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라는 선물 - 2008년을 보내며

2008. 12. 31. 16:24일기

<시간이라는 선물 - 2008년을 보내며>
2008.12.31 수요일

2008년이 몇 시간 안 남았다. 나는 두 손을 깍지껴서 머리 뒤에 베개 삼아 고이고, 몇 시간째 방바닥에 꼼짝않고 누워있다. 그러면 2008년에 있었던 일들이 오래된 영사기로 돌리는 영화처럼 천천히 차르르르~ 눈앞에 흘러간다.

어떤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보가 쿡 터지고, 어떤 장면에서는 얼굴이 찡그려지고, 어떤 장면에서는 '아!' 하고 탄성이 나온다. 2008년은 나에게 너무 많은 추억을 선물하였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냥 이렇게 옆에 있어주는 것밖에 없구나!

이제 다시는 못 볼, 내가 살아가는 시간 중에 어쩌면 가장 행복했던 해로 남을지도 모르는 2008년을 보내야 한다. 서서히 작동이 멈춰가는 배를 떠나, 새로 항해할 수 있는 배로 갈아타듯이 말이다. 나는 아무도 시간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평소에 공간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시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사는 공간에 시간이 없어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처럼 딱 되겠지. 나는 화장실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굳어버린 자세가 될 것이고, 영우는 까불다가 두 손을 펼치고 입을 크게 벌린 조각처럼 돼버리겠지! 세상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다면 얼마나 재미없고 끔찍할까?

그래서 아쉽지만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고, 뭘 열심히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2008년을 미련없이 보낼 것이다. 한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2009년이 와도 시간은 흐를 것이고, 나는 계속 자랄 것이고, 세상에는 얼음을 뚫고 봄이 오는 것처럼 변화가 계속 일어날 것이고, 새로운 생명은 태어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새해가 되어도 2008년을 못 잊고 헤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이 시간이 흘러가다 어느 날 문득, 2008년 내 4학년 시절의 어떤 부분이 둥둥 떠오를 것이고, 나는 그것을 건져 올리며 잃어버린 보물을 되찾은 것처럼 반가워하겠지. 아! 불과 몇 시간 뒤면 2009년 배에 올라타, 2008년이라는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아쉬운 마음으로 손을 흔들며 바라보게 되겠지. 나는 이 모든 게 벅차오르면서 역시 신이 우리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은 시간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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