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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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 부모님께 추천하고 싶은 책
- 부모님께 추천하고 싶은 책 2013.07.30 화요일 중학교 3학년, 짧은 여름방학이 흘러간다. 그러나 긴 겨울방학보다 더 천천히, 더위 먹은 거북이가 땅바닥에 앉아 쉬는 것처럼 느긋느긋 지나간다. 방학 시작한 지 3일 째 접어드는 날부터 나는 다시 학교에 가고 싶다고 계속 내뱉을 정도로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더위와 땀띠와 습기로 정지된 시간속에서 우연히 손에 잡힌 귀한 책이 있다. 프리츠 오르트만의 독일 단편소설집 다. 독일문학 번역에 일가견이 있는 북인더갭 출판사의 대표, 안병률 아저씨께서 직접 번역하신 책이다. 작가 이름, 프리츠 오르트만!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는 곳, 곰스크! 참 이름이 낯설고 어렵다. 첫장을 여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이책은 내 손에서 ..
2013.07.31 -
가출
2010.01.07 금요일 '끼이이익~!' 나는 쇳소리 나는 대문을 열고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공기가 내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왔다. 하늘은 바다보다도 더 새파랬고,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햇빛이 쨍쨍했다. 아침부터 나는 답답했다. 방학 내내 추운 날씨가 이어져서, 꼼짝 않고 좁은 방 책상 앞에 앉아 책만 보았더니, 나의 몸은 에너지를 쓰지 못해 뻣뻣하고 근질거렸다. 엄마는 오늘따라 몸이 안 좋으신지, 표정도 안 좋고 잔소리만 하신다. 나는 엄마가 영우에게 잔소리하는 틈을 타서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런데 나는 도망치듯 나와서, 옷을 챙겨입고 나오질 못했다. 얇은 바지 한 벌에 내복을 안 입고 양말도 안 신고, 목폴라에다가 스웨터 하나를 달랑 걸치고 잠바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하늘색과 ..
2011.01.10 -
닿을 수 없었던 경기장
2010.12.05 일요일 나는 아침부터 너무나 들떠 있었다. 그리고 "아빠! 오늘 약속했잖아요!" 하며 아직 주무시는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머릿속에서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바로 태어나 처음으로 축구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직접 생생하게 본다는 사실을! 그것도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 경기를! 며칠 전 내 동생 영우는, 기특하게도 친구에게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우리나라 프로축구 리그)의 챔피언 결정전을 볼 수 있는 표를 얻어왔다. 그것은 어린이 무료권과 어른 50% 할인권이었다. 그런데 어린이는 1명만 무료라서, 나는 아쉽게도 나만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밥 먹다가 투덜거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입장료를 만 원 주시면서 다녀오라고 하셨다. 영우와 나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에 빠져..
2010.12.08 -
과학실 가는 길
2010.06.25 금요일 2교시 쉬는 시간, 교탁에 앉은 선생님과 앞줄에 앉은 경훈이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경훈이가 돌아서서 나에게 "상우야, 마침 잘됐다. 너도 학습부지? 나하고 같이 가자!" 나는 짐작하였다. 바로 다음 시간이 과학 시간인데, 과학 시간에 쓸 실험도구를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부탁이 있으셨던 것이다. 나는 '이번엔 무슨 실험을 할까?' 궁금해하면서 경훈이를 뚱깃뚱깃 따라나섰다. 우리 반에서 과학실로 가는 길은 꽤 멀다. 과학실은 우리 반에서 또르르르~ 계단을 두 층 내려가, 후관 복도를 가로질러서 별관 복도도 가로지르고, 또르르르~ 본관 복도 끝에 있다. 나는 계단과 복도를 미끄럼 질 치며 여행하는 것처럼 길을 나섰다. 가는 동안 경훈이가 "이번엔 전..
2010.06.26 -
산마을에 없는 것
2009.07.01 수요일 이틀 뒤면 있을 기말고사를 앞두고 나는 막바지 공부를 하였다. 사회 과목을 정리하다가 이라는 단원 중, 산촌에 관한 설명과 사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지난 주말에, 아빠의 친한 친구 분들 가족과 문경새재란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보았던 산마을의 모습과 사진이 똑 닮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우기를, 우리나라의 촌락은 농촌, 어촌, 산촌으로 나뉘어 있고, 그중 산촌이 경치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내가 가는 곳마다 시원하고 푸른 속리산 자락이 그림처럼 쫓아오고, 계단식 논밭에 심어진 키다리 옥수수와 산마을 허수아비가 나를 열렬히 환영하듯, 뜨거운 바람에 추와아~ 흔들렸다. 내 입에서는 오직 "우와~!" 하는 탄성만 가슴 밑에서부터 팡팡 터졌다. 그런..
2009.07.02 -
버터플라이를 보고
2009.02.01 일요일 영우랑 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상하게 극장 안은 텅 비어 있었지만, 나는 이 영화가 참 맘에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놀라거나,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거나, 심장이 불타오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소리없는 웃음이 술술 새어나왔다. 이 영화는 나비 수집가 줄리앙 할아버지와, 이웃에 사는 8살 난 여자 아이 엘자가, 이자벨이라는 보기 어려운 나비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여행 내내 고집스런 나비 할아버지와 호기심 많은 엘자의 대화가 끊임없이 흐르고, 그 뒤로 부드러운 산맥과 바람에 춤을 추는 초록색 풀들이 달력 그림처럼 따라다닌다. 나는 줄리앙과 엘자의 대화에 귀가 즐거웠고, 나비 찾아 떠난 아름다운 산 풍경에 눈이 젖었다. 엘자는 너무 어려서 말도 ..
2009.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