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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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2008.12 23 화요일 안녕하세요? 차재인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 했던 날들이 눈앞에 뮤직 비디오처럼 펼쳐지면서, 가슴이 좀 먹먹합니다. 제가 전학 와서 아이들과 노느라, 선생님과 더욱 가까이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죽겠어요. 항상 마음은 선생님을 보고 있었지만, 선생님께서는 늘 바쁘셨죠. 저희들 수업도 열심히 가르쳐 주시고, 남자 선생님이라서 학교 행사 때 무거운 짐도 많이 나르시고, 궂은 일도 도맡아 하셨죠. 선생님이 영어와 음악을 재밌게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던 모습과, 선생님 덕분에 컴퓨터 시간에 꼬박꼬박 컴퓨터실에 가서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저는 알아요! 선생님께서는 항상 우리 편이셨다는 걸요! 우리에게 자꾸 기회를 주셨고, 잘못을 꾸짖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고 하..
2008.12.23 -
고향
2008.04.30 수요일 우리 가족은 저녁때 전에 살던 동네 할인점에 들렀다. 물건을 사고 나서 돌아오는 길옆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살던 아파트와 공원이 보였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폭포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손을 뻗으면 가 닿을 것 같은 집인데, 이제 다시는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내가 눈물과 콧물이 범벅 되어 숨을 헐떡거리자, 엄마, 아빠는 깜짝 놀라서 공원 한옆에 차를 세우셨다. 나는 차에서 내려 내가 살던 집 5층을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5층에 있는 우리 옛집 창문에서 보석처럼 불빛이 흘러나왔다. 내가 3살 때 처음 이사 와 8년 동안 살았던 집,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작고 낡고 담벼락 여기저기 구정물 같은 때가 번져 있지만, 그 집은 어둠 속에서 하얀..
2008.05.04 -
전학 첫날
2008.04.28 월요일 나는 교탁 앞에 서서,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듯 놀란 얼굴로, 눈을 다람쥐처럼 일제히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에, 이쪽은 서울에서 온, 어, 서울에서 온 거 맞니?" 하시며 선생님께서 뜸을 들이신 다음, "신능초등학교에서 온 권상우라고 한다!"하고 내 소개를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오오~!"하며 바람 소리 같은 것을 내었다. 선생님께서 "상우야, 친구들한테 할 말 있니?" 하셔서, 나는 "네~."하고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얘들아, 안녕? 우리 앞으로 학교생활 같이 재미있게 잘해보자!" 나는 웃고 있었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내가 다른 데서 왔다고 따돌리거나 무시..
2008.05.03 -
흔들다리 위에서
2008.03.16 일요일 새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돌아오던 중, 너무 배가 고파서 길가에 보이는 식당에 내려 밥을 먹었다. 나는 국밥을 뚝딱 먹어치우고 먼저 밖으로 나와 서성거렸는데, 식당 뒷마당에 특이한 것이 있었다. 뒷마당 끝은 바로 절벽이고, 그 밑으로 운동장만 한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철판을 붙여 만든 기다란 흔들다리가 그네처럼 걸려있었고, 그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식당 마당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신났다고 그 다리 위를 쿵쿵 뛰어다니며 왔다갔다 놀았다. 그러나 뛸 때마다 다리가 끼이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마구 출렁거렸다. 나는 조심조심 발을 내밀어 다리 중간까지 걸어갔는데, 갑자기 나보다 쪼그만 아이들이 내 옆에서 일부러 팡팡 뛰었다. 그러자 다리가 끊..
2008.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