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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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 나는 거리
2008.01.07 월요일 며칠 동안 지겨운 감기를 앓으며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피아노 학원에 가려고 오랜만에 공원 길을 나섰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공기가 다르게 느껴져 살맛이 났다. 겨울 나무들이 빼빼 마른 가지들을 달고 잎도 없이 쭉 늘어서 있었지만, 그 위로 안개가 틈틈이 내려앉아 그 어느 때보다 꿈에 젖어 보였다. 새들도 가끔 날아와 깍깍 울었다. 나는 에 나오는 주인공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첫 번째 모험을 겪었던 곳인 꿈의 나라가 바로 여기 아닌가! 하는 생각에 푹 빠져있다가, 사람들이 덜컹덜컹 약수물통 끄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수터에는 물을 마시는 사람, 물통을 씻는 사람, 물 받으러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도 그 틈에 끼어 서 있다가, 내 차례가 되자..
2008.01.08 -
놀라운 선물
2007.12.26 수요일 크리스마스 날 새벽,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선물을 보고 나는 난처했다. 엄마가 너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선물 받을 가능성이 작다고 말씀하셨었기 때문이다. 나는 섭섭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또 선물 받을 만한 착한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니라서 자격이 없다고도 생각되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그렇게 많이 컸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이젠 산타 할아버지와 선물의 세계에 더 끼어들 수 없는 처지가 된 것 같아 서글퍼져 한숨만 나왔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잠든 영우의 머리맡에 걸어놓은 크리스마스 양말을 몰래 떼어 내 머리맡에 옮겨두고 새벽까지 이불 속에서 뒤척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 뒤에 눈을 뜨자마자 베개 옆에 불룩하게 포장된 선물 꾸러미가 놓인 것을 보고,..
2007.12.26 -
2007.05.22 중간 고사
2007.05.22 화요일 오늘은 학교 가는 길이 왠지 학교 졸업하는 날 같았다. 왜냐하면 오늘이 중간 고사 시험을 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특히 긴장이 되었던 과목은 3교시 사회였다. 그 이유는 시험 기간 동안 다른 과목은 열심히 공부하였지만 사회는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였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사회 시험지를 나누어 주실 때 나는 심장이 얼어 붙는 것 같았다. 우리 반 전체는 앞사람이 뒷사람에게 시험지를 넘기느라 "스으윽 칙칙, 스으윽 칙칙." 하는 소리로 가득 찼는데 한 밤중의 귀뚜라미 울음 소리 같았다. 시험지를 받아 들고 1번 문제를 풀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쉬웠고, 무사히 넘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짜릿했다. 뭐랄까?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운 좋게 한칸 한칸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2007.05.22 -
2006.10.10 계단 뛰기
2006.10.10 화요일 나는 감기가 심하게 들었다. 아무리 해도 낫지 않아 확실히 완치를 할려고 집앞에 있는 큰 병원인 명지병원에 들렸다. 거기서 나는 천식일수도 있다는 소리를 듣고 검사를 해 보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특이한 방법이었다. 4층과 5층 계단을 쉬지 않고 6분 동안 뛰어 오르내리는 테스트였다. '허어어허' 하면서 숨가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올라갔다 하였는데 중간쯤 되는 계단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의사 선생님은 훌떡이는 내 가슴 위에 청진기를 얹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나는 내 심장이 약해 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병명은 운동 유발 천식이라고 나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기관지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오래 걷기를 하라고 하셨다. 폐렴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지만,..
200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