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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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주스와 장관님
2010.11.27 토요일 장관실 문은 열려 있었고, 그 문앞에 2명의 묵직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사무실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사제실같이 널찍한 회의실이 횡~하니 있었다. 하지만, 곧 15명의 교과부 4기 블로그 기자단과 교과부의 직원 몇몇 분이 들어오니 금세 자리는 메워졌다. 고건영 주무관님께서는 한명 한명 직원의 소개를 해주셨다. 그사이 오른쪽에 있던 작은 문으로 얼굴은 동글동글 인자하게 생기고, 서글서글한 눈매의 아저씨께서 활짝 웃으며 나왔다. 바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장관님이셨다! 나는 그때부터 살짝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귓불에서 열이 나고 코가 조금 막혔다. 아침부터 나는 머리가 띵한 감기 기운이 있었다. 나는 어쩌다가 보니까 장관님 옆자리에..
2010.11.29 -
목욕탕에서
2010.04.11 일요일 찰방! 첨덩! 내가 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난 소리였다. 나는 점점 더 물속으로 다가가서 온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고, 물만 마셔도 토를 하였다. 하지만, 힘을 내어 가족과 함께 '용암천' 목욕탕으로 목욕을 왔다. 그 목욕탕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니, 내 몸이 물에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뒤로 넘어가듯, 철퍼덕~ 소리와 함께 몸을 일자로 하고 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있으니 꼭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내 몸을 받치는 물은 시원했고, 꼭 침대처럼 부드..
2010.04.13 -
장래 희망
2009.11.09 월요일 우리 반은 지난주,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에 이란 시를 공부했다. 이 시의 내용은 이렇다. 아버지가 문 짜는 공장 직공인 주인공은, 사회시간에 장래 희망을 발표한다. 나도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아 문 짜는 기술자가 희망이라고. 그러자 반 아이들이 그게 무슨 희망이냐고 모두 비웃는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앞뒤 생각 없이 대통령, 국회의원, 의사, 변호사 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나은 꿈이라며 칭찬하시고, 주인공은 그제야 어깨를 편다는 내용의 시다. 그리고 숙제로 똑같은 제목의 시를 써서 오늘 발표하기로 했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90쪽 펴기 전에 지난번에 했던 숙제 89쪽 펴보세요! 자아~ 9번!" 하셨다. 마침 내가 딱 걸렸다. 나는 내가 공들여 쓴 장래 희망이란 시를 더듬더듬 ..
2009.11.10 -
주사 맞는 친구
2009.10.14 수요일 학교 끝나고 친한 친구 석희가, 상가에 있는 소아과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간다고 했다. 석희가 "상우야,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인데 나랑 병원에 같이 가주면 안될까?"해서, 나는 흔쾌히 함께 갔다. 병원 문을 들어서니 석희 할아버지께서 미리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석희는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나, 주사 맞기 싫은데, 꼭 맞아야 돼?" 하며, 할아버지 무릎에 덥석 올라앉아,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난 그걸 보고 흐훗~ 웃음이 쏟아졌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석희에게 "주사가 무섭지는 않니?"하고 물었다. 그러자 석희는 할아버지 앞에서 아기처럼 촐랑대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원래 굵은 목소리로 돌아와 당차게, "내가 아기도 아니고, 왜 주..
2009.10.15 -
결핵을 조심해!
2008.11.19 수요일 보건 수업 시간에 우리는 호흡기 질병에 대해 공부를 하였다. 1학기 말부터 매주 수요일 3교시에 하는 이 수업을 나는 기다린다. 비록 기초 의학 지식이지만, 사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학이 나의 마음을 뛰게 하고, 내가 마치 의사 수련생이 된 듯한 착각이 드니까! 모든 호흡기 질병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서 처음엔 잘 알아볼 수가 없지만, 풍진, 수두, 볼거리, 유행성 감기, 폐렴, 결핵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선생님께서 이를 컴퓨터로 보여주시고 설명해주시면, 우리는 열심히 그것을 또각또각 받아 적었다. 갑자기 선생님께서 결핵을 설명하실 때, 다른 질병을 설명하실 때랑 목소리가 좀 달라지셨다. 심각한 표정으로 "결핵은 이 질병 중에 가장 위험한 질병이야. 한번 걸리면 최소한..
2008.11.21 -
이 때우기
2008.07.24 목요일 치과에 영우 앞니를 뽑으러 따라갔다가, 나도 간 김에 같이 검사를 받아보다. 그런데 뜻밖에 영구치인 어금니가 조금 썩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장 치료를 받기로 했다. 나는 병원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웠다. 의사 선생님께서 "마취하지 말고 그냥 하자!" 하며 이 때울 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누운 채로 선생님을 흘깃 올려다보며 "아픈가요?" 하고 물었다. "아니, 아프지는 않지만 불편할 거야." 선생님은 입을 크게 '아' 벌리라 하고는, 말랑말랑한 초록색 천을 이 때울 자리만 남겨놓고 입안 전체에 착 덮어씌웠다. 그리고는 몇 번을 "더 크게 아~!" 한 다음,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집게 같은 것으로 위아래 입술을 찝어서 고정했다. 그랬더니 나는 붙잡힌 상어처럼 입을 아 벌..
2008.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