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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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8 구구단
2006.07.28 금요일 나는 피아노 학원에 가려고 집을 나서면서부터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는 큰 소리로 구구단을 외우며 공원 길을 지나갔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나를 보고 신기한 듯 웃었다. 나는 기억력이 낮은 편이다. 오래 전에 일은 기억을 잘 하는데 방금 전의 일이나 며칠 전에 일은 잘 까먹는다. 그래서 방학 전에 배운 구구단을 이렇게 큰소리로 소리쳐 보는 거다. 내 친구 푸른곰 (공원에서 제일 큰 미류나무) 앞에서는 더 흥겹게 노래하듯 구구단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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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7 빗소리
2006.07.27 목요일 나는 지금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고 있다. '후두두두' 떨어지는 빗소리가 내 마음을 닦아 주는 것 같다. 그동안 내 마음은 힘이 들어 너무 말라 있었다. 축구부에서는 느리다고 욕도 많이 먹고, 날씨는 변덕을 부리고, 집에서는 맨날 동생하고 싸우다 아빠,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화가 많이 쌓였다. 그런데 이 빗소리는 왠지 나의 화를 씻어 주고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한다. 왜냐하면 내 눈에서는 빗줄기처럼 시원하게 눈물이 흘러 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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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5 폭우
2006.07.15 토요일 우리는 밤 11시쯤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비가 우리 차를 때리듯이 쏟아졌다. 그러더니 차 앞이 아주 안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는 빨리 와이퍼를 작동시켜 빗물을 쓰러 내렸다. 하지만 빗물은 투우사에게 소가 달려 오듯이 투두두툭 소리를 내며 계속 사냥꾼이 먹이를 사냥하듯이 덮쳐왔다. 그런데 차 바퀴가 빗물을 갈라서 양 옆으로 엄청난 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앞에 차는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차가 물 위를 달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때 "어떻게 사고라도 나는 건 아니야?" 하고 호들갑을 떨었고 엄마는 "상우야 그러면 아빠 운전 방해 되잖니? 좀 침착하렴." 하셨다. 영우는 비가 차를 무너질듯이 공격하고 있는데도 세상 모르게 잠이 쿨쿨 들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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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8 슬픔
2006.07.08 토요일 요즈음 엄마는 바쁘시다. 외할아버지 병 간호하느라 밤이고 낮이고 집에서 나가기 바쁘시다. 오늘도 엄마는 새벽에 나갔다가 오후 늦게 들어 오셨다. 엄마는 왠지 지치고 우울해 보였다. 나는 혹시 할아버지가 큰 일이라도 난 건 아닐까 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엄마는 할아버지께서 이제 사람도 알아보시고 오른 손도 조금씩 움직이려 하고 절대 안정도 취해야 한다고 하셨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할아버지께서 낫더라도 말을 할 수가 없게 된다고 한다. 나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제발 거짓말이기를 바랬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글을 쓰시는 분인데 오른 손을 못 쓰게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나는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슬펐지만 터지는 눈물을 꾹 참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이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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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9 작별
2006.06.09 금요일 2교시 때 선생님께서 "제성이가 오늘 수업만 마치고 어머니가 데리러 오시면 이사를 가요. 마지막이니까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라고 하셨다. 나는 순간 깜짝 놀라서 제성이를 바라 보았다. 제성이는 다른 때와 똑같이 웃으면서 앉아 있었다. 왠지 마음이 슬펐다. 나랑 제성이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 적은 없지만 그 애는 세상 일이 어떻든 웃고만 있는 친구였다. 그리고 놀기도 좋아해서 운동을 할 때는 꼭 그 모습이 꼭 축구를 좋아하는 거북이 같았다. 수업을 마치고 제성이는 떠나갔다. 나는 혹시 제성이가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성이 가방이 걸려 있던 자리를 쳐다 보았다. 그자리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랑 같은 배를 탔던 친구가 다른 배를 탔구나 친구여! 그 배에서도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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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1 바닷속 모습
2006.06.01 목요일 이 그림은 제가 6살 때 그린 바닷속 풍경 입니다. 오른쪽 아래의 보라색은 물고기의 집이고요, 바로 위의 갈색은 굴뚝입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거북이가 있어요. 창문이 달려 있는 중간 아래는 거북이의 집이죠. 그리고 그 위에는 하늘색 물고기 있죠? 물고기 머리 앞에 보따리를 지고 있는 것은 새로 엄마를 따라 이사온 아기 불가사리 랍니다. 아기 불가사리 밑은 엄마 불가사리 이구요, 엄마 불가사리 옆에 있는 것은 새로 이사온 불가사리 가족의 화려한 집입니다.
200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