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일기

2008. 1. 15. 07:58독서

<비밀 일기>
2008.01.14 월요일

이 책은 12살 때부터 16살 될 때까지 아드리안 모올 이라는 소년이 쓴 일기 모음집이다. 그리고 전편과 속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내가 이 낡은 책을 책장 한 귀퉁이에서 발견했을 때, 우리 집에 이런 책도 있었나? 하고 의아해했다. 엄마가 이 책은 큰 삼촌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책이라고 하셨다. <비밀 일기>라는 제목이 흥미로웠고, 이 책에는 그림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아서 주인공과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전부 새롭게 상상하며 읽었다.

주로 인물들의 이름이나 특징을 살펴서, 내가 전에 읽었던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을 집어넣어 보았다. 예를 들면 주인공 아드리안 모올은, <잔소리 없는 날>의 주인공 소년, 푸셀을 갖다 붙이고, 아드리안 모올의 여자 친구 판도라는 <톰소오여의 모험>에 나오는 베키 대처를 상상했다.

아드리안 모올의 가장 친한 친구 나이겔은, <제이넵의 비밀 편지>에 나오는 아흐멧으로, 이혼한 아드리안의 엄마는 <리디아의 정원>에 나오는 엠마 아줌마로, 아드리안의 여동생이자 갓난아기인 로지는 어릴 적 내 동생 영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읽었더니, 그림책을 읽듯 책 두 권이 후딱 넘어갔다.

아드리안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글도 잘 쓰지만,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과대망상 끼가 조금 있고, 모든 화근의 원천이 자신의 얼굴에 난 여드름 탓이라고 여길 정도로 민감한 사춘기 소년이다. 나이는 나보다 형이지만, 또 다른 내가 쓴 일기를 보는 것처럼 빠져들게 되었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많은 일을 아드리안의 일기를 통해 겪어나갔다.

아드리안의 일기를 읽으며 가출은 어떤 때 하게 되는지, 부모님이 이혼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여자 친구에게 채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것 같았다. 아드리안이 자존심을 세우기엔 아드리안의 환경과 생활은 너무 엉망이었다. 이혼한 부모님이 두 분 다 실직자라서 걸핏하면 집안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수돗물이 끊기고, 먹을 것은 번번이 친할머니의 도움으로 해결해야 했다.

이혼했던 부모님이 아기가 생겨 다시 합치게 되지만 그도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삐걱거리게 되자, 아드리안은 마음이 비뚤어져 학교 깡패 집단인 '갱단'에 가입하고 가출까지 한다. 그런데 하필 가출한 그날이 아드리안의 생일일 게 뭐람?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 책을 읽다 말고 눈물을 닦아야 했다.

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학교생활도 예전처럼 안정을 찾고, 여자 친구 판도라와도 다시 만나게 되어 일단은 무난하게 이 긴 일기는 막을 내리지만, 아드리안의 고통스러운 생활이 오래도록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나는 아드리안에 비하면 꽤 편안한 생활을 하는구나 싶어 조금 부끄럽기도 하였다. 나는 어떤 글이든 경험을 통해 우러나온다고 믿는 편인데, 과연 편안한 내 생활이 고통 속에서 우러나온 아드리안의 일기만큼 마음을 울릴 수 있겠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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