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7)
-
가을 솜사탕
2013.09.07 토요일 오후 5시, 여의도 공원에 도착해 중앙 야외 무대를 찾았다. 동생 영우가 속한 매동초등학교 탈춤 동아리가 이제 막 공연을 시작하려고 하였다.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무슨 행사라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단지 아침에 영우가 "오늘 내 탈춤 공연 보러 올 거야? 올 거면 평생학습 축제장으로 와! 올 거야?" 되물었는데, 무뚝뚝한 소리로 "시간 없어." 했던 것이 기억 난다. 중간고사 준비로 시간을 쓰려 한 주말이었고, 초등학교 6학년 탈춤 공연을 내가 꼭 봐야되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날 설득하셨다. 영우가 탈춤 공연에 참가하고 싶어 오디션을 봤는데, 학교 대표로 뽑혀서 대회에 출전하는 거라고, 여름내내 땀 흘려 연습한 공연인데 함께 가서 축하해 주는 게 좋지 않겠니? 하..
2013.09.08 -
까마귀를 만나다!
2010.06.11 금요일 오늘은 아침에 머리가 띵하고 기침이 나와서, 학교에 15분 정도 늦게 출발하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하늘엔 드문드문 찢어진 솜사탕 같은 구름이 파랗게 퍼져 있었다. 해는 쨍쨍하게 빛나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스팔트 차도 위는, 공기가 열을 받아서 흔들흔들 보였다. 중학교 담장을 끼고 쭉 지나는데, 아파트 쪽으로부터 무언가 검은 점 같은 물체가, 날아서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더워서, 멀리서 날아오는 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그 검게 하늘을 나는 물체에 말을 걸었다. '내려와, 내려와서 내 앞에 가로등 위에 앉아 보렴!'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2010.06.13 -
꼴찌는 지겨워!
2009.05.01 금요일 어제 중간고사가 끝났고, 오늘 작은 체육대회가 열렸다. 마지막 5학년 반 이어달리기 시합, 드디어 내가 출발선에 섰다. 나는 주먹을 으드드 쥐어보았지만, 반대로 다리는 힘이 풀렸다. 뒤따라 주먹을 푼 손도 핸드폰 진동처럼 부르르 떨렸다. 사실 난 아침에 달리기 시합 때문에 일어나기가 싫었다. 달리기를 안 할 순 없을까? 왜 꼭 달리기를 해야 하는 거지? 여차하면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새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지금 고개는 앞으로 향하고 오른손을 뒤로 뻗어, 애타게 우리 반 선수에 바톤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내 손에 하얀 바톤이 들어왔다. 나는 땅을 보고 다리를 한껏 벌리려고 애썼다. 그리고 두 손을 귀밑까지 번갈아 올려가며 속으로 '핫둘, 핫둘!' 뛰었다. 계속 뒤로..
2009.05.03 -
벚꽃 축제가 뭐 이래?
2009.04.11 토요일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지방에 있는 어떤 마을에서 열린다는 벚꽃 축제를 보러 갔다. 나는 난생처음 가보는 벚꽃 축제라서 마음이 퐁퐁 들떴다. 그런데 한적한 시골 길을 들어서니 이정표도, 벚꽃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수시로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아저씨, 할머니에게 벚꽃 축제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면 "그냥 길 따라 쭉 가면 나와유~" 하셨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우리를 따라오는 나무들과 넓은 밭에서 뛰어다니는 노루를 보고, 마구 마구 손을 흔들어주었다. 우리 차도 신이 나서 '부우우' 소리 내며 축제장을 향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이 달려갔다.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더럽고 작은 하천이 흐르는 곳 근처, 자갈밭에 차를 세우셨다. 나는 어리둥..
2009.04.13 -
고무 판화는 살아있다!
2008.05.27 화요일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이면지를 나누어 주시며 "너희들이 판화에 새기고 싶은 그림을, 이 이면지에 밑그림으로 여러분 마음껏 그려보세요!" 하셨다. 나는 이면지에 화분에 심은 예쁜 꽃 한 송이를, 물결 치는 듯한 느낌으로 그렸다. 밑그림을 다 그리고 나자, 이제 우리가 이면지에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고무 판화에 옮겨 조각칼로 새기기 시작했다. 이 작업이 상당히 까다로워, 우리는 땀을 흘리며 끙끙 조각칼로 그림을 새겼다. 나는 조금 더 쉽고 잘 그릴 수 없나 생각하다가, 이면지에 그린 그림을 고무 판화에 올려놓고, 연필 자국을 따라 칼로 살살 본을 떴다. 그렇게 하니까 힘도 덜 들고 새기는 것이 더욱 즐거워졌다. 이면지를 치우고 고무 판화 위에 남은 꽃 모양을 더 크고 굵게 새겼다. ..
2008.05.31 -
시소
2008.02.04 월요일 학교 수업 마치고 우석이랑 나는, 우석이네 옆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에 들어가 놀았다. 마침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석이는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서서 아파트 화단을 내려다보며, "저기 고양이다! 안녕, 고양아! 귀여운 고양아!" 하고 외쳤다. 그러자 우석이 목소리가 빈 놀이터 안을 쩌렁쩌렁 울리면서 검정 고양이가 놀라 허더덕 달아났다. 나는 모래성을 쌓다가 시소를 타고 싶어 우석이와 시소 양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우석이와 내 무게 차이가 커서 내 쪽으로만 시소가 기울었다. 그래서 내가 시소 앞칸으로 얼른 옮겨 앉았는데, 시소가 탄력 있게 통통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 못하고, 우석이만 공중에 떠있고, 나는 우석이 반만큼만 간신히 올라갔다가 끼이익 내려왔다...
2008.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