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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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8강 응원기
2010.06.26 토요일 밤 11시! 결전의 날이다! 한국과 우루과이 선수들이, 경기장 한가운데에 비장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나는 긴장되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고, 소파에 굳어버린 조각처럼 앉아 있었다. 우루과이 국가가 연주될 때, 제목이 '자유가 아니면 영광스러운 죽음을 달라!'여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나는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엄마, 아빠 손을 한쪽씩 잡았다. 우루과이 선수가 공을 잡으면 긴장이 되어, 콧등에 주름을 잡고 엄마, 아빠 손을 더 꽉 끌어당겨 안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공을 잡으면, 콧등에 주름을 풀고 가슴을 휴~ 쓸어내렸다. 전반 전 10분쯤에 우루과이 골이 터졌을 때, 아빠는 "하아~!" 하시며 소파에서 마룻바닥으로 털썩 내려앉으셨다. 하지만, 나는 ..
2010.06.28 -
승부가 뭐길래!
2009.02.07 토요일 4교시에 국화 반과 축구 시합을 하였다. 안개 때문에, 오늘따라 운동장을 감싸는 공기가 음침하게 느껴졌다. 국화 반이 어떤 반인가! 유난히 운동을 좋아하는, 덩치 크고 기운 팔팔한 아이들이 몰려있기로 이름난 반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되자마자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격전이 펼쳐졌다. 나는 수비수로 뛰면서 비정한 눈빛의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국화 반 아이들에게 은근히 기가 죽었다. 하지만, 겁먹은 티 내지 않고 눈썹에 힘을 주고, 이를 앙 문 채 밀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는 곰이 아니다, 사자가 되어야 해, 공을 놓치지 말자!' 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안간힘을 썼는데, 전반전은 2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전이 들어서자, 우리 송화 반은 더 악착같이 달렸다. 특히, 준렬이, 성환이..
2009.02.09 -
끔찍한 축구 시합
2008.05.16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운동장에 나가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시합을 하였다. 남자들은 제일 축구 잘하는 아이 2명을 주장으로 뽑고, 뽑힌 주장 2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자기 팀에 넣고 싶은 애를 차례대로 집어넣었다. 팀이 다 채워져 가고, 나 말고 3명이 남았다. 나는 이성환이라는 애가 주장인 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성환이는 나를 자기 팀에 넣어주지 않았다. 시합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나는 수비수 할 거야! 나는 공격 미드필더 할 거야! 하면서 역할을 정하는데, 나는 뭘 해도 못하니 딱히 할 게 없어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내가 몸집이 커서 공을 잘 막을 것 같다고, 아이들이 우르르 나를 골키퍼로 몰아세웠다. 난 마음속으로는 '어어, ..
2008.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