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눈이 먼 돼지 -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읽고

2008. 12. 29. 15:24독서

<권력에 눈이 먼 돼지 -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읽고>
2008.12.28 일요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책 몇 권 중에, 영국의 조지 오웰이 쓴 동물 농장이라는 책을, 나는 꽤 심각하게 읽었다. 이 책은 사람들의 횡포에 맞서서 쟁취한 동물들의 세상에, 나폴레옹이라고 하는 권력에 눈이 먼 돼지가 나타나 권력을 독점하면서, 동물 농장이 사람들이 지배하던 시절과 똑같이 황폐하고 타락해가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나는 이 책에 그려진 동물들의 삶을 보며, 우리가 사는 방식을 다시 돌아다 보게 되었다. 여기 나오는 동물들의 모습이 지금 인간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는 것 같았고, 그 모습이 너무나 혐오스럽고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들의 삶이 수치스러운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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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매너 농장>에서, 가장 존경받는 돼지 메이저 영감이 죽기 사흘 전에 기가 막힌 연설을 하였다. 그는 12년 동안 살아온 돼지우리에서의 비참한 삶을 이렇게 연설했다. "인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우리에게 일을 시켜 소득을 얻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게 뭡니까? 우리에게는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과 허름한 잠자리 말고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늙어서 도살장에 가 우리의 최후를 맞이할 것입니다. 여러분, 이러한 일은 결코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이렇게 복종 당하며 살지 말고 반란을 일으켜서 인간들을 쫓아냅시다!"

메이저 영감의 연설을 들었던 동물들은 잊지 않고, 인간을 몰아내기 위한 일을 생각하고, 연구하고, 공부하였다. 6월의 어느 날, 농장주인 존스가 무슨 재판에서 져서 큰돈을 잃어 술만 마시고 만사가 귀찮다고 동물들의 먹이도 제대로 주지 않고 학대가 극심해지자, 참다못한 암소가 배가 너무 고파서 존스가 잠든 사이, 헛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배를 채웠고, 다른 동물들도 헛간에 들어가 배를 채웠다.

존스가 깨어나서 깜짝 놀라 일꾼들을 깨우고, 동물들에게 채찍질을 했지만 허사였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잖아? 동물들은 거세게 저항했고, 예상 밖의 저항에 겁을 먹은 존스와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농장 밖으로 멀리 달아났고, 이렇게 해서 <매너 농장>을 동물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매너 농장의 이름도 <동물 농장>으로 바꾸고, 동물들이 지켜야 할 7계명을 세우고, 수확한 것을 골고루 나누어 먹으며 잠도 잘자고, 평등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스노우 볼과 나폴레옹이라는 돼지가 당파 싸움을 벌이다, 나폴레옹의 계략으로 스노우 볼이 쫓겨나고 나폴레옹이 정권을 잡은 뒤부터, <동물 농장>에는 검은 바람이 몰아닥친다.

나폴레옹은 7계명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동물들의 항의를 교묘하게 속여가며 7계명을 쓱싹쓱싹 바꿔버리더니, 원래 동물은 네발로 걸어야 하는데, 두발로 걷기도 하고, 사람의 옷을 입고, 침대에서 잠을 자고, 술까지 마시며 심지어 자기 일에 반대하는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죽인다. 닭과 오리, 양들, 늙은 말까지 힘없는 동물들을 대학살하고, 결국 동물들은 나폴레옹과 그를 따르는 몇몇 개와 돼지의 노예가 되어서, 존스가 있을 때와 다름없는 꼴로 더 힘겨운 삶을 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구슬프게 끝을 맺지만, 마지막 장면에 돼지들이 술집에서 도박을 하며 노는데, 얼굴이 거의 인간이 돼버려, 인간인지 돼지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구절에서 나는 경악을 하였다. 난 두려워서 소름이 돋은 내 얼굴을 더듬더듬 만져보며, '안 돼! 정신을 차려야지!' 하며 머리를 부르르 털었다.

처음에 동물들이 인간에게 맞서 반란을 일으켰을 때, 마음속에 전율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전율은 스노우 볼이 쫓겨나면서 한풀 죽기 시작했고, 나폴레옹이 권력을 휘두르며 제멋대로 동물 농장을 주무르는 모습에 치가 떨리고 부글부글 분노가 솟았다. 결국, 나폴레옹을 아무도 혼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도 쫓아가서 혼내주고 막 때려주고 싶은 이 마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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