 상태를 보시고, "으음, 목이 아직도 많이 부어 있네요. 지난번에 주사를 놓아줄 걸 그랬어요!" 하셨다. 나는 죽은 듯이 있다가 주사라는 말을 듣고, 바늘에 찔릴 듯이 깜짝 놀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설마 주사 맞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손에서 땀이 났다. 하지만, 결국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오늘 주사 맞고 가십시오!" 하셨다. 나는 가슴이 덜..
2010.03.29 -
인생은 아름다워
2010.01.06 수요일 오랜만에 비디오를 빌려보았다. 라는 이탈리아 영화였다. 나는 영화 초반에는 주인공 귀도 아저씨가 하는 말이 너무 웃겨서 웃고, 귀도 아저씨의 기발한 재치와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웃겨서, 몸을 앞뒤로 흔들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그러나 갈수록 웃으면서도 가슴 속에 바람이 불고 딱딱한 응어리가 지면서, 나중엔 펑 터져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솟구쳐 흘렀다. 가족이란 것이, 인생이란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내 마음은 가족을 지키려는 귀도 아저씨의 입장이 되어 비장해졌다. "이건 꿈일 거야. 아침이 되면 네 엄마가 따뜻한 우유와 쿠키를 가져다주겠지. 우선 먹고 오래오래 사랑을 나눌 거야! 그녀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이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 귀도 ..
2010.01.08 -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
2009.10.03 토요일 나는 엄마, 아빠가 최근에 알고 친분을 갖게 되신 어떤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였다. 아빠, 엄마가 월요일 저녁마다 공부하는 학당에서 만난 할아버지인데,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었던 것이다. 그 할아버지 댁은 3단지였는데,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따뜻하고 편안한 인상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를 바로 맞아주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두 분만 사시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거실 벽과 책장 유리면에, 귀여운 아기들 사진과 가족사진이 수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 "권상우입니다!"하고 인사를 드리자, 학원을 몇 개나 다니느냐고 물으셔서, 안 다닌다고 했더니, "잘했네! 오랜만에 학생다운 학생을 보는구나!" 하..
2009.10.05 -
승부가 뭐길래!
2009.02.07 토요일 4교시에 국화 반과 축구 시합을 하였다. 안개 때문에, 오늘따라 운동장을 감싸는 공기가 음침하게 느껴졌다. 국화 반이 어떤 반인가! 유난히 운동을 좋아하는, 덩치 크고 기운 팔팔한 아이들이 몰려있기로 이름난 반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되자마자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격전이 펼쳐졌다. 나는 수비수로 뛰면서 비정한 눈빛의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국화 반 아이들에게 은근히 기가 죽었다. 하지만, 겁먹은 티 내지 않고 눈썹에 힘을 주고, 이를 앙 문 채 밀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는 곰이 아니다, 사자가 되어야 해, 공을 놓치지 말자!' 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안간힘을 썼는데, 전반전은 2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전이 들어서자, 우리 송화 반은 더 악착같이 달렸다. 특히, 준렬이, 성환이..
2009.02.09 -
눈싸움
2008.01.12 토요일 나는 아침부터 마음이 급했다. 어제 내린 눈이 그 사이에 녹아서 눈싸움도 못하고 눈사람도 못 만들면 어쩌나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자마자 공원으로 달려나갔는데, 눈이 다 풀밭으로 스며들어 아이스크림 녹은 것처럼 스믈스믈거렸다. 영우와 나는 울상이 되었다. 아빠가 "서오릉으로 가자! 서삼릉은 분명 사람들이 많을 테고, 서오릉은 아직 눈이 한창일 거야!" 하셨다. 과연 서오릉에 들어서니, 하얀 눈이 미끄러운 카페트처럼 펼쳐져 있고, 어떤 데는 발이 푹 빠지도록 깊었다. 우리는 눈이 더 많이 쌓여 있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눈을 굴려 몸통을 만들고, 영우가 머리를 얹어 붙이고, 주위에서 이것저것 재료를 찾아다가 꾸몄다. 내가 마른 솔잎 가지들..
2008.01.12 -
작은 별
2007.12.17 월요일 3교시 음악 시간이 되었다. 처음엔 라는 노래를 몇 번 합창한 다음, 서 미순 선생님께서 오늘은 을 하겠다고 하셨다. 그게 뭐냐면, 라는 교육 시스템으로 들어가서 선생님 아이디로 로그인하고, 을 클릭한다. 그러면 노래 제목이 쫘르르 나오는데, 선생님께서 클릭하시는 노래 전주를 들어보고, 그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부르면 된다. 대신에 한 번 불렀던 사람은 다음 노래 때 또 일어서도 되지만, 아직 안 부른 사람이 일어서면 양보해야 한다. 노래가 시작하자 처음엔 주로 승호와 가람이가 불렀고,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흥이 나면 몸을 들썩들썩 거리며 나만의 율동을 만들어 움직였다. 나도 불러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선뜻 내키질 않았다. 왜냐하면, 노래..
200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