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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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2008.03.04 화요일 4학년의 첫 아침이다. 나는 아주 당연한 일처럼, 다른 때보다도 훨씬 일찍 일어나, 아직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밥 달라고 졸랐다. 엄마가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밥을 준비하시는 동안, 나는 졸음기를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잤다 깼다를 반복하였다. 집을 나선 시간은 7시 30분, 날은 흐리고 우중충했다. 게다가 공원 입구는 시커먼 구름과 안개가 깔려있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거대한 용이 엎드려 있는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이 났다. 어제는 입었던 겨울 잠바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 그래서 오늘 얇은 잠바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이번엔 뼈가 으들들거릴 정도로 춥기만 했다. 나는 이게 학교 가는 길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공원 길엔 학교 ..
2008.03.05 -
2007.05.07 공개 수업
2007.05.07 요즘 들어 나는 일기를 뜸하게 썼다. 학교 끝나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피아노 학원으로 허둥지둥 달려갔다 와서 다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가, 운동장에서 공원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놀고 경험하고, 그렇게 해가 지면 집에 와서 엄마한테 혼이 나고, 에구, 피곤해서 에라 모르겠다 일기는 잊어버리고 잠들기 바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밥을 제 때 먹지 않은 것처럼 뭔가 부실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나의 일기장에게 사과의 뜻으로, 오늘 특기 적성 공개 수업 때 있었던 마법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 내 특기 적성 과목은 영어였는데 나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항상 수업 시간에 끙끙거리고 더듬거렸다. 그런데 오늘 공개 수업 때 신기하게 말문이 트였다. 선생님께서 "Can you r..
2007.05.07 -
2006.07.29 파업
2006.07.29 토요일 우리는 차 트렁크에 짐을 꾸역 꾸역 실어 놓고 안면도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우리도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어디서 부턴가 배가 고파오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배는 밥 달라고 꼬르륵 조르는데 피서가는 차들이 밀려 꼼짝도 안하는 것이다. 창 밖 보니 차들이 긴 기차처럼 이어져서 사고가 나서 한 발자국도 못 가는 것 같았다. 우리는 휴게소까지만 참아 보기로 했으나 나는 못 참고 엉엉 울었다. 서해 대교를 거북이처럼 지나 행담도 휴게소에 도착 했을때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웃음은 문 앞에서 뚝 그쳤다. 휴게소 곳곳에 빨간 파업 깃발이 꽃혀 있었다.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식당가 문에 붙어있는 글을 보곤 실망에 차서 화장실로 갔다. 나는 생각했다. 휴게소 사장이 직원들..
200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