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10 소음

2007. 5. 10. 00:00일기

<소음>
2007.05.10 목요일

음악 시간이 되어서 우리 반은 음악실로 향했다. 우리들은 지정됐던 자리에 앉았고 음악 선생님은 '하하하 송'을 틀어 주셨고 그 때부터 음악 시간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원래부터 그랬지만 내 앞자리에 앉은 고기윤이 오늘은 더 심하게 고막이 터지도록 소리를 꽥꽥 질러대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고기윤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입은 아주 동그랗게 벌리고 얼굴은 주름지게 인상을 쓰고 눈은 실처럼 가늘게 뜨고 손으로는 허공을 마구 휘저어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폭탄이 터지듯 아주 이상한 소리로 불러서 그게 비명인지 노래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아이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잠시 음악이 끝나 숨을 돌렸지만 다시 노래를 부를 때 아까와 같이 기윤이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또 다시 악몽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노래 부르는 것도 잊은 채, 귀만 막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 쯤에 선생님이 또 '로꾸꺼'라는 노래를 틀어 주셨는데, 이번에도 기윤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다. 나는 기윤이가 때려 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지만 그저 귀만 막고 있어야 했다. 가끔씩 기윤이한테 조용히 불러 달라고 부탁하였지만 퉁명스럽게 "내 맘이야! 내 맘이야! 내 맘이야!" 했다.

그러저러 음악 시간이 끝났지만 내 귀는 아직도 얼얼했다. 나는 속으로 '기윤아, 제발 좀 참아 줘.' 하면서 도대체 기윤이의 노래가 잘못된 건지, 내 귀가 너무 예민한 건지 귀를 문지르며 교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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