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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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8강 응원기
2010.06.26 토요일 밤 11시! 결전의 날이다! 한국과 우루과이 선수들이, 경기장 한가운데에 비장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나는 긴장되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고, 소파에 굳어버린 조각처럼 앉아 있었다. 우루과이 국가가 연주될 때, 제목이 '자유가 아니면 영광스러운 죽음을 달라!'여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나는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엄마, 아빠 손을 한쪽씩 잡았다. 우루과이 선수가 공을 잡으면 긴장이 되어, 콧등에 주름을 잡고 엄마, 아빠 손을 더 꽉 끌어당겨 안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공을 잡으면, 콧등에 주름을 풀고 가슴을 휴~ 쓸어내렸다. 전반 전 10분쯤에 우루과이 골이 터졌을 때, 아빠는 "하아~!" 하시며 소파에서 마룻바닥으로 털썩 내려앉으셨다. 하지만, 나는 ..
2010.06.28 -
처음으로 막은 공
2010.06.21 월요일 요즘 나는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놀이터 축구장으로 향한다. 오늘도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민석이, 재호와 축구를 하려고 뛰어나갔다. 영우도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형아, 나도 끼워줘!" 하면서 잽싸게 따라나섰다. 이번에 내가 맡은 역할은 골키퍼이다. 내가 운동을 아주 못한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4학년 처음에도 내 덩치만 보고 아이들이 골키퍼를 시켰는데, 되려 공을 피해서 욕을 먹은 적이 있었다. 골키퍼를 할 때마다 '이번에는 꼭~!' 언제나 굳은 각오를 하지만 번번히 실패만 했다. 이번에는 재호와 한팀이 되어서 나는 골키퍼, 재호는 미드필더다. 나는 옛날에 아빠가 쓰시던 장갑을 가져와 끼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건만 이번에도 번번히 공을 놓쳤다. 4..
2010.06.22 -
2007.05.22 중간 고사
2007.05.22 화요일 오늘은 학교 가는 길이 왠지 학교 졸업하는 날 같았다. 왜냐하면 오늘이 중간 고사 시험을 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특히 긴장이 되었던 과목은 3교시 사회였다. 그 이유는 시험 기간 동안 다른 과목은 열심히 공부하였지만 사회는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였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사회 시험지를 나누어 주실 때 나는 심장이 얼어 붙는 것 같았다. 우리 반 전체는 앞사람이 뒷사람에게 시험지를 넘기느라 "스으윽 칙칙, 스으윽 칙칙." 하는 소리로 가득 찼는데 한 밤중의 귀뚜라미 울음 소리 같았다. 시험지를 받아 들고 1번 문제를 풀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쉬웠고, 무사히 넘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짜릿했다. 뭐랄까?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운 좋게 한칸 한칸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2007.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