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oDiary.com(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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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파도타기
2013.08.10 토요일 저녁 7시,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 하러 가는 길!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쏟아지는 인파를 뚫고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 나랑 영우는 기를 쓰고 따라붙고, 저 멀리 뒤에 엄마가 땀을 닦으며 따라오신다. 지난 촛불집회 때는 3만 명이 모였다고 하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얼마나 모일까? 혹시 내 옆의 사람도, 그옆의 사람도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바삐 걷는 건 아닐까? 서울광장 가는 도로변에는 경찰버스가 끝 없이 늘어서 있다. 도로에는 경찰들이 조를 이루어 이리저리 계속 왔다갔다 하였고, 6.25 전쟁 흑백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사이로 사람들이 오고가느라 북새통인데, 자꾸 누군가가 "서울 광장에 10만 명 동원한다고 큰소리 떵떵 치더니 2,3천 ..
2013.08.12 -
곰스크로 가는 기차 - 부모님께 추천하고 싶은 책
- 부모님께 추천하고 싶은 책 2013.07.30 화요일 중학교 3학년, 짧은 여름방학이 흘러간다. 그러나 긴 겨울방학보다 더 천천히, 더위 먹은 거북이가 땅바닥에 앉아 쉬는 것처럼 느긋느긋 지나간다. 방학 시작한 지 3일 째 접어드는 날부터 나는 다시 학교에 가고 싶다고 계속 내뱉을 정도로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더위와 땀띠와 습기로 정지된 시간속에서 우연히 손에 잡힌 귀한 책이 있다. 프리츠 오르트만의 독일 단편소설집 다. 독일문학 번역에 일가견이 있는 북인더갭 출판사의 대표, 안병률 아저씨께서 직접 번역하신 책이다. 작가 이름, 프리츠 오르트만!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는 곳, 곰스크! 참 이름이 낯설고 어렵다. 첫장을 여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이책은 내 손에서 ..
2013.07.31 -
물빛광장 위의 새털구름
2013.07.19 금요일 기말고사가 끝난 나의 하루 일과는 별 볼일 없다. 방학을 앞두고 친구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활기차다. 친구들끼리 단체로 반대항전 게임을 하러 우르르 피시방에 갈 때도, 나만 혼자 빠져나와 집으로 힘 없이 걸어온다. 집에 오면 굳은 얼굴로 방문을 닫고 커튼을 닫고 방을 어두컴컴하게 만든다. 그안에서 누에고치처럼 틀어박혀 있다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다시 방에 틀어박혀 기면증 환자처럼 쓰러져 잠이 든다. 아무 일에도 의욕이 없고 무료하고 지루하며 생산적이지 못한 날들. 저녁에 엄마, 아빠가 집에 들어오셔서 잠깐만 바람 쐬러 가자고 하면서, 나랑 영우를 반강제로 차에 태워 어디론가 끌고 가셨다. "어디 가는 거예요?", "여의도에!" 차창 밖엔 장맛비가 잠간 멈춘 틈을 타, 바람..
2013.07.23 -
비오는 밤의 낙서
2013.07.13 토요일 비가 징글맞게도 내린다. 생각은 장맛비처럼 징글징글 내려와 머릿속을 덮는다. 비가 무슨 죄냐만 블로그의 하얀 공간에 뭘 써내려갈지 모르겠는데, 비는 자꾸 추적추적 내려서 내 집중력을 방해하니 기분이 안 좋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스크릴렉스(skrillex)의 뱅가랭(bangarang)으로 어지러운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음악 듣는 취향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들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가사도 없고 어지러운 비트가 계속 귀를 강타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생각을 빼내기에는 딱 좋은 음악같다. 소형 선풍기 바람은 정말 애매하다. 내 몸쪽으로 계속 고정시켜 놓으면 몸이 시렵고 머리가 차갑게 띵한데,..
2013.07.14 -
산꼭대기 위에 봉사활동
2013.06.27 목요일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다리에서 후루룩~ 힘이 빠져나가고, 온몸과 머리에서는 '힘들다, 힘들어!' 하는 말만 맴도는데, 내 발은 기계적으로 한걸음 한걸음 산 정상을 향해 내딛는다. 오늘 우리 학교가 봉사활동을 하러 인왕산 꼭대기를 향해 행군하는 중이다. 머리 위 뙤약볕은 내 몸을 녹여버릴 듯이 이글거리고 있다. 몸에서는 뜨거운 물에서 막 빼낸 빨래를 쫙~하고 짜는 것처럼 땀이 샘솟는다. 몸은 땀 범벅이 되어 미끄적흐느적거리면서 한걸음 내딛는 것도 힘겨울 정도로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 '이게 뭔 봉사활동이야?'하는 아이들의 불평 소리가 산을 메운다. 나는 처음엔 안간힘을 써서 선두에 나섰는데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어느새 같이 산을 오르던 아이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
2013.06.28 -
시원하게 자른 머리
2013.06.22 토요일 나는 더위를 잘 타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 들어서 날로 길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머리에 오토바이 헬멧을 쓴 것처럼 답답하고 쉽게 땀이 차서, 언젠가 날을 잡아서 머리를 자르겠다고 별렀고 마침 오늘 여유가 생겼다. 미용실은 주말이라 손님이 있어서 좀 기다려야 했다. 두 명의 손님이 자리에 앉았다가 몇 분 뒤 말쑥해진 얼굴로 일어났고, 내 차례가 되었다. 미용사 아주머니는 내 어깨에 파란 천을 두르며 물어보셨다.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어, 그냥 시원하게 잘라주세요." 아주머니는 가위로 내 머리카락을 한줌 한줌씩 쥐고 깎아가기 시작했다. 내 머리에서 검은 머리카락 뭉치들이 떨어질 때마다 사그락~ 사그락~ 사과 껍질 깎을 때 나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점점 머리에 ..
201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