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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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에서 잠들기는 어려워!
2010.12.03 금요일 어제 난 처음으로 외박하였다. 기말고사도 끝났으니 우리 반 지호네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안된다고 그러셨고 아빠는 된다고 그러셨다. 내가 지호네 집에서 잔다고 하니까 은철이도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서, 우리는 셋이 같이 자게 되어 뛸 듯이 기뻤다. 지호와 은철이는 학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한정거장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산다. 지호네 집에서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영화를 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지호집의 수많은 카드를 모아서 카드 게임을 하고, 지호네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저녁을 먹는 시간은 꼭 빠르게 흐르는 강물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어느새 창밖이 진한 블랙커피 색깔처럼 어두워지고, 우리는 마루에 깔린 이부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2010.12.04 -
은행에서 동전 바꾸기
2010.08.03 화요일 이삿짐을 싸느라 내 방 정리를 하다가, 낡은 돼지 저금통 하나를 발견했다. 미술 보관함에 묻어두었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이 돼지 저금통은, 낡아서 금이 쩍쩍 가있는 부분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저금통 안에는 밑바닥을 묵직하게 채우는 돈이 있었다. 동전을 흔드니 쐐아쐐아~! 소리가 났다. 나와 영우는 저금통을 흔들어서, 동전 넣는 구멍으로 동전을 빼내었다. 동전은 잘 나오지도 않고 생각보다 양도 훨씬 많았다. 동전은 정말 양이 줄지 않는 것처럼, 계속 찔렁찔렁~ 침대 바닥에 쏟아졌다. 나와 영우는 돈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놀라서 눈알이 빠질 것처럼 동그래지고, 입이 동굴처럼 쩍 벌어졌다. 동전은 계속 쏟아지더니 결국에는 저금통 바닥을 들어내고, 내 침대 위에 기분 좋게 ..
2010.08.04 -
이름 없는 삼계탕 집
2010.07.25 일요일 오늘은 8월에 이사할 할머니 댁에 겨울옷을 정리하러 갔다. 옷걸이를 설치하고, 그 많은 옷을 걸어놓는 일은 가족이 도와가며 하니, 착착 진행되어 빨리 끝났다. 일이 끝나고 할머니께서는 더운 날씨에 우리 몸보신 하라고, 유명한 삼계탕을 사주신다고 하였다. 토속촌은 할머니 댁에서 몇 골목만 돌아가면 나오는 곳인데, 작년 이맘때도 사주셔서 그 맛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맛에 이끌려 수많은 사람이 멀리서도 찾아온다. 먹는 데는 아주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맛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그렇지 않아도 삼계탕 노래를 불렀던 나와 영우는, 골목길을 힘차게 폴짝폴짝 앞서서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골목이 나왔다. 그 골목에..
2010.07.27 -
친구 집에서 먹은 치즈 떡볶이
2010.07.10 금요일 오늘 친구들과 영우와 오후 내내 축구를 하였다. 우리는 지치고 힘들고 목말라서 각자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재호가 "야, 우리 집에 가서 좀 쉬자!" 하였다. 마침 재호는 우리 집 바로 옆라인 1층에 살고 있어서 가까운 거리였다. 영우랑 나랑 재호는, 더운 날씨에 땀에 옷이 쩔어붙은 상태로 싸움이라도 한바탕 한 것처럼 절뚝거리며, 서로 부축을 하고 재호네로 들어갔다. 그러나 곧 나는 재호 엄마 앞에서 "안녕하세요?" 하고, 90도로 인사를 하며 공손한 아이로 돌변했다. 그러니 영우도 따라서 "안녕하세요?" 하며 카랑카랑하고 예쁘게 인사하였다. 재호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배고플 테니까 떡볶이를 만들어준다고 하셨다. "저, 저는 괜찮은데...", "아니야, 상우와 영우도..
2010.07.12 -
밥을 지어요! - 상우의 야영일기 2탄
2009.05.27 수요일 "아우, 야아~!" 우리 모둠 친구들은 소리를 질렀다. 낮 동안 고된 극기 훈련을 마치고, 태어나서 처음 우리 손으로 저녁밥을 지어먹을 시간이 왔는데, 내가 그만 깜박하고 밥 지을 냄비를 안 가져온 것이다. 우리 모둠은 각자 분담해서 밥지을 준비물을 가져오기로 했었는데, 아침에 들떠서 엄마 옆에서 쌈채소하고 김치를 챙기며 떠들다가, 프라이팬만 가져오고, 냄비를 빠트리고 나왔으니 이제 어떡한다? 나는 울상이 되어 미안해 미안해거렸지만, 모두 배가 고파서 곧 어떻게 밥을 지어먹을지 상의에 돌입했다. 프라이팬에 밥을 지어먹자! 다른 조에서 꿔다 먹자!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자!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다른 반 선생님께서 지나가다 아이디어를 주셨다...
2009.06.02 -
재미있는 블루 마블 게임
2009.02.10 화요일 석희가 먼저 주사위를 턱턱 던졌다. 그리고 우주선 모양의 플라스틱 말을 옮겼다. 그런데 우연히 황금 열쇠 칸이 걸렸다. 석희는 황금 열쇠 칸에 있는 카드를 한 장 뽑았다.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상금 10만 원을 가져가십시오!' 석희는 음흉하게 흐헤헤 웃으며 돈을 가져갔다. '큭~' 나는 석희가 잘되어 위협을 느낀 채, 침을 꿀떡 삼키며 주사위를 던졌다. 아쉽게도 황금 열쇠에 걸리지 않았다. '블루 마블' 게임은 원래 어느 정도의 돈(블루 마블 전용 지페)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우리는 조금 달리 돈 없이 시작하였다. 나는 블루 마블 보드 판 한 바퀴를 다 돌아, 월급 20만 원을 받으려고 계속 기를 썼지만, 석희는 황금 열쇠가 걸린 탓에 돈이 굴러들어왔다. 당..
200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