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2007. 12. 16. 18:34일기

<마지막 편지>
2007.12.15 토요일

1교시부터 2교시에 걸쳐서 우리 반 <사랑 나눔 릴레이 행사>인 편지 쓰기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 쓰는 이 편지는, 3학년에 쓰는 마지막 편지다. 1년 동안 번호대로 매주 토요일 아침, 친구들이 쓴 편지를 한데 모아 묶음 집을 만들어 나누어 받았는데, 이제 우리 반 끝번호에 속하는 4명을 남기고 오늘따라 우리 3학년 4반은 다른 때보다 정성스럽게 또각또각 편지를 쓰고 있다.

모두 여학생 4명이었는데, 나도 마지막이니만큼 불만스러웠던 점이나, 감정을 상하게 할만한 이야기는 자제하고, 그 아이의 좋은 점과 재미난 추억을 위주로 부드럽게 써내려갔다.

특히, 잘 울어서 왕따를 당하는 연희에게는 내가 겪었던 왕따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위로를 해주었고, 극복해내기를 바란다고 썼다. 입이 험한 주연이에게는 예쁜 말을 쓰면 너의 미모도 빛날 거라고 썼다. 매일 연필을 안 가져와서 나에게 빌리는 민선이도 밉지가 않았다. 착한 진이에게는 더욱 잘 써주고 싶어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이름이 램프의 요정 지니인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더욱 친해지자고 했다.

편지를 쓰면서 교실을 빙 둘러보니, 얼굴을 숙인 채 편지지에 코를 박고 친구에게 줄 마지막 말을 조용히 써내려가는 우리 반 모두가, 문학 수업을 하는 작가 지망생처럼 멋져 보였다. '음, 3학년 4반 많이 컸구나! 진지하게 편지도 쓸 줄 알고!' 하는 흐뭇한 기분이 들었는데, 갈수록 떠드는 아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더니, 어느새 소곤소곤 거리는 소리가 교실을 물들였고, 나중엔 장터같이 시끌벅적해졌다. 심지어는 "나, 주연이하고 민선이에게는 편지 못쓰겠어! 쟤네들 싫어!" 하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애도 있었다.

어쨌든 4교시 수업 마치고 선생님께서 4권의 편지 묶음 집을 마지막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셨다.  묶음 집을 받는 친구들의 얼굴은 기대에 벅차 발그레해 있었다. 나도 그 모습을 보며 거기 끼인 내 글이 친구들에게 기쁨이 되는데 한몫하기를 바랬다. 나는 사랑 나눔 편지를 처음 시작할 때 흥분했던 기억을 떠올렸고, 오늘 아쉽지만 벅찬 마지막 편지쓰기 행사를 마치며, 시작과 마지막은 닮은 점이 많구나하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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