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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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주스와 장관님
2010.11.27 토요일 장관실 문은 열려 있었고, 그 문앞에 2명의 묵직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사무실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사제실같이 널찍한 회의실이 횡~하니 있었다. 하지만, 곧 15명의 교과부 4기 블로그 기자단과 교과부의 직원 몇몇 분이 들어오니 금세 자리는 메워졌다. 고건영 주무관님께서는 한명 한명 직원의 소개를 해주셨다. 그사이 오른쪽에 있던 작은 문으로 얼굴은 동글동글 인자하게 생기고, 서글서글한 눈매의 아저씨께서 활짝 웃으며 나왔다. 바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장관님이셨다! 나는 그때부터 살짝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귓불에서 열이 나고 코가 조금 막혔다. 아침부터 나는 머리가 띵한 감기 기운이 있었다. 나는 어쩌다가 보니까 장관님 옆자리에..
2010.11.29 -
왕잉어 뽑기
2010.05.11 화요일 오늘은 1년에 한 두 번 열리는 야시장이, 4단지에서 열리는 날이다. 여러 가지 볼거리와 먹을거리들이 가득해서, 우리 반은 아침부터 야시장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친한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만날 시간을 정했다. 나와 석희도 7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었는데, 석희가 사정이 있어서 나오지 못하여, 영우와 엄마를 졸라 산책하러 나갔다. 4단지에 들어서니 색색의 천막이, 4단지 시작 부분에서 도로 끝 부분까지 이순신 장군의 일자진을 친 듯 휘황찬란하였다. 천막마다 여러 가지 노점상과 즉석 음식점이 나와서, 밝게 핀 등불 아래 오색으로 빛나는 물건들을 잔뜩 풀어놓았다. 책과 장난감, 아이스크림과 문어 빵, 떡볶이, 어묵, 통닭, 작은 바이킹, 술과 안주 가게, 금 매매 하는 곳, 그리고 ..
2010.05.13 -
시간은 소중하다!
2009.05.10 일요일 지난 금요일 선생님께서, "조금 있으면 학교 신문을 발행할 예정인데, 5,6학년은 주장하는 글을 올리기로 했어요. 자~ 여기에 글을 써낼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하셨다. 나는 자신 있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오늘 낮 곰곰이 생각한 끝에, 시간의 소중함을 주제로 글을 썼다. 다 쓰고 난 뒤엔 한번 쭉~ 읽어보고 '흠~ 그런대로 괜찮군!' 생각했다. 그런 다음, 집 근처에 있는 트램펄린 놀이터가 문을 닫을까 봐, 시계를 본 뒤 놀이터로 부랴부랴 달려나갔다. 주장하는 글 - 시간은 소중하다 시간이란 마치 마라톤 같다. 절대 끝이 안 날 것 같다가도, 언젠가는 끝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죽음 직전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모든 시간이 정리되면서 사람마..
2009.05.11 -
처음 먹어본 술
2009.01.25 일요일 오전 내내 엄마와 고모가 설날 제사상에 차릴 음식을 만드시고 나서, 점심 시간이 되었다. 어른들은 밥상을 차리고, 마지막으로 정수기 물통만큼 커다란 유리병을 어디선가 꺼내왔다. 그리고 그 안에 가득 담긴 진보라색 포도주를, 삼각주 모양의 폭이 좁은 투명한 컵에 조금씩 따라, 각자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할머니의 식사 기도가 끝나고, 어른들은 '짜작!' 소리 나게 건배하고 포도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나는 포도주의 진한 보랏빛에 자꾸 마음이 끌렸다. 포도 주스처럼 달고 시원한 맛이 날 것 같았다. 바로 내 옆에 앉은 엄마 포도주 잔을 보며 자꾸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뜻밖에 할아버지께서 "상우도 한 번 마셔 봐! 이다음에 술도 마실 줄 알아야 혀." 하시는 거였다. 나는 "네, ..
2009.01.28 -
2007.09.24 할아버지의 다리
2007.09.24 월요일 보름달이 밝게 뜬 추석 전날 밤, 막내 고모와 나는, 술에 취해 쓰러지신 할아버지의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나는 할아버지의 다리를 두 손으로 한 웅큼 잡았다가 놓았다가 하며 꾹꾹 주물러 드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상우가 손 힘이 아주 좋구나."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더욱 힘을 주어 정성껏 주물러 드렸는데, 할아버지께서 "가운데 다리는 주물르지 말아라." 하시는 것이었다. 고모에게 "가운데 다리가 뭐예요?" 하고 물었더니 고모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가운데 다리는 여기를 말하는 거다." 하며 할아버지의 고추 부분을 가리켰다. 할아버지 다리를 계속 주무르니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 다리도 엄마 다리도 내 다리도 살이 있어 통통한 편인데 할아버지는 뼈만 남아 앙상한 나뭇가지 ..
2007.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