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9 가슴 아픈 사실

2007. 3. 19. 00:00일기

<가슴 아픈 사실>
2007.03.19  월요일

학교에서 영어 특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가 학기 초에 공원 안 풀숲가에서 이름 모를 어린 나무를 발견했었는데 그 당시 그 나무는 키가 나와 맞먹었고, 잎사귀는 연두색이었고 껍질은 보들보들해서 아기 나무라 여겼다.
 
그런데 그 어린 나무 주위에 있는 나무들이 밑동만 남기고 싹둑 베어져 있었고, 베어진 나무 몸뚱이들이 시체처럼 풀숲에 널려 있었다. 그것을 보고 여기 이 아기 나무만큼은 내가 지켜 주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 후로 매일 학교 오고 가는 길에 어린 나무를 만져주고 이야기도 걸고 이름도 무엇으로 지어줄까 고민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늘 알게 되었다. 그 나무는 이제 막 자라는 나무가 아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 윗 부분에 있는 굵은 가지들에 여기 저기 잘려 나간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나이테가 둥글둥글 채워져있었다.

그러니까 이 나무는 거의 다 커서 잘려나간 거였다.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이 된 나무가 무슨 이유인지 어이없게 잘려 나가다니 가슴이 너무 아파 내가 다 잘려 나가고 발바닥만 남은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이 나무를 지켜 주어야지 생각하면서 아직 잘려 나가지 않은 얇은 가지에 난 잎들을 만져주었다. 그랬더니 대답처럼 엄청 작은 솔방울처럼 생긴 것을 내 손바닥에 툭 떨어뜨려 주었다.

가슴 아픈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