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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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2010.04.11 일요일 찰방! 첨덩! 내가 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난 소리였다. 나는 점점 더 물속으로 다가가서 온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고, 물만 마셔도 토를 하였다. 하지만, 힘을 내어 가족과 함께 '용암천' 목욕탕으로 목욕을 왔다. 그 목욕탕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니, 내 몸이 물에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뒤로 넘어가듯, 철퍼덕~ 소리와 함께 몸을 일자로 하고 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있으니 꼭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내 몸을 받치는 물은 시원했고, 꼭 침대처럼 부드..
2010.04.13 -
사이다 폭발 사건
2010.03.15 월요일 오늘 과학 시간에는 기체가 액체에 녹을 수 있는지, 사이다를 가지고 실험을 하였다. 우선 실험 방법은, 사이다로 관을 꽂아 그 관을 석회수가 있는 관에 연결한다. 그리고 사이다를 흔들거나 꽉 조여서 사이다 안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관을 통해 이동하게 하여 석회수를 뽀글거리게 만든다. 이를 통해 사이다 안에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실험이다. 각 모둠에서는 0.5L짜리 사이다를 한 병씩 준비물로 가져오기로 했는데, 우리 모둠에서는 내가 맡았다. 수업이 시작되고 실험을 위해 사이다 뚜껑을 열기 전, 나는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해서 'TV에서 보았을 때는 사이다를 흔들고 열면, 거품이 폭발하듯 솟구치는데, 정말로 그렇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호..
2010.03.17 -
달 구경
2010.02.27 토요일 "후우아아!~" 숨을 한껏 들이마시니 막혔던 숨이 갑자기 탁 트이는 것처럼, 폐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 혼자서 밤 산책을 나왔다. 요즘 나는 갑갑하다. 일단 우리 가족의 나도 모를, 불안한 미래가 걱정된다. 엄마는 아프시고, 영우는 철부지 상태를 못 벗어나고, 아빠는 힘드시고, 나는 6학년이 된다는 게 왠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난 크면 세상에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쟁자를 부추기는 사회라, 친구도 경쟁자가 되고,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 나는 우울해진다. 난 이제 더 클 곳이 없다는 무게감에 눌려, 왠지 모르는 답답함에 밤길을 나와버렸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5단지를 지나, ..
2010.03.01 -
급하다 급해!
2009.09.17 목요일 학교 끝나고 돌아올 때 석희가 물었다. "상우야, 아까부터 왜 그렇게 똥 씹은 얼굴이니?", "으응~ 계곡에서 괴물이 나오려고 그러거든!", "그러면 우리 집에서 누고 가!" 나는 차마 석희네 집에서 실례할 수 없어서, 헤헤~ 사양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나를 기다렸던 가족들과 급하게 외출을 하느라, 화장실 가는 걸 잠시 잊어버렸다. 그리고 한 두 시간 쯤 흘렀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온몸이 배배꼬이며 배가 꽉 당겨오듯 아팠다. 나는 이예으호~ 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내가 계속 크게 다친 사람처럼 "으아으으!" 하고 탄식하자 가족들은 "상우야, 괜찮니?" 하고 물었다. 나는 "똥이 너무 마려워서 그래요! 아빠, 최대한 빨리 집에 가주세..
2009.09.18 -
닌텐도보다 신나는 음악
2008.11.28 금요일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 하시는 수업은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음악 시간이 특별히 좋다. 선생님께선 언제나 우리에게 여러 가지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시고, 그 음악을 통해서 이상하게 선생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 음악 시간엔 인터넷으로 장조와 단조의 음악을 비교해가며 들려주셨다. 처음엔 클라이슬러가 작곡한 과 을 비교해 들었는데, 느낌이 아주 달랐다. 은 가래떡을 꿀에 찍어 먹는 맛처럼 술술 넘어갔는데, 을 들을 땐, 콩이 많이 박혀있는 떡을 먹는 것처럼 뭔가 불편하고 뭉클했다. 그다음 그리그가 쓴 에 나오는, 을 들었을 때, 우리 반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곡을 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딴 이름 한소리인 셈일 것이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 험난한 모험 길에 오르..
2008.11.29 -
더위 날리는 물총놀이
2008.07.31 목요일 오후 6시쯤 나랑 영우, 예민이와 석희는, 예민이 집 앞에 모여 물총놀이를 시작하였다. 우리 넷은 동시에 손바닥을 위아래로 아무거나 내서, 같은 면을 낸 사람끼리 짝을 지었다. 석희와 짝이 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에서 생수병에 담아온 수돗물을 물총 물탱크에 가득 채웠다. 나는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조금 뒤로 빼서 등을 곧게 펴고,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밀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내 작은 물총에서 코브라가 독을 쏘듯 짜릿하게 '촤아' 하고 가는 물줄기가 앞으로 터져 나왔다. 영우와 같은 편이 된 예민이는, "영우가 우리보다 훨씬 어리니, 내가 항복하기 전까지 절대로 영우를 쏘지 말라!"고 부탁하였고, 그래서 우리는 예민이에게만 물총을 쏘았다. 처음 물총이 발사됐을 ..
200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