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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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습 가는 날
2009.04.24 금요일 나는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학교에서 경기도 용인 민속촌으로 현장 학습을 가는 날이라, 아침 7시 20분까지 운동장에 모이기로 하였다. 얼마나 설레었는지 가방과 돗자리를 메고 집을 나설 땐, 세상 속으로 빨려드는 것처럼 짜릿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처럼 '아, 정말 멋진 체험이구나!'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아쉬운 점 1. 현장 학습을 갈 때, 버스 안은 내가 너무 큰 건지, 버스 좌석이 작은 건 지, 2시간가량 묶여 있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습기가 많아 꿉꿉하고,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완전히 해적선 안에서 포로로 잡혀 있는 기분이었다. 창밖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면, 척박한 공사현장과, 우중충한 구름이 습기 가득한 빨래같이 ..
2009.04.27 -
담임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2008.12 23 화요일 안녕하세요? 차재인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 했던 날들이 눈앞에 뮤직 비디오처럼 펼쳐지면서, 가슴이 좀 먹먹합니다. 제가 전학 와서 아이들과 노느라, 선생님과 더욱 가까이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죽겠어요. 항상 마음은 선생님을 보고 있었지만, 선생님께서는 늘 바쁘셨죠. 저희들 수업도 열심히 가르쳐 주시고, 남자 선생님이라서 학교 행사 때 무거운 짐도 많이 나르시고, 궂은 일도 도맡아 하셨죠. 선생님이 영어와 음악을 재밌게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던 모습과, 선생님 덕분에 컴퓨터 시간에 꼬박꼬박 컴퓨터실에 가서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저는 알아요! 선생님께서는 항상 우리 편이셨다는 걸요! 우리에게 자꾸 기회를 주셨고, 잘못을 꾸짖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고 하..
2008.12.23 -
벚꽃입니다!
2008.04.07 월요일 간밤에 나는 악몽을 꾸었다. 그리고는 아침에 깨어나서 "휴~ 살아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엄마의 잔소리도 왠지 정답게 들렸다. "상우야, 입에 묻은 밥풀 뗘야지! 아구, 그건 영우 신발이잖아! 눈은 어따 둬?" 하고 외치는 엄마에게, 나는 다른 때보다 더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며 "아이~ 해도 쨍한데 좀 봐줘요!" 하며 여유를 부렸다. 아파트 복도를 지날 때,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이제부터 벌어질 뭔가를 알리듯, 눈부시게 파고들어 왔다. 공원 트랙을 따라 학교 머리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진짜 뭔가 벌어졌다. 지난 주말 못 본 사이 거짓말처럼 도롯가에 벚꽃이 일제히 만발했기 때문이다. 연분홍 구름처럼 복실복실 탐스러운 벚꽃 나무들이 기..
2008.04.08 -
기말 고사를 마치고
2007.12.05 수요일 드디어 기말 고사가 끝났다.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3학년의 마지막 기말 고사를 후회 없이 보고 싶어서 일기까지 미뤄가며 열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기말 고사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그건 사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엄마한테 혼나고 걱정까지 들어가며 몰아붙인 벼락치기 공부였다. 내가 왜 그랬을까? 만약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3학년 1년이 허무하게 가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나를 벼락공부로 몰아간 것 같다. 과정은 끔찍했지만 시험날인 오늘만큼은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자신만만했다. 자신에 넘치다 못해 심장이 바람을 꽉 채운 자동차 바퀴처럼 팽팽해져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나는 가방 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2007.12.06 -
얼음 땡
2007.11.23 금요일 급식을 다 먹고 나서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희지가 갑자기 나타나서 "상우야, 얼음 땡 놀이하자!" 그래서 "음, 좋아, 그럼 우석이도 같이 하자!" 했다. 우리는 비를 피해 본관과 별관을 이어주는 통로를 찾아갔다. 그런데 이미 그 통로에는 5,6학년 형들이 모여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눈치가 보여 다른 곳으로 갈까 생각했지만 희지가 용감하게 끼어들어 자리를 잡았다. 내가 먼저 술래다. 우석이는 쉽게 도망가지 않고 한 곳에 서서, 팔짱을 끼고 몸을 건들건들 흔들며 나 잡아봐란 듯이 여유를 부렸다. 내가 달려가 바로 코앞까지 손을 뻗었을 때, 우석이가 "얼음!"하고 외쳤다. 희지는 형들이 잡기 놀이 하는 사이를 너구리처럼 샥샥샥샥 빠져나가며 열심히 도망을 다녔다. 빠른 ..
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