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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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블루 마블 게임
2009.02.10 화요일 석희가 먼저 주사위를 턱턱 던졌다. 그리고 우주선 모양의 플라스틱 말을 옮겼다. 그런데 우연히 황금 열쇠 칸이 걸렸다. 석희는 황금 열쇠 칸에 있는 카드를 한 장 뽑았다.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상금 10만 원을 가져가십시오!' 석희는 음흉하게 흐헤헤 웃으며 돈을 가져갔다. '큭~' 나는 석희가 잘되어 위협을 느낀 채, 침을 꿀떡 삼키며 주사위를 던졌다. 아쉽게도 황금 열쇠에 걸리지 않았다. '블루 마블' 게임은 원래 어느 정도의 돈(블루 마블 전용 지페)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우리는 조금 달리 돈 없이 시작하였다. 나는 블루 마블 보드 판 한 바퀴를 다 돌아, 월급 20만 원을 받으려고 계속 기를 썼지만, 석희는 황금 열쇠가 걸린 탓에 돈이 굴러들어왔다. 당..
2009.02.11 -
결핵을 조심해!
2008.11.19 수요일 보건 수업 시간에 우리는 호흡기 질병에 대해 공부를 하였다. 1학기 말부터 매주 수요일 3교시에 하는 이 수업을 나는 기다린다. 비록 기초 의학 지식이지만, 사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학이 나의 마음을 뛰게 하고, 내가 마치 의사 수련생이 된 듯한 착각이 드니까! 모든 호흡기 질병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서 처음엔 잘 알아볼 수가 없지만, 풍진, 수두, 볼거리, 유행성 감기, 폐렴, 결핵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선생님께서 이를 컴퓨터로 보여주시고 설명해주시면, 우리는 열심히 그것을 또각또각 받아 적었다. 갑자기 선생님께서 결핵을 설명하실 때, 다른 질병을 설명하실 때랑 목소리가 좀 달라지셨다. 심각한 표정으로 "결핵은 이 질병 중에 가장 위험한 질병이야. 한번 걸리면 최소한..
2008.11.21 -
교실에 찾아온 숭어
2008.10.01 수요일 나는 어제 감기가 심해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쌀쌀한 아침, 쿨룩쿨룩 기침이 터질 때마다, 물병에 담아온 보리차를 마셔가며 걸었다. 우리 반 교실로 향하는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서 리코더 합주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건 우리 반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상하다! 오늘은 리코더 가져오는 날이 아닌데?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전부 리코더로 슈베르트의 '숭어'를 불고 있었고, 선생님께서 우드블록으로 딱딱 박자를 맞춰주고 계셨다. 내가 어리둥절해하니까 우리 모둠 아이들이 "오늘 지금까지 우리가 연습한 숭어, 촬영하는 사람들이 와서 찍는 날이야!" 하였다. 우리 반은 지난 4개월 동안 음악 시간과 쉬는 시간, 짬짬이 '숭어'를 리코더로 연습해왔다. 학교 예능 행사로 연습해왔는데, ..
2008.10.02 -
살맛 나는 거리
2008.01.07 월요일 며칠 동안 지겨운 감기를 앓으며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피아노 학원에 가려고 오랜만에 공원 길을 나섰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공기가 다르게 느껴져 살맛이 났다. 겨울 나무들이 빼빼 마른 가지들을 달고 잎도 없이 쭉 늘어서 있었지만, 그 위로 안개가 틈틈이 내려앉아 그 어느 때보다 꿈에 젖어 보였다. 새들도 가끔 날아와 깍깍 울었다. 나는 에 나오는 주인공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첫 번째 모험을 겪었던 곳인 꿈의 나라가 바로 여기 아닌가! 하는 생각에 푹 빠져있다가, 사람들이 덜컹덜컹 약수물통 끄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수터에는 물을 마시는 사람, 물통을 씻는 사람, 물 받으러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도 그 틈에 끼어 서 있다가, 내 차례가 되자..
2008.01.08 -
2007.10.13 워터피아에서 미아 되기
2007.10.13 토요일 부천 는 크게 유수풀과 파도풀로 나뉘었다. 들어서자마자 한 가운데에 말 그대로 파도처럼 물결치는 파도풀이 거대한 해변처럼 넘실넘실 펼쳐져 있었고, 파도풀 양 옆으로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온 것처럼 유수풀이 이어져 있었다. 파도풀을 보자마자 영우와 나는 준비 체조도 잊은 채, 자석에 끌려가듯 파도풀 속으로 텀벙 뛰어들었다. 나는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다가 내친 김에 유수풀을 따라 한 바퀴 돌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튜브를 끼고 철퍼덕 철퍼덕 정신없이 헤엄쳐 가는데, 뒤에서 엄마와 영우가 "상우야! 같이 가! 너만 혼자 가면 어떡해?", "형아! 나랑 같이 가!" 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엄마는 나에게 영우를 맡기고 먼저 한 바퀴 돌고 있으라고 하고는 아빠에게로 가셨다. 그래서 영우와..
2007.10.13 -
2007.10.12 반지의 제왕
2007.10.12 금요일 중간 고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도 나는 기침을 쿨럭쿨럭거리며 휘어진 갈대처럼 고개를 숙이고 힘 없이 걸어왔다. 그 동안 떨어질 줄 모르는 감기와 시험 공부에 한없이 지친 나는 이제 노인이 된 기분으로 우리 집 벨을 눌렀다. 엄마가 "네 책상에 무엇이 있나 보렴!" 하셨을 때도 나는 시험이 끝났다고 책을 사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쪽지 한 장과 작은 검정색 복 주머니처럼 생긴 것이었다. '상우님, 블로그 대마왕이 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대마왕이 되신 기념으로 반지를 드리겠습니다!' 라는 글을 읽기가 무섭게 나는 반지를 꺼내 보았다. 왕관 모양의 은빛 반지였는데 내가 원했던 금색은 아니었지만, 손가락에 끼고 높이 처들었더니 반지가..
200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