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읽었습니다!

2010. 4. 25. 15:40독서

<'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읽었습니다!>
2010.04.24 토요일

나는 얼마 전 태터앤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이책은 독일에 사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무터킨더'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의 내용을 하나로 묶은 책인데, 독일의 교육 방식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제목부터가 내 마음을 확 끌었다.

하필 요즘이 중간고사 기간이라, 책을 좀 쫓기면서 시간 나는대로 짬짬이 보았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면 다시 오랫동안 마구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 숨은 보물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흥미롭고 갈수록 더 읽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니 눈이 번쩍 뛰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꼴찌'라 하면, 수업은 잘 따라가지 못하고 평균 점수를 한참 이탈한데다, 수업태도가 게으르고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는 그런 부류의 학생을 말한다. 그런 학생들은 아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찐따, 바보" 등의 욕을 먹기도 하며, 선생님께도 골칫거리다. 꼴찌를 하면 그의 인생이 어두울 것 같은 이미지가 꽉 박혀있고, 공포심 때문인지 한번 꼴찌를 하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성적이 안 좋아도 여러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고, 성적이 좋은 아이들보다는 못하는 중하위권 아이들을 중점적으로 가르쳐서, 오히려 꼴찌가 되어도 별 걱정 없이 헤쳐나갈 수 있는 틀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한장 한장 읽으면서 정말이지 '이런 나라가 있나?' 하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독일에서는 예습하는 것을 금기시한다는 점이다.

나도 지금까지 복습 위주로 공부하고, 선행학습, 예습은 해본 적이 없는데, 독일에서 예습을 해오는 것은, 반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고, 선생님을 무시하는 행위로 간주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습은 되도록 하지 못하게 하면서, 예습을 해오는 우등생들은 발표도 잘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성적이 좋거나,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남보다 우월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성적이 안 좋거나 대학을 나오지 못해도 마이스터 제도나 다른 여러 가지 경로가 마련되어 있어 삶에 지장이 없다고 한다.

독일은 대부분의 중하위권 아이들을 배려하고, 성적이 좋지 않아도 인간답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이미지인데, 우리나라는 상위권 몇 퍼센트만 좋은 삶을 누리고, 나머지는 그저 그렇게 혹은 일에 혹사당하면서 사는 전쟁터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쩜 우리 교실의 풍경과 독일 교실의 풍경은 이렇게 다를 수가! 하긴 초등학교 1학년 입학했을 때, 아이들은 한글과 구구단을 다 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지금 6학년이 되니 아직 잘 배우지 않은 내용에 대한 문제가 종종 나오는데, 그때마다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만 손을 들어 대답을 꼬박꼬박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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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교육방법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책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은 문제를 변별력 때문에 낸다고 한다. 나같이 예습 한 번 안 하고, 사교육 받지 못하는 아이는 불안함에 떨어야 할 문제다. 그런 식으로 하면 공부 못하는 아이는 관심을 덜 받고 주눅이 들고, 반면에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꾸준히 한 아이들은 뭐, 잘 나갈 것이다. 그러나 성적으로 가늠하는 인생이 행복할까? 우리 모두 그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미래를 위해 달리느라 인생의 묘미를 느끼지 못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게 아닌가 싶다.

아직 내가 미래를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대충 우리나라의 교육 목표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업을 찾는 것인데, 이것에 실패하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어려운 사회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시간에 역사를 배울 때, 좋은 점이나 잘한 점을 포인트로 삼아 교육하는데, 독일에서는 반대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히틀러의 악행과 그가 일으킨 유대인 학살, 2차 세계대전 등을 비판하는 역사를 배우면서 자란다. 나라의 좋은 점도 알아야 하겠지만, 그 때문에 안 좋아진 점도 솔직하게 인정할 줄 알고 반성하며 배우는 모습이, 참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며 감동적이었다.

또, 도덕 시간에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참고, 미래의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큰 성공을 이루어낸다 하더라도, 성공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의 젊음이, 과연 큰 성공만 한 가치가 있을까? 시간은 아무리 큰 성공을 하여도 되돌릴 수도, 살 수도 없는 데 말이다. 이 책에서 45년 교육경력의 스테판 선생님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소할 수 없다면, 차라리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신다.

지금까지 나는 학교에 적응을 잘해왔었다. 사실 학교 없는 삶을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학교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들어오기 전엔 학교에 들어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학교생활은 내 인생에 가장 이상적인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막상 학교를 들어와 보니 뜻하지 않게 왕따 문제로 시달리긴 했지만, 나는 한결같이 나를 이해해주시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열심히 배우고 학구열을 불태웠다. 그리고 이제 한번 밖에 남지 않은 금쪽같은 초등학교 6학년을 보낼 무렵, 나는 이 책을 접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학교생활을 비교적 잘했기에 모르고 넘어갔던, 또 막연하게 알면서도 실감을 못했던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의 실상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또한, 이책을 읽고 나니 독일의 현실 같지 않은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한숨이 나고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며 행복했다. 그럼 독일에 이민을 가? 아니다. 나는 독일어를 할 줄 모른다. 그리고 나도 독일처럼 학교는 누구나 재밌게 공부하면서 꿈을 일굴 줄 아는 행복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sky대를 목표로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아무리 척박해도, 나는 내 친구가 나보다 높은 점수를 받거나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서 배가 아플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친구를 경쟁의 상대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성적보다는 세상일에 관심을 많이 둘 것이고, 오히려 행복하게 사는 데 전력할 것이다. 누구도 나의 행복은 파괴할 수 없으니까! 이제부터 싸움은 시작이겠지! 만약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모인다면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책을 알게 되어 든든하다. 이 책의 저자 무터킨더님은 내가 독일에 살아서 부럽지? 하는 것 같지가 않고, 이 땅에 교육 현실이 잘못되었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불행을 가져다줄지 걱정하며, 간절히 호소하는 울림처럼 내게 다가왔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