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3)
-
벌아, 쏘지 마!
2009.09.26 토요일 우리 가족은 광릉 수목원 근처에 있는 분재 공원에서 산책했다. 막 분재로 꾸며진 비닐하우스를 구경하고 나올 무렵이었다.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 있는 정원에서, 돌탑을 기지 삼아 영우랑 지구 정복 놀이를 하며 뛰놀다가 엄마, 아빠를 뒤쫓아 가려는데, 갑자기 큰 벌 하나가 내 주위를 붕붕 돌다 사라졌다. 나는 순간 놀랐다가 휴~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오른쪽 목 뒷쪽이 간지러우면서 뭔가 척~ 붙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하며 온몸이 떨렸다. 나는 뒷목에, 물컵에 맺힌 물방울 같은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돌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단지 끌껍 끽~ 침을 반 정도만 삼키며, 두 눈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굴렸다. 그리고 머릿속엔 끔찍한 기억이 ..
2009.09.28 -
운동장에 나타난 좀비
2009.09.11 금요일 요즘 우리 반 남자 아이들은, 급식을 먹고 난 뒤 학교 뒷마당에 모두 모여,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두 명 정한 다음 '좀비 놀이'를 한다. 좀비는 인간에서 변형된 끔찍한 모양의 괴물을 뜻한다. 이 놀이에서는 술래 두 명이 좀비 역할을 맡아, 도망가는 아이들을 잡아 차례차례 똑같은 좀비로 만든다. 사실 술래잡기와 다름이 없는데, 좀비라고 하니 오싹해서 더 짜릿하다. 오늘은 평소 때면 제일 먼저 잡혔을 내가, 행운이 따르는지 도망을 잘 쳐서, 오랫동안 잡히지 않고 살아남았다. 나는 아직 잡히지 않은 형빈이, 현국이, 민웅이와 함께, 뒷마당에서 숨을 곳을 찾아 뛰어다니다, 술래가 잘 찾지 않는 운동장으로 넘어갔다. 처음엔 길잃은 양들처럼 운동장을 헤매다가,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
2009.09.14 -
해파리와 함께 수영을
2008.08.09 토요일 우리 가족은 1년 만에 기지포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왔다. 아빠와 나와 영우는 해수욕을 하려고 나란히, 바다로 이어지는 갯벌을 따라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 썰물이 시작된 때라 바다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우리는 촉촉촉 발자국을 남기며, 바늘처럼 따갑게 내리꽂는 햇볕을 맞으면서 바닷가로 달렸다. 눈앞에 바닷물이 넘실대자 가슴 속이 펑 뚫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와 영우, 아빠는 동시에 멈칫하고 서서, 발끝 앞에 접시처럼 엎어져 있는 어떤 물체를 보았다. 보자마자 해파리란 걸 알 수 있었다. 해파리는 작은 미니 피자 크기였고, 투명한 우유빛이어서, 속에 박힌 4개의 파란 내장 기관 같은 원모양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나는 독성이 강한 붉은 해파리가 아닌 것에 일단 안심했고,..
2008.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