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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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솜사탕
2013.09.07 토요일 오후 5시, 여의도 공원에 도착해 중앙 야외 무대를 찾았다. 동생 영우가 속한 매동초등학교 탈춤 동아리가 이제 막 공연을 시작하려고 하였다.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무슨 행사라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단지 아침에 영우가 "오늘 내 탈춤 공연 보러 올 거야? 올 거면 평생학습 축제장으로 와! 올 거야?" 되물었는데, 무뚝뚝한 소리로 "시간 없어." 했던 것이 기억 난다. 중간고사 준비로 시간을 쓰려 한 주말이었고, 초등학교 6학년 탈춤 공연을 내가 꼭 봐야되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날 설득하셨다. 영우가 탈춤 공연에 참가하고 싶어 오디션을 봤는데, 학교 대표로 뽑혀서 대회에 출전하는 거라고, 여름내내 땀 흘려 연습한 공연인데 함께 가서 축하해 주는 게 좋지 않겠니? 하..
2013.09.08 -
특별한 떡볶이 만들기
2010.12.18 토요일 작은 방울이 보글보글 끓는 물 속에, 빨간 돌덩이 같은 고추장이 뽀퐁~! 소리를 남기며 물에 녹고 있었다. 빨간 고추장 뭉텅이가 풀어지며, 물은 마법의 약 만들어지듯이 점점 빨간색으로 변했다. 빨간색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그것은 전혀 고추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뽀글거리는 떡볶이의 소스는 점점 진한 냄새를 풍겨왔다. 조금 매콤, 쌉싸름하며 쓴 냄새는 왠지 입맛을 끌어당기며, 사람을 멍하게 하였다. 나는 나무젓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우리 모둠 소스 맛을 보았다. 아직 고추장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서 그저 맵고 쌉싸름 했다. 나는 꼭 영화에서 주방장이 주방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참견하는 것처럼, 뒷짐을 지고 목을 쭉 빼고 먼저 완성된 모둠의 떡볶이를 시식하거나, 만들고 있..
2010.12.19 -
벼락치기 비법
2010.06.30 수요일 기말고사를 이틀 앞둔 꿉꿉한 날씨다. 나는 내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를, 손바닥으로 탁탁~ 잡아가며 책상과 씨름하듯 앉아 있다. 기말고사는 아무래도, 여름방학 전의 1학기 기말고사가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중상위권에 있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성적은 유지해야 하고, 라이벌에게 지고 싶지도 않고, 이제는 1등도 해보고 싶고... 하지만, 날씨는 더 좋아져 화창한 햇살이 날 부르고, 나의 영혼은 이미 축구장과 자전거 위에 앉아 있다! 아, 어떡하랴? 언제나 미리미리 시험 준비를 해야지 다짐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거의 수포로 되돌아갈 뿐! 이렇게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모든 1등을 못하는 상위권, 평균 70점 정도의 중위권 초등학생들을 위해서, 내가 항상 써먹는 벼..
2010.07.01 -
남녀가 같이 이끄는 미래 - 양성평등 글짓기
- 양성평등 글짓기 2010.04.18 일요일 학교에서 내 준 글쓰기 이 주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쓰기 전과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나는 남녀차별에 대한 예를 경험하지 못해서다. 나는 오히려 운동도 못하고 성격도 부드러워서, 거친 남자 아이나 여자 아이들이 더 많이 느껴진다. 그러나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나라는 남자를 우대하고, 여자를 무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고 한다. 우리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만 해도 "여자는 일을 혀야 혀!",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져!"라는 말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신다. 이것은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가부장제도에서 따른 전통이라,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시대는 바뀐다! 새로운 ..
2010.04.21 -
꼴찌는 지겨워!
2009.05.01 금요일 어제 중간고사가 끝났고, 오늘 작은 체육대회가 열렸다. 마지막 5학년 반 이어달리기 시합, 드디어 내가 출발선에 섰다. 나는 주먹을 으드드 쥐어보았지만, 반대로 다리는 힘이 풀렸다. 뒤따라 주먹을 푼 손도 핸드폰 진동처럼 부르르 떨렸다. 사실 난 아침에 달리기 시합 때문에 일어나기가 싫었다. 달리기를 안 할 순 없을까? 왜 꼭 달리기를 해야 하는 거지? 여차하면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새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지금 고개는 앞으로 향하고 오른손을 뒤로 뻗어, 애타게 우리 반 선수에 바톤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내 손에 하얀 바톤이 들어왔다. 나는 땅을 보고 다리를 한껏 벌리려고 애썼다. 그리고 두 손을 귀밑까지 번갈아 올려가며 속으로 '핫둘, 핫둘!' 뛰었다. 계속 뒤로..
2009.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