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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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닥쳐온 신종플루
2009.08.27 목요일 "딩댕, 동댕~ 현재 관리사무소에서 긴급 속보를 알려 드립니다! 삼숭초등학교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했으니, 8월 27일 오늘부터 9월1일까지 임시 휴교에 들어갑니다!" 아침 7시 40분, 막 아침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을 때 들려온 안내방송이었다. 우리는 마치 전쟁이 났다는 방송을 들은 것처럼 얼굴이 하얘졌다. 그렇지 않아도 밖에는 비가 폭탄처럼 엄청나게 쏟아지고, 천둥도 쿠구궁! 쉬지 않고 내리쳤다. 가방을 싸던 영우는 겁먹은 얼굴로 내 옆에 바짝 붙었다. 나는 영우를 쓰다듬고, 친구 석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희는 아직 자고 있었다. 또 친구 성환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순간 더럭 겁이 났다. 오늘부터 신종플루 때문에 등교할 때, 교문 앞에서 체온을 재기로 했..
2009.08.29 -
뒷산 오르기
2009.08.01 토요일 친구들과 아파트 단지를 구석구석 뛰어놀다가, 5단지 뒤쪽에 있는 등산로 입구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나, 영우, 석희, 경훈이, 경훈이 동생 지훈이, 이렇게 우리 5명은 땀에 촉촉 젖은 채,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무턱대고 천보산 등산로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올랐다. 나무 계단을 다 올라가기도 전에 나는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고, 앞머리에 물방울 같은 땀이 맺혔다. 동작이 빠른 석희와 지훈이가 계단을 몇 칸씩 펄쩍 뛰어올라, 등산로로 시작하는 작은 나무문을 삐끽~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뒤에 처진 우리가 들어오지 못하게 손으로 문을 꽉 막았다. 몸집이 큰 경훈이와 나는 똥 누듯이 '이이이익~' 힘을 주어 문을 밀어젖혔다. 시원하게 우거진 나무 사이로 난, 좁다랗고 가파른 등산길을..
2009.08.04 -
복도 청소
2008.08.22 금요일 며칠 뒤 개학을 앞두고, 오늘은 우리 반이 학교에 청소하러 가는 날이다.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맘이 들떠서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우렁차게 외치고 집을 나섰다. 밖에는 나무젓가락처럼 길고 굵은 빗줄기가 '타닥타닥' 땅을 후려치듯 내리고 있었고, 아직 세상은 어둠 속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나는 준비한 우산을 펼쳐서, 파란 우산 지붕을 머리 위에 이고 힘차게 다리를 쫙쫙 벌려 걸었다. 학교 가는 길엔 아무도 없었고, 정문 앞에 다다르니, 8시 30분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한 경훈이가 아직 나와 있지 않았다. 밤새 내린 비가 아침까지 그치지 않아 세상은 물에 잠긴 듯, 온통 축축하고 싸늘했다. 하늘은 퀘퀘한 담배 연기 색깔이었고, 가끔..
2008.08.26 -
2007.08.02 혹독한 여름
2007.08.02 목요일 올여름은 잔인하다. 어떻게 비가 이토록 매일 매일 쉬지도 않고 내릴 수 있단 말인가? 햇빛을 보는 날보다 시커먼 구름 덩어리와 무겁게 쏟아지는 비에 갇혀 사는 꼴이 되어버렸다. 오늘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점 거세져서 우리 집 창문 밖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영우랑 나는 베란다 창이 보이는 마루에 모여 앉아 상을 펴고 비 오는 모습을 글로 써 보기 놀이를 하였다. 그러나 천둥 소리가 팡팡 터지고 번개가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우르릉 치고 마침내 하늘이 뚫려 버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자, 영우와 나는 겁에 질려 글을 쓰다 말고 서로 놀란 얼굴로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아파트가 폭풍우에 휩쓸려 떠내려 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다시 천둥이 치고 빗물이 온 세상을 뚜..
2007.08.02 -
2007.03.28 억울한 기분
2007.03.28 수요일 영어 특강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황사로 날이 어둡고 꿉꿉하더니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면서 쏟아진 비였다. 그러나 나는 여유있는 마음으로 '음, 이럴줄 알고 우산을 준비해 왔지!' 하면서 신발 주머니를 뒤졌는데 거짓말처럼 아침에 넣어 온 우산이 없어진 것이었다. 나는 너무 황당해서 어쩔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빗속으로 몸을 던졌다. 신발 주머니를 머리에 이고 뛰는데 비가 더 거세졌고, 비를 너무 많이 맞아 온 몸이 다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다. 급한 김에 가까운 청소년 수련관에 들러 비를 피해 볼까 생각도 하였지만 문득 선생님께서 청소년 수련관에 불량스러운 형아들이 있으니 혼자서 가지 말라고 알림장에 써 주셨던 기억..
2007.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