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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습 가는 날
2009.04.24 금요일 나는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학교에서 경기도 용인 민속촌으로 현장 학습을 가는 날이라, 아침 7시 20분까지 운동장에 모이기로 하였다. 얼마나 설레었는지 가방과 돗자리를 메고 집을 나설 땐, 세상 속으로 빨려드는 것처럼 짜릿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처럼 '아, 정말 멋진 체험이구나!'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아쉬운 점 1. 현장 학습을 갈 때, 버스 안은 내가 너무 큰 건지, 버스 좌석이 작은 건 지, 2시간가량 묶여 있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습기가 많아 꿉꿉하고,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완전히 해적선 안에서 포로로 잡혀 있는 기분이었다. 창밖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면, 척박한 공사현장과, 우중충한 구름이 습기 가득한 빨래같이 ..
2009.04.27 -
전교 회장 선거
2009.03.13 금요일 선생님은 얼마 전에 교실에 새로 들어온 TV를 자랑스럽게 켜셨다. 그리고 전교 회장 선거가 열리는 우리 학교 강당이 나오는 화면에 채널을 맞추시고, 회장, 부회장 후보의 연설을 들으라고 하셨다. 5, 6학년 중 자원한 열 몇 명 되는 후보들의 연설을, 하나하나 방송으로 들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설을 들으며 무엇보다 화면에 비추는 후보들의 눈빛을 자세히 관찰했다. 나는 눈빛을 통해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어떻게 눈빛을 통해 아느냐고? 그 기준은 간단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삶에 대한 의지와 목표가 있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은 눈에서 푸른 빛이 나온다. 아니, 눈빛에서 푸른 희망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눈빛은, 나이가 아주 많은 할아버..
2009.03.14 -
암에 걸린 할머니
2008.10.05 일요일 며칠 전부터 나는 우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대구에 입원해 누워 계신 할머니를 만나러 가셨기 때문이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아직 남은 감기 기운이 할머니께 좋지 않을까 봐 참고 다음번에 찾아뵙기로 하였다. 할머니가 암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는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했다. 그리고 '분명 이건 꿈속에서 들은 소식일 거야. 이 꿈이 깨면 나는 침대에 누워 있을 거고, 학교에 가야 할 거야, 그러면서 나는 휴~ 내가 악몽을 꾸었구나! 하고 안심할 거야!'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꿈이 아니었다. 나는 3년 전 외할아버지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가슴이 무너지듯 놀랐다. 다행히 외할아버지는 고비를 넘기셨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 지금은 많이 ..
2008.10.07 -
파란 하늘
2008.07.09 수요일 요즘 들어 나는 파란 하늘이 그리웠다. 매일 같이 날씨는 죽을 만치 더운데, 두껍고 무거운 구름이 뿌옇게 하늘을 꽉 막고 있어서, 학교 오고 가는 길이 괴로웠고 가슴까지 타들어가듯 답답했다. 오늘 아침 교실 앞, 복도 창문에서 바깥을 내다보았을 때, 깃털 구름 사이로 가슴이 확 풀리듯 파란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는 오랫동안 창문에 기대어, 볼수록 시원한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내 마음도 새가 되어 하늘을 가르며 마음껏 날다가, 깃털 구름에 매달려 더 먼 하늘까지 날아갔다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때보다 훨씬 상쾌해진 마음으로 1교시 말하기.듣기.쓰기 수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런 시를 배웠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200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