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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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아, 쏘지 마!
2009.09.26 토요일 우리 가족은 광릉 수목원 근처에 있는 분재 공원에서 산책했다. 막 분재로 꾸며진 비닐하우스를 구경하고 나올 무렵이었다.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 있는 정원에서, 돌탑을 기지 삼아 영우랑 지구 정복 놀이를 하며 뛰놀다가 엄마, 아빠를 뒤쫓아 가려는데, 갑자기 큰 벌 하나가 내 주위를 붕붕 돌다 사라졌다. 나는 순간 놀랐다가 휴~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오른쪽 목 뒷쪽이 간지러우면서 뭔가 척~ 붙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하며 온몸이 떨렸다. 나는 뒷목에, 물컵에 맺힌 물방울 같은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돌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단지 끌껍 끽~ 침을 반 정도만 삼키며, 두 눈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굴렸다. 그리고 머릿속엔 끔찍한 기억이 ..
2009.09.28 -
걱정
2009.04.22.수요일 아침 일찍, 영우와 나는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나는 앞서 걸으며 영우를 재촉했다. 오늘은 영우가 어린이 대공원으로 현장 학습을 가는 날이다. 김밥과 간식이 든 소풍 가방을 메고, 영우는 마음이 들떠 눈하고 입가에서 깨알 같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환하게 웃는 영우를 보며 난 걱정이 앞섰다. 나도 낼모레면 현장 학습을 갈 거지만, 며칠 전 뉴스에서 현장학습을 가다가 사고가 난 버스 이야기와, 엊그제 우리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끔찍한 이야기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여러분에게 지난번에 들려준 버스 안전에 대한 중요성 이야기 기억하죠? 이 이야기는 너무 끔찍하여 안 하려고 했는데, 버스 안전에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겠어요! 오래전 땡땡 ..
2009.04.23 -
싸움
2008.11.14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자유 활동 시간이라 아이들은 운동장 여기저기 흩어져서, 산만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운동장 입구에서 해영이가 목을 높여 노래 부르듯 소리쳤다. "해송이는 수아를 좋아한대요오~!" 해영이 앞에 몇 발짝 떨어져 걷던 해송이가 뒤를 돌아보며 "야, 이 새끼야! 거기서!" 하며 달려들었다. 해영이는 "나 잡아봐라!" 하며 교실 쪽으로 달아났다. 해송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해일처럼 해영이를 쫓아갔다. 나도 놀라 해송이를 뒤쫓아갔는데, 해송이가 하도 빨리 뛰어 반만 달리다 멈추었다. 잠시 뒤 해송이가 씩씩거리며 나타나서 해영이를 놓쳤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 뒤쪽으로 돌아 다시 나타난 해영이가 작은 돌멩이를 몇 개 주워가지고 와, 마구 던지기 시작하는 것..
2008.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