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 위에 봉사활동

2013. 6. 28. 01:44일기

<산꼭대기 위에 봉사활동>

2013.06.27 목요일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다리에서 후루룩~ 힘이 빠져나가고, 온몸과 머리에서는 '힘들다, 힘들어!' 하는 말만 맴도는데, 내 발은 기계적으로 한걸음 한걸음 산 정상을 향해 내딛는다. 오늘 우리 학교가 봉사활동을 하러 인왕산 꼭대기를 향해 행군하는 중이다.


머리 위 뙤약볕은 내 몸을 녹여버릴 듯이 이글거리고 있다. 몸에서는 뜨거운 물에서 막 빼낸 빨래를 쫙~하고 짜는 것처럼 땀이 샘솟는다. 몸은 땀 범벅이 되어 미끄적흐느적거리면서 한걸음 내딛는 것도 힘겨울 정도로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


'이게 뭔 봉사활동이야?'하는 아이들의 불평 소리가 산을 메운다. 나는 처음엔 안간힘을 써서 선두에 나섰는데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어느새 같이 산을 오르던 아이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고, 애써 따라잡으려고 더욱 온몸에 힘을 주어 속도를 내봤지만, 더욱 지치기만 하고 아이들은 이제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기온이 30도가 넘는다고 하는데, 산에서 느끼는 온도는 100도다! 심장이 속도를 막 올린 자동차 엔진처럼 강하게 뛰고, 걸으면 걸을수록 심장이 펌프질을 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그러다가 부북~ 부북~! 몸이 북 같고 심장이 북을 치는 채 같이 느껴진다. 심장 박동 때문에 몸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나는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 걸었다. 나중에 손을 뗐는데도 계속 박동이 온몸을 통해 전달되고 귀에까지 울린다.


얼굴을 똑바로 들고 걸으면, 태양빛에 새까맣게 타버릴 것 같아서 계속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태양은 그야말로 모든 걸 다 익혀버릴 듯, 치이익~ 쉴 새 없이 강렬한 빛을 쏘아댔다. 팔이 발갛게 익었다. 마침 평평한 언덕이 나와 거기 대자로 누워버렸다. 나는 가만히 누워서 심장 박동이 온몸을 통해 울리는 소리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눈을 감고 가만히 바람을 맞으니, 강하게 뛰던 내 심장 박동 소리는 서서히 사라져 갔고, 몸에서 물을 머금은 스펀지마냥 물이 새어나왔던 것도 조금씩 멎었다. 바람은 조용하게 서서히 내 땀구멍을 막아주었다.


나는 연신내에서 우리집 종로까지 차비를 아끼려고 걸어온 경험이 있다. 그러나 오늘 인왕산 등반은 폭염에 가는 길이 가팔라서 더 멀고 힘들게 느껴진다. 더 누워서 쉬고 싶었지만, 이러다가는 여기 누워 토끼처럼 잠들지도 몰라, 정상에 가서 출석체크를 해야 봉사활동 점수를 받기 때문에 나는 다시 일어나서 산길을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내딛었다. 그래, 이번엔 요양왔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올라가자. 정상은 시원할 거야!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올라갔는데 정상이 보였다.


먼저 도착한 아이들의 표정이 지쳐있고 죽은 것처럼 팍 삭아있었다. 정상은 바람 한 점 없고 나무그늘도 없고 돌 바위였다. 말려죽일 듯한 태양빛으로 뜨겁게 달군 바위! 우리는 바위로 만들어진 후라이팬 위에서 달궈진 음식이 되어 대부분 쓰러졌다. 담임 선생님 얼굴을 보고 싶다. 어떤 친구들은 웃통을 다벗고 드러누웠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산 꼭대기에 세워진 성벽 틈 사이로 매달리듯이 얼굴을 박고 있었다. 나도 자리잡아 얼굴을 쑤셔박았다. 바람은 오로지 거기로만 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모난 구멍 안에 바람이 모아진 곳을 그나마 시원하게 느꼈고, 그래도 내가 살아있구나 생각했다.



(위 사진자료는 http://blog.daum.net/mayainca/8860382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