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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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보내며
2014.12.26 금요일 크리스마스가 조용히 흘렀다. TV에서 틀어주던 '해리포터'나 해마다 우려먹는 '나홀로 집에' 같은 구닥다리 특선 영화가 아니었다면, 개교기념일인지 크리스마스인지 구분도 안 될 휴일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할 일 없이 누워서 얼마 안 남은 올해와 그동안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본다. 이러저러한 핑계로 블로그에 글 쓰는 걸 게을리했기에 몇 편 안되는 글이지만, 한편 한편, 쓸 때만큼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무렵부터 지금까지, 나는 타자를 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하는 시간이 많았고, 손에 연필을 쥐고 글을 썼던 더 어릴 적을 생각하면, 글을 쓰기 위해 몰두한 시간이 내 생활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만큼 놓..
2014.12.26 -
어지러운 지하 세계
2008.12.25 목요일 저녁 6시, 엄마랑 나랑 영우는 명동 지하상가 입구에서, 엉덩이에 불을 붙여 튕겨나가듯 차에서 내렸다. 외할머니와 6시에 롯데 백화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거의 다 와서 차가 꽉 막혀 옴싹달싹 못하길래, 내려서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우리 맞은 편에는 건물 벽 전체가 거대한 반짝이 전구로 뒤덮여, 물결처럼 빛을 내는 롯데 백화점이 서 있었다. 백화점 주변의 나무들에도 전구를 휘감아. 엄청난 반짝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백화점은 가까운 거리였지만, 도로를 꽉 메운 차들과,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이 없어서 잡힐 듯 말듯 멀어 보였다. 우리 뒤에도 역시 번쩍거리는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앞으로 포장마차가 마치 이순신의 일자진처럼 모락모락 김을 뿜으며, 끝도 없이 늘어서 ..
2008.12.27 -
담임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2008.12 23 화요일 안녕하세요? 차재인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 했던 날들이 눈앞에 뮤직 비디오처럼 펼쳐지면서, 가슴이 좀 먹먹합니다. 제가 전학 와서 아이들과 노느라, 선생님과 더욱 가까이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죽겠어요. 항상 마음은 선생님을 보고 있었지만, 선생님께서는 늘 바쁘셨죠. 저희들 수업도 열심히 가르쳐 주시고, 남자 선생님이라서 학교 행사 때 무거운 짐도 많이 나르시고, 궂은 일도 도맡아 하셨죠. 선생님이 영어와 음악을 재밌게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던 모습과, 선생님 덕분에 컴퓨터 시간에 꼬박꼬박 컴퓨터실에 가서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저는 알아요! 선생님께서는 항상 우리 편이셨다는 걸요! 우리에게 자꾸 기회를 주셨고, 잘못을 꾸짖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고 하..
2008.12.23 -
놀라운 선물
2007.12.26 수요일 크리스마스 날 새벽,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선물을 보고 나는 난처했다. 엄마가 너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선물 받을 가능성이 작다고 말씀하셨었기 때문이다. 나는 섭섭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또 선물 받을 만한 착한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니라서 자격이 없다고도 생각되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그렇게 많이 컸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이젠 산타 할아버지와 선물의 세계에 더 끼어들 수 없는 처지가 된 것 같아 서글퍼져 한숨만 나왔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잠든 영우의 머리맡에 걸어놓은 크리스마스 양말을 몰래 떼어 내 머리맡에 옮겨두고 새벽까지 이불 속에서 뒤척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 뒤에 눈을 뜨자마자 베개 옆에 불룩하게 포장된 선물 꾸러미가 놓인 것을 보고,..
2007.12.26 -
2006.12.24 성당
2006.12.24 일요일 오늘 저녁에는 성당에 가서 크리스마스 미사를 드리러 갔었다. 생각보다 늦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헐레 벌떡 달려가서 미사를 드리는 장소로 들어갔다. 자리가 꽉 차 있었기 때문에 이리 저리 헤매다가 맨끝에 일어서 있었다. 그 때 오래 서있던 영우가 힘이 들어 보였던지 한 수녀님이 어떤 문을 열어 주더니 방이 나오자 앉아서 쉬라고 하였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나이가 있어서 그러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신부님 머리위에 뚫려있는 구멍으로 빛이 비추면서 천사가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영우가 그걸 본듯이 일어섰다. 나는 눈을 감고 기도 하였다. '예수님 탄생을 축하 하옵니다. 온세상 사람들에게 빛을 주소서!'
2006.12.24 -
2005.10.16 오르골
2005.10.16 일요일 지난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 예쁜 크리스마스 음악이 흘러 나오는 오르골을 오늘이 되서야 찾았다. 어제까지는 그게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걸 찾으니 다 기억이 난다. 내가 그 음악을 들으면서 얼마나 행복 했었는지! 맑고 낭랑한 그 예쁜 음악 소리, 좀 오래 써서 예전처럼 잘 되진 않지만 난 찾은 것만큼으로도 기쁘다. 다음 크리스마스때는 양말 앞에 이런 오르골을 주셔서 고마와요라고 써 놔야지.
200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