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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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더를 타고 날아요!
2010.04.25 일요일 조금은 늦은 저녁에 가족과 걸어나가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였다. 나는 시험공부에 매달려 있다가 오랜만에 트라이더라는 기구를 타고, 초저녁에 자유로운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트라이더는 킥보드 비슷한 형태인데, 발판이 양쪽에 한 개씩 있고 다리를 오므렸다가 벌렸다가 하면 그 힘으로 앞으로 나가는 기구다. 자전거도 인라인 스케이트도 썩 잘 타지 못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운동 기구였다. 나는 오랜만에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트라이더를 타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영우랑 나는 교대로 트라이더를 탔는데, 서로 한 바퀴만 한 바퀴만 하면서 더 욕심을 내다가, 꽥~하고 으르렁대며 싸우기까지 했다. 엄마는 화가 나서 트라이더를 압수하려 하셨다. 트라이더는 아..
2010.04.29 -
찬솔아, 미안해!
2009.08.05 수요일 해가 끓는 듯한 오후, 영우와 함께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을 반납하고, 다시 새책을 빌려나오는 길에, 배가 출출해서 불타는 토스트 가게에 들렀다. 토스트를 한 개씩 먹고 막 나가려는 참에, 가게를 먼저 나간 영우가 밖에서 손뼉을 치면서, 누군가에게 엉덩이를 샐록샐록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카랑카랑 찢어지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서둘러 가게에서 나와 무슨 일인가 두리번거렸다. 그랬더니 가게 앞에는 우리 반 친구 찬솔이가 있었다. 자전거를 탄 찬솔이는, 이제 바로 우리 앞에 날렵하게 자전거를 세우는 중이었다. 운동을 잘하는 근육질의 찬솔이는, 자전거를 탄 모습이 오토바이를 탄 것처럼 늠름해 보였고, 말을 탄 사람처럼 굳세 보였다. "상우야, 마침 너희 집에 다녀오는 길..
2009.08.06 -
그리운 사람
2009.06.12 금요일 피아노 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오늘따라 따뜻하고 편안한 주황색 햇살이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학원버스 안에서, 3학년 여자 동생 아이랑 여느 때처럼 끝말잇기를 하며 쿡쿠~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내 몸의 혼이 일부 빠져나가는 줄 알았다. 왜냐하면, 창문 바로 옆 인도에 아주 낯익은 사람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버스 바로 옆 잡힐 듯한 거리에서, 조금 앞서 자전거를 타고 여유 있게 달리는 아저씨는, 누군가를 꼭 빼닮았다. 챙이 있는 밀짚모자를 헐렁하게 얹어 쓰고, 하얀색과 하늘색 체크무늬 남방에 허름한 바지를 입고, 바람을 느끼듯 페달을 밟았다 놓았다 하며 그림처럼 달리는 그 사..
2009.06.13 -
대통령의 죽음
2009.05.23 토요일 내 나이 12살인 2009년 5월 23일 오늘, 나는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다가 우리나라의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의 주름진 웃는 얼굴이 자꾸 나오는데, 서거라고 해서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 봉하 마을, 부엉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에 물고 있던 라면이 다시 나와 주르륵 흘러 떨어졌는데도 감각이 없었다. 김밥을 싸는 아주머니도 주인아저씨도 손님도,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자꾸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힐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도대체 무슨 ..
2009.05.25 -
어느 돌고래의 생일 잔치
2008.08.07 목요일 오후 1시, 뚜룰루룰루룰 인터폰 소리가 울렸다. 나는 허둥지둥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치타가 들어오더니 한쪽 손으로는 벽을 짚고, 다른 한쪽 손은 축 늘어뜨린 채 숨을 헐떡거리며, 고개를 조금 숙이고 "돌고래야, 생일 축하해~" 하고 간신히 말했다. 치타는 시간 약속을 지키려고 아침 일찍 학원에 가서 오늘 해야 할 과제를 한꺼번에 몰아서 빨리 풀고 오느라 무지 힘들었다고 하며 계속 숨을 몰아 내쉬었다. 숨을 돌린 치타는 마루에 앉아 "이거 되게 좋은 거야~ 하면 할수록 머리가 좋아져!" 하며 나무 퍼즐 선물을 꺼내 보였다. 나는 피라미드처럼 멋진 나무 퍼즐을 보며 우와~! 하고 입이 벌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다른 친구들이 오지 않아 나는 점점 초조해지..
2008.08.13 -
2006.10.02 자전거
2006.10.02 월요일 나는 근린 공원 트랙 오르막길을 자전거를 끌고서 뒤뚱뒤뚱 오르고 있었다.나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자전거 연습을 하려고 한 목적지, 정자에 도착했다. 나는 너무 오랜만에 타는 거라서 무지하게 떨렸다.나는 조금씩 페달을 밟으며 달리기 시작했다.처음엔 조심스럽게 달렸지만 시시해서 속력을 더 내었다.정말 끝내주게 재미 있었다. 어느새 무서움도 사라졌다.나는 내 주위에 사람들이 부딪힐 것 같으면 클락션을 누르고 브레이크를 잡았다.나는 너무 신이 났다. 땅아래 깔려 있는 단풍잎들이 바퀴와 부딪혀서 불씨 튀는 소리처럼 '타다다닥' 소리가 났다.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질주했다.집에 가는 길은 내리막이라서 쉬웠다.하지만 겁이 좀 나서 일초 간격으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놨..
200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