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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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수업
2009.09.05 토요일 어제 기침을 많이 해서 수업에 빠졌기 때문에, 오늘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업 시작하기 바로 전, 나는 빨리 수업이 듣고 싶어 온몸이 떨렸다. 그동안 학교는 신종플루라는 녀석 때문에, 개학을 하고도 본격적인 수업을 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번 주만 잘 넘기면, 아마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희망하면서 읽기 책을 쓰다듬었다. 내 주위엔 나처럼 수업에 목이 말라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리는 애들도 보였지만, 수업이 그리 기다려지지 않는지 엎드려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틱톡~ 두드리고, 피곤한 듯 축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수업준비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 모두 읽기 책을 펴세요!"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오늘 첫 수업..
2009.09.08 -
물병을 높이 던져요!
2009.08.06 목요일 우리 가족은 해가 질 무렵, 집 근처 공원에 있는 넓은 풀밭을 산책했다.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햇빛이 오렌지 색깔로 강렬했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흘렀다. 영우랑 나는 맘대로 앞서 걷고 뛰고 하다가, 벌써 온몸이 땀 국물로 흠뻑 젖었다. 갑자기 "상우야, 이거 받아 봐~!" 하고 뒤에 떨어져서 걷던 아빠가, 갖고 있던 작은 생수병을 야구공 던지듯이 내게 던지셨다. 나는 그걸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병에 맞을까 봐, "우어어~!" 소리 지르며 도망쳤다. 물병은 맥없이 풀밭에 털썩~ 떨어졌다. 아빠는 이번엔 영우를 향해 물병을 던지려고 하셨다. 그런데 영우는 피하지 않고, 엉덩이를 뒤로 쏙 빼고 손을 내밀어 받을 자세를 취했다. 아빠는 영우와 똑바로 마주 보고 서서, 몸을 뒤로..
2009.08.11 -
여름 밤, 모깃불을 피워요!
2009.07.25 토요일 밤이 되자 텐트촌은 모기들이 나타나 시끄러웠다. 텐트촌 관리 아저씨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여기저기서 모깃불을 피우느라 바빠졌다. 나도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모기불 피우는 법을 익혔다. 텐트촌 가장자리에, 마른 소나무 잔가지가 짚더미처럼 수북이 쌓여 있는 데가 있다. 우리는 거기서 소나무 잔가지를 한 아름 주워들었다. 아빠는 우리 텐트 앞마당에 흙을, 꽃삽으로 싹싹 파서 둥근 구덩이를 만드셨다. 우리는 그 구덩이에 소나무 잔가지들을 넣었다. 그런 다음 아빠는 권총같이 생긴 화염 방사기의 끝을 잔가지에 겨냥하고 방아쇠를 딱~ 당겼다. 불은 한 번에 나오지 않고, 몇 번을 딱딱딱딱 하니까, 기다란 총 끝에서 시퍼런 불이 튀어나와 소나무 잔가지들을 감쌌다. 소나무 잔가지들에 불이 붙기 ..
2009.07.29 -
친구 설득시키기
2009.04.28 화요일 선생님께서 오는 5월 28일, 동두천 교육청에서 지정한 어떤 산에 올라가서, 식물이나 곤충을 관찰하고 그 자리에서 직접 보고서를 써내는 대회가 열릴 예정인데, 여기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지금 손을 들라고 하셨다. 나는 바로 손을 번쩍 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중간고사 시험 준비로 피곤해선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고, 하필 5월 28일 전날이 우리 학교 캠핑 야영하는 날이라 그나마 손을 들었던 두 세 명의 아이들도 다 손을 내렸다. 나는 난처해졌다. 왜냐하면, 2인 1조로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선생님께 꼭 참가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함께 할 친구를 다른 반에서 알아보겠다고 허락받았다. 난 같이 나갈 친구를 곰곰히 생각하다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선호가 딱 좋겠다고..
2009.05.01 -
기브스하던 날
2008.12.19 금요일 어제 힘찬이 교실에서 줄넘기를 하다가 다친 오른쪽 발목과 발등이, 저녁내내 심하게 부어올랐다. 나는 발을 높이 올리고 얼음찜질을 하면서, 고단하게 밤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아빠, 엄마와 병원에 올 수 있었다. 엄마가 병원 문을 열고, 아빠가 나를 업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빠가 접수를 하는 동안 대기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종합 병원 안에는 마침 다리 아픈 환자들의 모습이 유달리 눈에 잘 띄었다. 목발을 짚은 사람도 있고, 기브스를 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좀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긴장한 상태로 다시 아빠 등에 업혀 정형외과로 향했다. 나는 아빠의 등 위에서 의사선생님을 내려다보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였다. 의사 선생..
2008.12.21 -
결핵을 조심해!
2008.11.19 수요일 보건 수업 시간에 우리는 호흡기 질병에 대해 공부를 하였다. 1학기 말부터 매주 수요일 3교시에 하는 이 수업을 나는 기다린다. 비록 기초 의학 지식이지만, 사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학이 나의 마음을 뛰게 하고, 내가 마치 의사 수련생이 된 듯한 착각이 드니까! 모든 호흡기 질병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서 처음엔 잘 알아볼 수가 없지만, 풍진, 수두, 볼거리, 유행성 감기, 폐렴, 결핵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선생님께서 이를 컴퓨터로 보여주시고 설명해주시면, 우리는 열심히 그것을 또각또각 받아 적었다. 갑자기 선생님께서 결핵을 설명하실 때, 다른 질병을 설명하실 때랑 목소리가 좀 달라지셨다. 심각한 표정으로 "결핵은 이 질병 중에 가장 위험한 질병이야. 한번 걸리면 최소한..
2008.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