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20)
-
환경운동연합에서 저녁 먹기
2010.09.27 월요일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갔다 오려니 몸이 조금 피곤하였다. 집에 와서 손발을 씻고 저녁을 먹고 잠깐 눈이나 붙일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가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셨다. "여보세요? 응, 그랴~ 어, 상우하고 영우만 집에 있는데! 응? 저녁 지금 막 먹었는데? 또? 그랴~ 됐어, 됐어." 할머니께선 전화를 끊으시더니 아직 아래층에 있던 영우에게, "영우야, 아직 배 더 고프니?" 물으셨다. "삼촌이 지금 집 앞에 환경 연합에서 저녁 먹는데 같이 먹자 하네!", 영우는 "네! 가고 싶어요!" 하였다. 참! 여러분께 우리 외삼촌을 이야기해 드렸나? 우리 막내 외삼촌은 유모 감각이 넘치는 분이다. 그리고 변호사이며 환경 연합 회원이기도 하다. 나는 ..
2010.09.29 -
추석에 모인 가족
2010.09.21 화요일 나는 작지만 힘차게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저희 왔어요!", "어휴, 그랴~ 이제 오는 겨?" 할머니는 웃는 얼굴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리를 마중 나와 주셨다. 그 옆에는 "왔어요?" 하며 팔짱을 끼고 맞아주는 둘째 고모와, 뒤에서 지현이 누나와 수연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서 가만히 인사하였고, 더 뒤에 집안에서는 할아버지께서 뒷짐을 지고 "왔냐?" 하시는 모습이 그림처럼 보였다. 할아버지 댁에 들어서자, 오랜만에 아파트의 탁 트인 넓은 마루가 보여 신이 났다.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절을 하였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추석은 시작되었다. 할아버지는 소파에 앉아서 TV에 초점을 맞추셨다. 할아버지는 새로운 소식을 찾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처럼..
2010.09.25 -
전망대에 올라
2010.05.08 토요일 우리는 북서울 꿈의 숲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로 오르는 사람들 줄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특이하게 옆으로 경사가 져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지나니, 엘리베이터 2층이 기다린다. 그리고 계단, 또 계단을 오른다. 드디어 꼭대기 층 전망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자, 갑자기 쉬할 때처럼 온몸에 전기가 찌릿하면서 오드들~ 떨려왔다. 전망대에서는 위이이잉~ 꼭 배고픈 사냥개의 울음소리처럼, 바람 소리가 울리며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후으음, 하아아~! 전망대에 오르니 막힌 숨통이 탁 트였다. "우와아~!" 처음 전망대 꼭대기에 발을 내디뎠을 때, 나온 말은 오직 이말 뿐이었다. "우와아~!" 금방이라도 위로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천장 없이 뻥 뚫린 위로는 시원한 바..
2010.05.11 -
할머니와 동물원에 간 날 - 2탄
2010.05.02 일요일 이제 동물원에는 마지막 하루해가 뜨겁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주홍빛으로 빛나는 해를 머리 위에 짊어지고, 우리는 이번 동물원에 클라이막스! 맹수들을 보러 갔다. 갈색 곰은 꼭 '시턴 동물기'에 나온 곰을 연상시키고, 엄청난 덩치이지만 꼭 덩치만큼이나 마음은 따뜻할 것 같았다. 온몸에 촉촉하게 젖은 땀이 햇빛에 빛나니, 꼭 야생의 곰을 보는 것처럼 신비하고 마음을 잡아끌었다.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사각 철창에 표범, 치타, 재규어 같은 조금 작은 맹수들을 지나치다, 어느 순간 철창이 없어지고 큰 산같이 올록볼록한 지형이, 인도에서 멀리 떨어져서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유롭게 앉아서 낮잠을 즐기고, 어깨를 웅크리고 사나운 눈빛으로 번뜩이는 호랑이들이 보였다! 호랑이는 특이하게..
2010.05.06 -
할머니와 동물원에 간 날 - 1탄
2010.05.02 일요일 과천 동물원 입구에서 표를 내고 들어서니 "아, 이제 동물원에 확실히 왔구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우리 가족은 아침 내내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한 배낭씩 둘러메고 지하철을 타고 대공원 역에서 할머니와 만나, 동물원으로 향했다. 그 길이 너무 멀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코끼리 열차를 타고 매표소 입구까지 가는 길은, 상쾌한 오월의 바람에 가슴이 빵~ 부풀어 터질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눈부셨다. 오랜만에 갠 날씨는 100년 만에 경험한 것처럼 푸르고 새로웠다. 동물원에 들어서자 간판 문이 눈에 띄었고, 물소와 기린을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분홍빛과 하얀빛이 우아한 홍학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홍학 옆에는 기린이, 긴 목과 다리를 쭉 뻗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특..
2010.05.05 -
설날 할머니 집
2010.02.14 일요일 "상우야? 상우야? 깨야지?" 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홍알홍알 잠결에 들려왔다. 나는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내 눈앞에는 엄마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딱 붙어 계셨다. 엄마는 "어! 진짜로 일어났네!" 하시고서 나한테서 떨어져 이번에는 영우 옆으로 가셨다. 그런데 일어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정말로 푹 오랜만에 개운하게 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보통 축농증이라는 병이 있어 밤잠을 설치거나, 자고 일어나도 몸이 무겁고 어지럽거나 부스스한데, 할머니 집에 와서 자니 온몸이 개운한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우와! 정말 개운하다!" 절로 감탄사가 입에서 나왔다. 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이불 위에 짠! 하고 섰다. 방에 놓여 있는 책상 앞 닫힌 창문으로, 아름다운 빛..
2010.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