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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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달려라!
2010.05.22 토요일 "자! 처음에는 아빠가 밀어줄게, 그럼 넌 핸들을 조종해서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봐!" 오늘 새로 배달 온 자전거의 첫 연습은 균형 잡기였다. 처음에는 자꾸 넘어지기만 했는데, 차차 오래 버티고 균형 잡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은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에 들어갔다. 아빠는 뒤에서 한번 세게 밀어주시고, 나는 왼발은 페달을 밟고 있고 오른발로는 땅을 한 번, 두 번, 세 번 힘껏 친 뒤에, 재빨리 페달에 올라 발을 구르는 것이었다. 말로는 쉽지만 내가 석희의 자전거를 타보았을 때, 이것에 계속 실패하여서 다시 실패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나는 눈을 질끔 감고서 다시 도전했다. 나의 자전거는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달려주었고, 어느샌가 나도 더 ..
2010.05.29 -
싸움
2008.11.14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자유 활동 시간이라 아이들은 운동장 여기저기 흩어져서, 산만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운동장 입구에서 해영이가 목을 높여 노래 부르듯 소리쳤다. "해송이는 수아를 좋아한대요오~!" 해영이 앞에 몇 발짝 떨어져 걷던 해송이가 뒤를 돌아보며 "야, 이 새끼야! 거기서!" 하며 달려들었다. 해영이는 "나 잡아봐라!" 하며 교실 쪽으로 달아났다. 해송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해일처럼 해영이를 쫓아갔다. 나도 놀라 해송이를 뒤쫓아갔는데, 해송이가 하도 빨리 뛰어 반만 달리다 멈추었다. 잠시 뒤 해송이가 씩씩거리며 나타나서 해영이를 놓쳤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 뒤쪽으로 돌아 다시 나타난 해영이가 작은 돌멩이를 몇 개 주워가지고 와, 마구 던지기 시작하는 것..
2008.11.15 -
죽지 않는 남자
2008.07.02 수요일 수업을 마치고 예민이와 석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예민이가 학교 앞 상가에서 엄마를 만나 돈을 타서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보자마자 강아지처럼 사악 핥아먹었는데, 예민이와 석희는 점잖게 앙 베어 먹었다. 내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잔뜩 묻은데다 입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니까, 석희와 예민이는 기겁을 하였다. 예민이랑 석희는 소곤소곤 나랑 떨어져 걷자고 속삭였다. 난 애들에게 더 바짝 붙어 걸으며 일부러 계속 아이스크림을 입에 묻혔다. 그러다가 애들의 충격도 가라앉힐 겸, 화제를 바꾸어 말을 걸었다. 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불로장생 이야기에 살을 붙여 예민이와 석희에게 들려주었다. "어떤 과학자가 있었어. 그는 불로장생 할 수 있는 약을 만드는 데, 오랜..
2008.07.06 -
2007.07.26 체르니 100에 들어 가다
2007.07.26 목요일 오늘은 왠지 피아노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오늘 바이엘에서 체르니 100과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너무나 기뻤다. 너무 기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날아가 버릴 뻔하였다. 그 동안 내가 체르니 100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연습을 해 왔던가! 비록 바이엘을 74번까지만 치고 체르니 100에 들어갔지만, 나는 바이엘을 친 그 기간이 100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바이엘이라는 작은 산을 넘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다른 거대한 음악의 산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언젠가는 그 모든 산들을 뛰어 넘어 피아노의 정상에 도달할 것이다. 나는 체르니 100에, 우리 학원에서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들어간 아이..
2007.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