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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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우물, 두리반
2013.05.01 수요일 중간고사가 끝나 오랜만에 머리를 이발 하고, 아빠, 엄마와 함께 홍대 두리반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두리반으로 가는 서교동 골목에는 갑자기 여우비가 내렸다. 방금 이발한 머리에 비를 뚝뚝 맞으며 걷는데, 햇볕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온세상을 황금색으로 반짝반짝 비추었다. 나는 몹시 배가 고팠다. 마침 두리반 아줌마가 밖으로 나와 핸드폰 통화를 하고 계시다가, 우리가 오는 것을 보고 크게 웃으며 반가와하셨다. 두리반으로 들어가니 주방 앞에서 일하고계시던 두리반 아저씨도 크게 웃으며 반기셨다. 두리반 벽에 걸려있는 물이 빙긋이 웃고 있는 그림과 이라는 문구도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았다. "상우야, 머리를 시원하게 잘랐구나~!" 아저씨는 여전히 면도를 하지 않아서 도인 같은 분위..
2013.05.01 -
엉금엉금 거북이 마라톤
2011.05.14 토요일 '덜컹딜킥~ 덜컹딜킥~' 흔들리는 지하철에 맞추어서 내 몸도 조금씩 흔들렸다. 내가 오랜만에 지하철 4호선 열차를 타고 있는 이유는 오늘 있을 마라톤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 씩 1,2,3학년 모두가 함께 마라톤을 한다. 선수들처럼 42km의 장거리를 달리는 게 아니라 7km만 달리면 되지만, 난생처음 그렇게 작정하고 많이 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되었다. 어두운 지하철에서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집합 장소인 분수대 앞까지 왔다. 분수대에는 아무도 없고, 분수대 조금 뒤에 '청운 중학교 거북이 마라톤'이라고 쓰여진 큰 현수막 아래에, 우리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조금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왜 하필 거북이 마라톤일까?..
2011.05.19 -
겨우겨우 도착한 학교
2010.10.20 수요일 오늘은 중간고사 날이고, 내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나는 지난번 시험에서 자신감이 지나쳐, 덤벙대다가 두 문제씩이나 답을 건너뛰었었다. 어이없는 실수에 눈물까지 흘렸던 나는 이날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어제 시험 마무리 준비를 슬슬 잘 해나가다, 수학 3단원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새벽 1시를 넘겨 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다. 여러분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아직 초등학생이고 6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로 늦은 시각이었다. 나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피곤했지만, 6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6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나는 종로 3가 역에서 무사히 동두천행 1호선 열차를 탔다. 스르르~ 안심하면서 '조금만 눈 좀 붙이는 거야, 조금만~' 생각하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
2010.10.21 -
종로도서관에서 먹은 라면
2010.10.09 토요일 오늘은 주말에 집에서 뒹굴지 않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보려고, 종로도서관 자율 학습실로 갔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중학생, 고등학생 형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다. 나는 어렵게 구한 번호표를 가지고, 제4 자율 학습실로 들어가 공부를 하였다. 밖에 사직공원에서는 무슨 운동회가 열리는지,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어기여차,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하는 소리로 한창 시끄러웠다. 그래도 나는 운동회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에 맞추어 즐겁게 수학 문제를 풀었다. 어느새 길고 어려웠던 수학 1단원이 끝나고, 시계는 3시 30분을 가리켰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빠가 두고두고 쓰라던 만원을 들고, 지하 1층의 매점으로 한달음에 겅중겅중 소리 없이 뛰어갔다. 도서관 식당도..
2010.10.12 -
중간고사를 마치고
2008.10.17 금요일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묵은 때를 벗겨 낸 듯 개운하고 뿌듯하다. 오늘 시험은 물살이 빠른 강물을 스스로 잘 헤쳐나온 것 같았다. 왜냐하면, 문제를 풀면서 앞으로 나가는 게 헤엄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주 전부터 나는 중간고사를 '달빛강'이라고 상상하고, 중간고사 준비는 '달빛강'에 도착하기 위한 모험과 계획이라고 상상했다. 내가 '달빛강'에 무사히 도착하면, '달빛강'으로 열심히 달려온 또 다른 친구들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과 다시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상상하며 나는 중간고사 준비에 들어갔다. 국어 과목에서는 토론하는 방법을 재밌게 공부했는데, 그동안 토론을 막연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토론에는 주제가 필요하고, 찬성과 ..
2008.10.20 -
2006.05.23 중간고사
2006.05.23 화요일 수학 시험이 시작되었다. 선생님께서 수학 시험지를 각 모둠 마다 나누어 주셨다. 앞에 있는 사람이 뒤에 있는 사람에게 시험지를 돌렸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내가 선생님께 남은 시험지를 가져다 드렸다. 나는 잔뜩 긴장을 하면서 일번 문제를 풀었다. 왜냐하면 내가 잘못하는 방식의 식을 여러 개로 풀어 놓은 식이 있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문제를 중간쯤 풀었을 때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 한 사람은 손 머리하고 있으라고 말이다. 친구들이 다 손 머리를 하자 선생님께서는 점수를 말하셨다. 나는 95점이었다. 100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200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