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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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지
2007.12.15 토요일 1교시부터 2교시에 걸쳐서 우리 반 인 편지 쓰기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 쓰는 이 편지는, 3학년에 쓰는 마지막 편지다. 1년 동안 번호대로 매주 토요일 아침, 친구들이 쓴 편지를 한데 모아 묶음 집을 만들어 나누어 받았는데, 이제 우리 반 끝번호에 속하는 4명을 남기고 오늘따라 우리 3학년 4반은 다른 때보다 정성스럽게 또각또각 편지를 쓰고 있다. 모두 여학생 4명이었는데, 나도 마지막이니만큼 불만스러웠던 점이나, 감정을 상하게 할만한 이야기는 자제하고, 그 아이의 좋은 점과 재미난 추억을 위주로 부드럽게 써내려갔다. 특히, 잘 울어서 왕따를 당하는 연희에게는 내가 겪었던 왕따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위로를 해주었고, 극복해내기를 바란다고 썼다. 입이 험한 주연이에게는 예쁜 말을..
2007.12.16 -
2007.09.08 오페라
2007.09.08 토요일 나는 처음에 청소년 수련관 가족 극장 안으로 이어지는 긴 줄을 보고,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하였지만 들어가 보니 좋은 자리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무대가 잘 보이는 좋은 자리에 앉아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첫번째 공연은 였다. 우리 말로 라고도 부르는 이 공연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라서 슬프고도 감명 깊었다. 특히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사랑과 자신이 살아왔던 문란한 생활을 두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며 부르는 노래는 마치 선과 악을 두고 고민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모습같아서 흥미로웠다. 두번째 공연 은 가난한 시인과 착하고 가난한 여자 미미와의 쓸쓸한 사랑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공연은 내용이 쓸쓸해서 그런가, 보는 내내 마음 속이 춥고 겨울..
2007.09.08 -
2006.08.07 생일
2006.08.07 월요일 나는 지금으로부터 9년 전 8월7일 밤 열한시 10분에 태어났다. 우리는 그 시간에 케익을 자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졸려서 노골 노골 눈이 자꾸 감겼다. 나는 케익에 얼굴을 파묻고 자버리고 싶었다. 영우는 벌써 잠이 들었다. 11시가 되니까 엄마는 생일 축하 음악을 틀어 주셨다. 그것은 너무 신나고 멋진 기타 곡이었다. 아빠 엄마는 기타 곡에 맞추어 박수를 치며 기뻐하셨다. 그리고 "우리 밤호랑이 생일 축하해." 하고 외치셨다. 늦은 밤이지만 하늘에 둥근 달도 내가 태어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2006.08.07 -
2006.04.23 채송화는 왜 피지 않을까?
2006.04.23 일요일 4월의 말이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채송화는 아직도 아직도 봉오리조차 맺힐 생각이 없는지 더 땅 속으로 들어 가는 것 같다. 4월 1일 같이 심었던 강낭콩은 벌써 곤충들의 야자수처럼 무성하게 자랐는데 채송화는 처음에 싹이 났던 그대로다. 나는 슬프고 걱정이 되어 '채송화야 네가 싹으로 태어난지 한달이 다 돼 가는데도 크지를 않으니 어떻게 된 일이니? 무엇이 부족하니?' 라고 말한다. 혹시 내 사랑이 부족했다면 어쩌나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
200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