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oDiary.com(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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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6 수학 경시 대회
2006.11.16 목요일 수학 경시 대회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누어 주시자 우리 반 아이들은 전쟁 준비가 다 된 군인들처럼 당당하게 시험지를 받았다. 나는 시험지를 받으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시험 준비를 충분히 못했기에 혹시 0점 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외할머니도 궁금해 하시는데 다른 친구들은 왜 이리 당당해 보이는지! 문제를 풀면서 덜렁대지 않으려고 애쓰며 몇번씩 훑어 보았다.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땐 험한 산을 넘은 것 같았다. 내 생각엔 수학을 잘하면 우주의 원리를 알 수 있고, 이 세상을 더욱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열심히 풀었고, 시험이 끝나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했다.
2006.11.16 -
2006.11.14 음악으로 표현하기
2006.11.14 화요일 즐거운 생활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청개구리 이야기 대본을 나눠 주셨다. "이렇게 하세요. 이 대본을 읽을 사람이 한 명 필요하고, 모둠끼리 회의해서 대본에 일정한 부분에 줄을 쳐서, 대본을 읽을 때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악기로 소리를 내세요." 그래서 우리 모둠도 그렇게 해 보았다. 그런데 어디에다 밑줄을 그을지, 또 어떤 소리를 낼 건지 저마다 의견이 달라서 치고 받고 난리 났고, 지원이가 꽥괙거리며 "까불 까불 까불 까불 개구리가~." 하는 노래를 자꾸 불러대는 바람에 분위기는 그야말로 전쟁터 같았다. 모둠장인 하연이가 주먹을 쥐고 "그만해! 우리 모둠 모두 X표 받는다구!" 소리를 지른 다음에야 조용해졌다.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어떻게 할지..
2006.11.14 -
2006.11.05 나뭇잎 비
2006.11.05 일요일 오늘따라 호수 공원에 날씨는 아주 맑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차가왔다. 호수 공원 전체에 나뭇잎이 엄청나게 깔려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대이동을 하였다. 나뭇잎을 밟으니 바스락 톡톡 팝콘 튀기는 소리가 났다. 게다가 햇빛에 나뭇잎이 금빛 은빛으로 빛나서 내가 수많은 보물을 밟고 지나는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나와 영우는 나뭇잎을 긁어 모아 나뭇잎 산을 만들고 공중에 엄청난 나뭇잎 비를 뿌렸다. 우리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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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1 집현전 헌책방
2006.11.01 수요일 오늘은 집현전 헌책방이라는 아빠의 친구로부터 알게 된 레코드 가게에 갔다. 나는 레코드 가게라는 소리만 듣고 아주 삐까 뻔쩍한 가게인 줄 알았는데, 모양새가 아주 촌스럽고 옛날식 작고 평범한 집이었다. 그 안에는 먼지가 소복하게 쌓여 있는 옛날 책들이 있었다. 하지만 레코드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레코드판은 책방 바깥에 플라스틱 박스에 차곡 차곡 쌓여 있었다. 아빠와 엄마는 나란히 허리를 구부리고 굶은 사람들이 음식을 고르듯이 허겁지겁 레코드판을 고르는 동안 나와 영우는 요때다 하고 만화책을 잽싸게 골라 읽었다. 책방 안은 미로 같았다. 책장을 밀면 또 다른 책장이 나오고 또 밀면 또 나오고 '혹시 조선시대 집현전이 이렇지 않았을까?' 나는 갑자기 집현전 학자가 된..
2006.11.01 -
2006.10.25 기쁨의 노래
2006.10.25 수요일 오늘은 피아노 학원에서 오카리나를 부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오카리나 곡을 불어 보았다. 바로 '기쁨의 노래' 라는 곡이었다. 그런데 오카리나를 입에 물고 연주하면 등푸른 물고기를 문 것 같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악보를 보며 2번 불어 보았다. 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진짜 제목처럼 기쁨이 드릴처럼 땅을 뚫고 올라 오는 걸 느꼈다. 절망에 빠진 사람이 이노래를 들으면 다시 벌떡 일어날 것 같다. 이곡은 베토벤이 지은 곡이라고 한다.
2006.10.25 -
2006.10.24 나뭇잎을 찾아서
2006.10.24 화요일 저녁을 먹고 나뭇잎을 줏으러 근린 공원으로 나갔다. 트렉 입구 옆에 소나무가 많은 곳에서 나뭇잎을 찾아 보았다. 싸늘한 바람이 '후어어' 하고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처음 집은 나뭇잎에는 송충이가 붙어 있었다. 나는 "으아아악" 하면서 그 나뭇잎을 던졌다. 가로등 불빛 아래 까뭇 까뭇한 나뭇잎을 부시럭 부시럭 밟으며 돌아 다니니까 내가 마치 겨울 준비를 하러 나온 두더쥐 같았다. 나는 단풍이나 은행같은 알록 달록한 나뭇잎을 원했지만 모두 갈색이고 낄쭉하고 인디언 깃털같은 모양이었다. 어떤 나뭇잎은 꺼끌 꺼끌했고 어떤 거는 뒷면이 가죽처럼 미끄러웠다. 나뭇잎들은 서로 서로 꼭 끌어 안고 더미로 쌓여 있었다. 아마도 추운 날씨 때문이겠지. 그러고 보니 날이 더 어두워..
200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