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5)
-
비오는 밤의 낙서
2013.07.13 토요일 비가 징글맞게도 내린다. 생각은 장맛비처럼 징글징글 내려와 머릿속을 덮는다. 비가 무슨 죄냐만 블로그의 하얀 공간에 뭘 써내려갈지 모르겠는데, 비는 자꾸 추적추적 내려서 내 집중력을 방해하니 기분이 안 좋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스크릴렉스(skrillex)의 뱅가랭(bangarang)으로 어지러운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음악 듣는 취향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들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가사도 없고 어지러운 비트가 계속 귀를 강타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생각을 빼내기에는 딱 좋은 음악같다. 소형 선풍기 바람은 정말 애매하다. 내 몸쪽으로 계속 고정시켜 놓으면 몸이 시렵고 머리가 차갑게 띵한데,..
2013.07.14 -
종로도서관에서 먹은 라면
2010.10.09 토요일 오늘은 주말에 집에서 뒹굴지 않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보려고, 종로도서관 자율 학습실로 갔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중학생, 고등학생 형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다. 나는 어렵게 구한 번호표를 가지고, 제4 자율 학습실로 들어가 공부를 하였다. 밖에 사직공원에서는 무슨 운동회가 열리는지,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어기여차,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하는 소리로 한창 시끄러웠다. 그래도 나는 운동회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에 맞추어 즐겁게 수학 문제를 풀었다. 어느새 길고 어려웠던 수학 1단원이 끝나고, 시계는 3시 30분을 가리켰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빠가 두고두고 쓰라던 만원을 들고, 지하 1층의 매점으로 한달음에 겅중겅중 소리 없이 뛰어갔다. 도서관 식당도..
2010.10.12 -
허브 아일랜드의 수영장
2010.07.28 수요일 우리 가족은 허브 아일랜드에서 어린이 수영장이 8시까지 연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가 일을 빨리 마치시는 대로 서둘러 5시 반쯤 도착했다. 그런데 수영장을 지키는 아저씨께서 6시까지라고 하였다. 엄마, 아빠는 무척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얘들아, 30분 만이라도 할래?" 나와 영우는 한꺼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운 날씨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깝기도 하고,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이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자마자 수영장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영우가 "형아, 준비 체조를 해야지?" 하며 옆구리 운동을 하였다. 나는 "에이, 그런 걸 할 시간이 어딨어?" 하며 물에 젖어 아슬아슬하게 떨리는 계단 위에서 다이빙을 하였다. "퐁팡~!" 곧 수..
2010.07.30 -
판의 미로
2010.05.18 화요일 비디오 가게에서 를 빌려 보았다. 는 그 언젠가 텔레비전 예고편을 보고, 꼭 한번 보고 싶어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시작할 때부터 피를 뒤집어쓴 여자 아이가 나와, 나와 영우를 아빠 품 속으로 숨어들게 하였다. 나는 이 영화를 꿈과 상상의 나라가 펼쳐지는, 재미있고 행복한 영화인 줄로만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시작부터 으스스한 게 무서운 분위기를 풍겨왔다. 그리고 1944년, 스페인의 내전 상황이라는 자막과 함께 본격적으로 영화가 막을 올린다! 어린 소녀 오필리아는 전쟁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함께 반군을 막아주는 군 주둔 시설로 간다. 그 속에서 새 아버지와 새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 엄마와 살게 된다. 그러나 새 아버지는 천하에 악독한 대령이다. 꼭..
2010.05.21 -
최연소 블로거 나가신다! - 상우의 윈도우즈7 런칭 파티 체험기 1탄
2009.10.22 목요일 저녁 7시 10분쯤, 나는 '멜론 악스'라는 특이한 이름의 공연장 앞에 도착했다. 오늘 여기서 새롭고 혁신적인 인터넷, 윈도우즈7이 출시된 것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리는데, 나는 777명의 블로거 중 한 사람으로 초대받아 왔다. 멜론 악스 건물 앞에는, 윈도우7 이라고 새겨진 연두색, 파란색의 거대한 버스 두 대가 공룡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버스 앞 돌계단에 서니, 커다란 유리상자같이 생긴 멜론악스가 한눈에 보였다. 돌계단에는 레드 카펫이 깔렸는데, 이걸 따라 내려가면 1층 접수처에서 행사장 정문까지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레드카펫을 따라 한 줄로 쫙 서있었다. 행사에 참석하는 블로거들이 이름표를 받으려고 선 줄이었다. 난 레드카펫이 따뜻하고 폭신해 보여서, 그 위에 누워 뒹굴..
200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