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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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읽었습니다!
2010.04.24 토요일 나는 얼마 전 태터앤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이책은 독일에 사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무터킨더'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의 내용을 하나로 묶은 책인데, 독일의 교육 방식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제목부터가 내 마음을 확 끌었다. 하필 요즘이 중간고사 기간이라, 책을 좀 쫓기면서 시간 나는대로 짬짬이 보았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면 다시 오랫동안 마구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 숨은 보물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흥미롭고 갈수록 더 읽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니 눈이 번쩍 뛰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꼴찌'라 하면, 수업은 잘 따라가지 못하고 평균 점수를 한참 이탈..
2010.04.25 -
6학년의 졸업식
2010.02.18 목요일 오늘은 6학년 선배들이 졸업하는 날이다. 우리 5학년은 오늘을 위해, 졸업식 노래를 연습하고 어제 총연습을 마쳤다. 하지만, 나는 6학년을 썩 축하해주고 싶지만은 않았다. 6학년 선배들은 자기보다 나이 어린 후배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욕을 하고, 학교에서도 불량학생처럼 건들건들 걸음도 이상하게 걸었다. 또 머리 모양도 뾰족뾰족하게 하고, 표정도 웃는 얼굴 없이 이상하게 짓고 껄렁껄렁 거리면서, 그게 멋있는 줄 알고 다니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노래 연습을 할 때도 입만 뻥긋 뻥긋하고, 6학년들 앉을 의자를 나르는 일을 할 때도, '도대체 6학년들이 우리한테 뭘 해줬기에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해야 하지?' 생각했다. 심지어는 옆에 있는 애들한테 "야, 넌 6학년들이 마음에 들..
2010.02.22 -
불타는 토스트
2009.07.03 금요일 드디어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는 날개를 단 기분으로 학교 앞, 피아노 학원이 있는 상가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5분, 지금 가서 줄을 서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오늘 상가에서 '불타는 토스트'라는 가게가 문을 여는데, 개장하는 날 특별 이벤트로 낮 12시부터 선착순 200명까지 햄 토스트를 무료로 준다는 광고를, 아침부터 나는 눈여겨보았었다. 상가 앞엔 벌써 공짜 토스트를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줄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이미 줄이 꽉 차 있어서, 나는 줄에 서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줄에 섰다 나갔다를 반복하였다. 그 사이에 우리 반 성환이와 인호가, 노릇하고 두툼한..
2009.07.05 -
지각한 날
2009.06.15 월요일 나는 아침부터 이상한 꿈에 시달리다, 어느 순간 간신히 눈을 떠서 시계를 보았다. 오전 8시 40분! 순간 방안이 흔들리도록 "으악~ 완전 지각이다, 망했다~!" 하고 소리치며, 방바닥에 쌓여 있는 옷을 아무거나 입고, 가방을 들고 뛰어나갔다. "어? 상우야, 그냥 쉬지~." 하시는 엄마의 말소리를 뒤로한 채. 학교 가는 아이는 아무도 없고, 아파트 입구에서 엄마와 손을 흔들며, 유치원 버스를 타는 어린아이들을 보니 왠지 쓸쓸해졌다. 그보다 더 마음을 괴롭히는 건, 아무리 빨리 걸어도 지각을 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급하게 뛰어나오느라, 난 내가 밤새 아팠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걸을수록 기침이 콜록콜록 쏟아지고, 머리는 산처럼 무겁고, 하아하아~ 가슴이 쥐어짜듯 아팠다...
2009.06.18 -
욕하는 아기
2009.02.22 일요일 일요일 저녁, 아빠 친구 가족을 만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우리는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틈을 타서 밥을 대충 먹고, 식당 안에 있는 놀이방 게임기 앞에서 기웃거렸다. 오락기 앞에는 아이들이 전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신나게 타다다닥~ 버튼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쉬운 대로 구경이라도 하려고, 게임을 하는 아이 자리 뒤에 바짝 파고들어 앉았는데, 바로 옆에서 째지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 병신아, 꺼져! 여기는 내 자리야!" 그 소리의 주인공은 아직 걸음걸이와 몸짓도 엉성한 아기였다. 한 3살쯤 되었을까? 우리 바로 옆자리에서 어떤 중학교 2학년 형아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조그만 아기가 비키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다. 그것도 욕을 하면서! 중학교 형아는 아기를 보고 어이가 ..
2009.02.25 -
뚱뚱이는 나만 있는 게 아냐!
2008.11.06 목요일 오늘은 방과 후 열리는 힘찬이 교실에, 처음으로 들어간 날이다. 나는 집에 들러 가방을 내려놓고, 줄넘기를 들고 다시 학교 보건실로 달려갔다. 보건실에는 나보다 먼저 힘찬이 교실에 다니던 친한 친구 경훈이가 와 있었다. 선생님께서 지난주 체지방 측정할 때 내주신, 식사 습관 적어오기 숙제를 검사하시고 나서 "자, 모두 강당으로 가자!" 하셨다. 나는 볼이 포동포동하고 배가 불룩한, 나와 닮은 모양의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며, 잔뜩 긴장이 되었다. 나는 마음이 들떠서 큰소리로 경훈이에게 "지금 우리 뭐하러 가는 거야?"하고 물었다. 경훈이는 "쉿! 지금은 조용히 해야 해. 그리고 우리는 지금 강당에 음악 줄넘기하러 가는 거야!"했다. 강당에 도착하자 보건 선생님께서 새로 온 아이들..
200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