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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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는 지겨워!
2009.05.01 금요일 어제 중간고사가 끝났고, 오늘 작은 체육대회가 열렸다. 마지막 5학년 반 이어달리기 시합, 드디어 내가 출발선에 섰다. 나는 주먹을 으드드 쥐어보았지만, 반대로 다리는 힘이 풀렸다. 뒤따라 주먹을 푼 손도 핸드폰 진동처럼 부르르 떨렸다. 사실 난 아침에 달리기 시합 때문에 일어나기가 싫었다. 달리기를 안 할 순 없을까? 왜 꼭 달리기를 해야 하는 거지? 여차하면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새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지금 고개는 앞으로 향하고 오른손을 뒤로 뻗어, 애타게 우리 반 선수에 바톤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내 손에 하얀 바톤이 들어왔다. 나는 땅을 보고 다리를 한껏 벌리려고 애썼다. 그리고 두 손을 귀밑까지 번갈아 올려가며 속으로 '핫둘, 핫둘!' 뛰었다. 계속 뒤로..
2009.05.03 -
처음 넘은 철봉
2009.04.03 금요일 체육 시간에 우리는 보통 단계별로 운동을 시작한다. 1단계가 제일 낮은 철봉을 잡고 한 바퀴 도는 거다. 그다음엔 2단계 더 높은 철봉, 3단계 철봉, 그다음엔 높이 뛰기, 이런 순으로. 난 언제나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나처럼 통과 못한 몇명의 아이들과 벌칙으로 개구리 뜀질을 하면서 시작해야 했다. 오늘도 1단계 철봉 앞에서 나가질 못하고 쭈물거리는 5명 정도의 아이들과 나를 향해, 우리 반 계주 선수이자 체육부장인 성환이가 보다못해 달려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철봉 밑에 저벅 엎드리더니, "너희들 나 밟고 올라가!" 하는 것이었다. 마침 바로 내 차례였는데, 성환이가 운동은 잘하지만, 몸집은 나보다 가늘어서, 과연 나를 떠받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성환이에게..
2009.04.04 -
재미있는 블루 마블 게임
2009.02.10 화요일 석희가 먼저 주사위를 턱턱 던졌다. 그리고 우주선 모양의 플라스틱 말을 옮겼다. 그런데 우연히 황금 열쇠 칸이 걸렸다. 석희는 황금 열쇠 칸에 있는 카드를 한 장 뽑았다.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상금 10만 원을 가져가십시오!' 석희는 음흉하게 흐헤헤 웃으며 돈을 가져갔다. '큭~' 나는 석희가 잘되어 위협을 느낀 채, 침을 꿀떡 삼키며 주사위를 던졌다. 아쉽게도 황금 열쇠에 걸리지 않았다. '블루 마블' 게임은 원래 어느 정도의 돈(블루 마블 전용 지페)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우리는 조금 달리 돈 없이 시작하였다. 나는 블루 마블 보드 판 한 바퀴를 다 돌아, 월급 20만 원을 받으려고 계속 기를 썼지만, 석희는 황금 열쇠가 걸린 탓에 돈이 굴러들어왔다. 당..
2009.02.11 -
가루 녹이기
2007.11.12 월요일 나는 2교시 과학 시간에 있을 가루 녹이기 실험을 앞두고 책상 위에 내가 준비해 온 가루들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엄마가 조그만 비닐봉지마다 가루를 넣고 이름을 붙여 주셔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가루 학자가 된 기분으로 가루 봉지를 요리조리 주무르고 찔러 보았다. 소금과 설탕은 알갱이가 굵어서 유리 파편처럼 뾰족해 보였고, 베이킹 파우더는 둥실둥실해 보였고, 밀가루는 조금만 봉지를 건드려도 주르륵 금이 갔는데 소다는 아무리 건드리고 주물러도 갈라지지 않았다. 이 많은 가루들을 한 번씩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한데 섞어서 부글부글 마법의 약을 만들어도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참고 수업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 6모둠은 주로 소금을 많이 가져왔..
2007.11.12 -
2007.07.10 앞구르기
2007.07.10 화요일 6교시 체육 시간이다. 교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번호 순으로 5명 씩 나와 순서대로 앞구르기를 하였다. 그 전에 먼저 선생님께서 인터넷 동영상으로 앞구르기하는 동작을 보여 주셨다. 첫번째 팀은 모두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척척 잘 굴렀다. 그걸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두번째 팀인 우리가 떠들고 있는 사이, 어느 새 우석이가 훌떡 넘어버렸다. 그 다음 내 차례다. 나는 매트에 두 발을 딛고 엎드린 자세로 머리를 숙였는데, 선생님께서 "그게 아니야!" 하시면서 시범을 보이셨다. 그러면서 무릎을 땅에 대지 말고 곧게 세우라고 하셨다. 그러나 무릎을 세우면 머리를 땅에 닿도록 숙이기가 힘들어서 자꾸 오뚝이처럼 삐딱하게 쓰러지거나 앞으로 구..
2007.07.10 -
2007.03.05 사나운 바람
2007.03.05 월요일 학교 끝나고 교문을 나서자 바람이 아주 사나웁게 몰아닥쳤다. 학교 옆 나무들은 춤을 추듯 흔들렸고 옷자락이 팔락거렸다. 게다가 춥기까지 하였다. 내 두 볼은 꽁꽁 얼어있었다. 나는 덜덜덜 떨면서 집으로 갔다. 바람은 멈췄다 싶더니 더 큰 바람을 데리고 와서 더 세게 몰아쳤다. 나무가지는 흔들렸다. 나는 너무 얼어서 한발짝 가는 것도 힘들었다. 나는 제발 태양이 떠서 이 추위를 멎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러면서 하늘을 보니 놀랍게도 맑고 깨끗했다.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땅은 이토록 바람이 쌩쌩 불어 난리라니 뭔가 궁합이 맞지 않는 날씨다! 나는 지름길로 가보려고 공원 정자가 있는 잔디 광장으로 가로질러 갔는데, 바람은 더욱 심해 살을 찢을 것처럼 무섭게 불었다. 그 넓은..
2007.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