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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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떨어진 영화, 변호인
2013.12.23 월요일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내가 초등학생이라 어려서 그분을 잘 몰랐다. 그저 어른들 대화를 통해 흘려 들은, 너무나 인간적인, 소탈한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아, 그리고 그분은 어른들 술자리에서 욕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그때 태어나서 아빠가 서럽게 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아기 때 내가 폐렴에 걸려 응급실에서 죽었다 살아났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아빠가, 두루마리 휴지 한통을 다 쓸 정도로 슬퍼했던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나는 그 죽음의 이유가 너무 어이없음에 분노했고, 한나라의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되었다. 서민 출신이고,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했던 민..
2013.12.24 -
썩어 문드러진 4대강!
2013.10.25 금요일 강이 녹색이었다. 초록색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거무죽죽하고 눅눅한 초록색이 기분 나빴다. 굽이굽이 질척하게 흐르는 게 강물인지, 푹 데쳐서 흐느적거리는 시금치인지 모르겠다. 토할 것 같다. 초록색의 걸쭉한 물로 바뀐 강물 때문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집에 있는 정수기 물을 더 마실 수가 없고, 물고기는 떼죽음 당했고, 어부의 얼굴도 까맣게 죽었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물이 흐르지 않아 강이 죽었다고 수심에 찬 표정으로 말했고, 농민들은 강물이 높아져 땅에서부터 물이 차 올라, 진흙탕 밭이 되어버린 밭을 보며 울고 있다. "유럽에서는 우주의 시작을 알아보는 실험을 계획하고 성공시켜서 노벨상을 받는데 7조 원을 썼고, 우리나라에서는 동영상으로 보시는 것처럼 강을 파괴하..
2013.10.26 -
박주영 아저씨, 괜찮아요!
2010.06.18 금요일 오늘 아침은, 등교길에서부터 온통 월드컵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난 번 우리나라가 그리스 전에서 이겼을 때처럼, 승리의 기쁨에 취해서 신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 진짜! 어제, 진짜 빡치더라!", "그러 게, 선취골이 중요하다고 했잖아! 박주영, 팀에서 빼 버려! 자책골이나 넣고!" 아이들은 하나같이 국가대표 축구 선수나 되는 듯이, 인상을 쓰며 짜증난다는 투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패배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한결같이 "야, 어제 월드컵에서 박주영이...", "차라리 게 빼고, 우리 반 인환이나 우형이를 넣는게 더 낫겠다!" 하는 소리로 입을 모았다. 게다가 한술 더 떠, 광석이는 "드디어 우리의 대표 공격수 박주영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드컵 첫..
2010.06.19 -
하늘의 눈물
2010.05.24 월요일 지금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엊그제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아직도 하늘을 깜깜하게 덮어버리고 있다. 꼭 1년 전 돌아가신 그분을 애도하듯이 말이다. 어린 손녀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반항이라도 하듯, 개구쟁이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하게 웃어주고, 나이 어린 학생에게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인사하셨던 그분! 그분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며, 온 국민이 오늘 내리는 비처럼 펑펑 울었던 날이 바로 1년 전이다. 그날, 세상에 지진이 난 것처럼 충격적인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던 그날! 내가 처음으로 아빠의 눈물을 보았던 날이었다. 아! 사실 나는 그분이 대통령이었을 땐, 너무 꼬맹이였다. 그래서 그냥 인상 좋은 대통령 아저씨로만 생각했었다. 내가..
2010.05.26 -
헌법재판소 판결처럼 우울한 날씨
2009.10 31 토요일 점심을 먹고 축농증 치료를 받으러 상가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어제까지 아파트 단지마다 붉고 노란 나뭇잎이 땅바닥에 가득 뒹굴었고, 나뭇가지에도 빨간색 등불을 켜놓은 것처럼 예뻤는데, 오늘은 다르다.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그동안 가을을 지켰던 풍성한 나뭇잎을 한 잎도 남기지 않고 모두 떨어내버렸다. 그래서 나뭇가지들은 바짝 말라서 쪼글쪼글해진 할머니 손처럼, 또는 X레이에 찍은 해골의 손뼈처럼 가늘가늘 앙상하다. 내가 조금만 건드려도 톡 부러질 것 같다.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주었던, 가을의 빨간 축제가 매일 열리던 길목은 이제 끝났다. 내가 걷는 길은, 차가운 비가 투툴투툴 내리는 추억 속의 쓸쓸한 길이 돼버리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산 속에서 햇빛을 못 받아 어..
2009.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