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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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하는 날
2011.03.05 토요일 오늘은 내가 기대하던 우리 학교 대청소 날이다. 입학식 날, 내가 본 교실은 60년 동안 한 번도 청소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더러웠기에, 나는 이날을 벼르고 별렀다. 원래는 어제 대청소를 하기로 해서 청소에 필요한 준비물을 다 챙겨왔었는데, 사물함에 넣어놓고 오늘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각 학급 별로만 청소한다고 하고, 다음 주로 또 대청소가 미루어졌다. 하여튼 나는 오늘만큼은 1년 동안 내가 쓸 교실이니, 정말 열심히 쓸고 닦으리라! 마음먹었다. 청소를 마친 후, 반짝반짝 햇빛을 받아 윤이 날 교실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하지만, 1, 2교시에는 임원 선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3, 4교시에는 계속 봉사활동에 대한 동영상만을 보았고, 어느새 학교는 끝날 시간..
2011.03.08 -
친구 집에서 옷 말리기
2010.02.22 월요일 "아, 이게 뭐야? 다 젖었잖아!", "아,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이런!" 석희와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307동 문앞, 계단에 앉아서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집에서 가져온 축구공으로 놀다가, 그만 서로서로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친 것이다. 장난을 친 뒤 우리는 온통 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장난치는 걸 바라보던 영우는, 고개를 저으며 골치 아프다는 듯이 눈을 감고 "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눈이 슬슬 녹아서, 단지 전체가 조금이라도 움푹 팬 곳에는 물로 가득 채워지고, 맨땅에도 물구덩이가 여러 곳이 생겼다. 그 속에서 우리는 철벅 철벅 공을 발로 차고 놀았으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내 바지는 물에 젖어 무거워졌고, 양말도 축축해지고 신발 안에까..
2010.02.25 -
책상에게 미안해!
2009.07.08 수요일 난 오늘 엄마에게 딱 걸렸다. 그동안 내 방을 청소하지 않고, 기말고사가 끝나면 정리하겠다고 얼렁뚱땅 미루어오다가, 결국 엄마를 폭발하게 한 것이다. 엄마는 쓰레기가 쌓여 날파리가 맴도는 내 책상을 부숴버릴 듯한 기세로 화를 내셨다. 나는 한바탕 혼이 난 다음, 묵묵히 내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 책상을 한참 바라보다가, 흐음~하고 한숨을 쉬었다. 햇빛을 받지 못한 낡은 성 안에, 난쟁이들이 마구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계단처럼, 책, 공책, 교과서, 종이 쪼가리, 휴지들이 겹쳐서 층층이 쌓여 있었고, 책더미 사이로 생긴 구멍에선 금방이라도 생쥐들이 들락날락할 것 같이 지저분했다. 나는 허리를 조금 굽혀서 책상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는 월요일마다 집앞에 재활용품..
2009.07.09 -
춤을 추며 청소를!
2008.05.21 수요일 수업이 끝나고, 며칠 동안 벌칙을 받은 친구들이 모여 어학실 청소를 하였다. 나는 사회 숙제를 실수로 엉뚱하게 다른 것을 해간 데 대한 벌칙으로 청소 팀에 끼었다. 마침 내일은 우리 학교와 형제 학교를 맺은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어떤 어른들이 어학실을 방문하는 날이기도 하다. 몇몇 친구들이 걸레를 빨아오는 동안, 나는 남은 친구들과 함께 교실 바닥을 비로 쓸었다. 한 친구가 "야, 여기 왜 이렇게 더럽냐? 우리 오늘 청소 좀 깨끗이 해야 되겠다!" 하고 말하자마자 모두 힘을 내어 구석구석 열심히 쓸었더니, "쓰삭, 쓰으으삭~" 하는 비질 소리가 어학실 안을 바람 소리처럼 가득 메웠다. 그런데 어학실 마룻바닥이 무슨 검은색 물감을 한바탕 뿌려놓은 듯이 군데군데 더러워서 아무리 ..
2008.05.23 -
서러운 감기
2008.03.26 수요일 3교시 수업을 앞두고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갑자기 머리가 쑤시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아침에 먹었던 주먹밥 냄새가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나는 속으로 '이제 소화가 되나 보네!'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교실 앞 복도에서 순간적으로 몸이 앞으로 수그려지면서, 입에서 하얀색 액체가 액! 하고 쏟아져 나왔다. 그러더니 그것은 복도 바닥에 떨어져 눈사태처럼 쌓였다. 나는 놀라 '어마,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며 뒤로 물러났는데, 지나가던 아이들이 똥 싼 괴물을 본 것 마냥 "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고, 어떤 아이는 코를 막고 "아이, 더러워!" 하며 나를 피해 갔다. 나는 진땀이 나면서 목이 찔리듯 따끔따끔 아파졌지만, 더 괴로웠던 것은 아이들이 나를 못 견디게 더러운 눈으로 바라..
200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