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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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꽃, 카페 '그'
2013.11.28 목요일 ! 이 두가지 키워드로, 나는 카페 '그'를 찾아 갔다. 저녁 6시, 생전 처음 와보는 방화역에서 내려, 한 500 미터쯤 다리 사이를 붙이고 추운 몸을 잔뜩 움추린 채로 어기적어기적 걸었다. 걷다가 걷다가 쭈꾸미 마을이라는 식당이 보였고, 오른쪽 골목으로 쏙 들어가니 카페 '그'가 보이고, 카페 '그'가 보이는 건물 옆, 나란히 붙어 있는 넓은 집 대문에 '새들도 둥지가 필요하다. 하물며, 카페 '그'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저녁 칼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우리 가게 생각이 났다. 우리 가게에도 저런 푯말이 걸려있었다. 아니, 건물 담벼락 자체를 피 끓는 현수막으로 무장시켰었지. 현수막을 보니, 그당시에 내가 느꼈던 기분도 다시 떠올랐다. 애써..
2013.11.28 -
문재인 의원님을 만나러 가는 길 - <문재인 블로거 간담회 1부>
2012.07.10 화요일 '프라이팬, 프라이팬!' 이말만 계속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나는 종각역 4번 출구를 나와 상가가 많이 모여 있는곳을 미로처럼 뱅뱅 돌았다. 나는 아직도 넓은 서울 시내에는 익숙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시간에 쫓긴 채 그냥 큰길로만 한번도 본 적 없는 거리를 온통 헤집고 다녔으니, 오직 '프라이팬'이라는 간판 이름 하나를 찾아. 저녁 7시에 있을 블로거 간담회의 주인공은, 이번에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님! 난 사실 거기에 낄 만큼 절대로 대단한 블로거가 아니지만, 적어도 약속시간은 지켜서 참석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약속시간보다 30분 쯤 일찍 종각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정보는 간담회가 13층 건물에서 열린다고 하는 사실 뿐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이 늦게 ..
2012.07.16 -
도둑맞은 핸드폰
도둑맞은 핸드폰 2011.03.16 수요일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날씨는 맑은데 꽃샘추위 바람이 살을 엔다. 나는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마음속은 바짝바짝 타고 있고, 하늘은 무심하게도 이런 날을 골라 맑은 햇빛을 온 세상에 비춘다. 대문 앞에서 열쇠를 꽂아넣은 손이 덜덜 떨린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오금이 저린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범수와 동영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문 앞이 보이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나는 학교에 가져왔던 핸드폰에 다시 전원을 켜려고, 잠바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원래 우리 학교에선 핸드폰 사용 금지를 규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보니 핸드폰을 안 가지고 다니는 애는 드물었다. 학교 수업 시간엔 전원을 ..
2011.03.18 -
날아가 버린 원고
2010.01.14 금요일 "어, 어, 아아악~!" 아래층 할머니 방에서 책을 읽다가, 몸을 풀려고 콩콩거리며 뛰고 있을 때, 엄마의 비명이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정적을 깨버리는 소리는 왠지 불길했다. 나는 무언가 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위에서는 계속 "오오~!" 하고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계셨다. 나는 '엄마가 실수로 뭐에 베였나? 아니면 영우가? 오! 핸드폰이 터져서 집에 불이 붙었나?' 하는 오만 가지 상상을 하였다. 위층으로 급하게 올라가 보니, 엄마는 컴퓨터 의자에 앉아서 죽을상을 하고 계셨다. 무슨 사고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하고 물었다. 엄마는 몹시 흥분하셨나 보다. "이, 이게, 아~ 지, 지워졌어~!" 하며 어더더..
2011.01.16 -
올레스퀘어의 저녁
2010.10.27 수요일 나는 엄마와 함께 오후 5시 20분쯤, 광화문에 있는 올레스퀘어 건물 1층에 도착했다. 로비 왼쪽으로는 커피 냄새가 살짝 살짝 진동하는 카페테리아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새로 나온 핸드폰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위이이잉~!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바지 왼쪽 주머니에서 요란하게 마구 울렸다. 나는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중, 아이폰 4를 재미있게 눌러보다 말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전화기에서만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바로 주위에서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네, 상우입니다!" 대답하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저 지금 도착했는데, 어디 있어요?" 하고 물어보는 소리가 들..
2010.10.29 -
과학실 가는 길
2010.06.25 금요일 2교시 쉬는 시간, 교탁에 앉은 선생님과 앞줄에 앉은 경훈이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경훈이가 돌아서서 나에게 "상우야, 마침 잘됐다. 너도 학습부지? 나하고 같이 가자!" 나는 짐작하였다. 바로 다음 시간이 과학 시간인데, 과학 시간에 쓸 실험도구를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부탁이 있으셨던 것이다. 나는 '이번엔 무슨 실험을 할까?' 궁금해하면서 경훈이를 뚱깃뚱깃 따라나섰다. 우리 반에서 과학실로 가는 길은 꽤 멀다. 과학실은 우리 반에서 또르르르~ 계단을 두 층 내려가, 후관 복도를 가로질러서 별관 복도도 가로지르고, 또르르르~ 본관 복도 끝에 있다. 나는 계단과 복도를 미끄럼 질 치며 여행하는 것처럼 길을 나섰다. 가는 동안 경훈이가 "이번엔 전..
2010.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