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양들

2007. 12. 1. 10:05일기

<길 잃은 양들>
2007.11.30 금요일

박영은 선생님께서 이틀째 안 나오고 계신다. 어제는 교사 연수 때문에 못 나오셨고, 오늘은 작은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못 오셨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반은 다른 때보다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한 교시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 교대로 봐 주시기는 하지만, 틈만 나면 여기저기 흩어져서 모이를 쪼고 짹짹짹 떠드는 참새들처럼 질서가 없다. 단, 1학기 임시 선생님이셨던 서미순 선생님이 들어 오실 때만 빼고.

4교시 체육 시간이 되자 우리 반은 어떤 선생님이 오실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선생님은 들어오지 않으셨다. 우리 반 아이들은 점점 떠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속닥속닥 재잘재잘하던 소리가 갈수록 거세게 번지면서 툭탁툭탁 캉캉캉 천둥소리처럼 바뀌더니 교실이 코끼리 발 구르듯 들썩거렸다. 회장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이름을 적고 난리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떤 애는 심하게 고함까지 질렀다.

그러다가 아이들은 가람이와 지훈이가 없어진 것을 눈치 채었다. 누군가"야, 게네들 뭐 사 먹으러 나갔나 봐! 아침에 돈 가져온 거 봤어!"하고 외쳤다. 그러자 아이들은 몸이 근질근질거려서 더 참을 수가 없다는 듯 술렁대었고, 승호가 "야, 그럼 우리도 그냥 자유 시간하고 나가 놀자!" 했다. 회장은 "안 돼! 3교시 컴퓨터 시간에도 자유 시간 했잖아!"하고 말하자마자, 내가 손을 높이 들고 "그럼 얘들아, 이번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 연습을 해 보는 건 어떨까?"했더니, 아이들은 "썰렁해!"하고 야유를 퍼부었다.

창문 밖으로 가람이와 지훈이가 운동장에서 노는 걸 본 아이들은 더욱 흥분을 하면서 모두 나가자고 난리를 쳤다. 회장이 운동장으로 나가서 가람이와 지훈이를 만나고 들어오더니, "에라, 모르겠다. 그냥 체육 시간 나가자!"하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성난 소떼들처럼 "와~" 일어서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이들은 운동장에 뿔뿔이 흩어져서 제각기 놀았고, 대부분은 유치원 건물 앞에서 '여깡'이란 놀이를 하였다. 나는 몇몇 친구들과 철봉 앞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다가 우석이랑 그네를 타고 놀았다. 그네에 앉아 나는 '하이고, 목동을 잃은 양들이 따로 없구나! 선생님이 없으니까 아직 우리는 제대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게 없을 만큼 어리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잠겼는데 갑자기 예림이랑 여자애들이 그네를 뒤에서 엄청나게 세게 미는 바람에 깜짝 놀라 "아악! 그만! 안 돼~"하고 소리 지르며 그네줄을 꽉 움켜쥐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