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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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와쨔쨔님과 저녁 식사를!
2011.02.16 수요일 스르르르~ 회전문이 열리고, 거기서 대학생처럼 젊은 아저씨가 저벅저벅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총처럼 세워서 나를 가리키고 "상우님, 맞으시죠?" 하였다. 나는 "네, 맞습니다! 뿌와쨔쨔님!" 대답하였다. 오늘은 5년 만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잠깐 짬을 내어 들르신, 유명한 블로거 뿌와쨔쨔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깨끗하게 머리도 감고, 뿌와쨔쨔님과 만날 준비를 여유롭게 해서 나가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조금만 더 놀자는 친구들의 유혹에 못 이겨 결국 집에도 못 들리고,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뿌와쨔쨔님을 만나러 광화문 올레스퀘어로 달려갔다. 다행히 약속시각에 늦지않아 올레..
2011.02.19 -
영광의 줄다리기
2010.05.13 목요일 6교시 합체 시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교실 뒤에 줄을 서서, 운동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오늘은 줄다리기를 할 거예요!"라고 예고해 주셨다. 그러자 순식간에 아이들 입에서는 "아~"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분위기가 부풀어지다가 가라앉아버려 김이 빠진 빵처럼! 우리 반은 언제나 줄다리기를 하면, 5등 아니면 꼴찌를 하였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나가서 6학년 4반과 대결한다는 소리를 듣고도, 여전히 김빠진 사이다처럼 시큰둥하였다. 경훈이는 벌써부터 "졌어, 졌네~" 하였다. 우리 반과 4반의 차례가 되었다. 여기서 이기면 준결승에 나갈 수 있다. 나는 키가 큰 아이들과 앞에 있어선지, 긴장되기는 마찬가지고! 징소리가 "댕엥~" 울리고 일제히 모든..
2010.05.16 -
나뭇잎 나라
2007.11.04 일요일 날씨도 좋고 햇빛이 아까워 우리 가족은 물과 김밥과 새우깡을 싸가지고 서둘러 공순영릉으로 갔다. 공순영릉에 가니 많은 가족들이 가을을 느끼려고 우리처럼 나무 냄새도 맡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공순영릉 안의 산책 길은 노랑, 주황, 갈색, 황금 빛 나뭇잎들이 카페트처럼 촤르르 깔려 있었는데, 어떤 곳은 발이 움푹 빠지도록 쌓여서 혹시 수렁이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하였다. 겁이 없는 영우는 온 공원 안을 내 세상이다 하고 벼룩이처럼 폴짝 폴짝 뛰어다녔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날개처럼 펼치고 "부엉 부엉!" 외치며 뛰어다니는 영우의 모습이 숲의 왕자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그 모습이 부러워 아픈 내 신세가 처량하게만 느껴졌고, 피톤 치드라도 마음껏 들이마시자고 코로 ..
2007.11.07 -
2007.10.26 단풍 물든 공원 길
2007.10.26 금요일 피아노 학원 마치고 지도 공원 트랙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아파트가 보일 때 쯤 어떤 아이와 아이 엄마가 아주 예쁜 나뭇잎 몇 장을 손에 들고 가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니, 저렇게 예쁜 나뭇잎을 어디서 구했지?' 하고 눈이 왕방울만큼 커져서 주위의 나뭇잎들을 한 번 살펴보았다. 그때부터 눈 앞에 단풍 나무들이 쑥쑥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빨강, 노랑, 주황색의 나뭇잎들이 어울려 붉은 은하수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눈부셨다. 내 마음도 활짝 열리면서 빨갛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고, 그러면서 추위에 움츠렸던 몸도 빨간 빛에 녹아 따뜻해졌다. 불처럼 빨간 단풍잎, 윤기 나는 바나나 껍질같은 노란잎, 잘 구워진 빵처럼 보드라운 갈색잎!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싫증나지..
2007.10.27 -
2006.08.02 토스트 아저씨
2006.08.02 수요일 나는 아침 산책을 하다가 공원 입구에서 토스트 파는 트럭을 발견하였다. 마침 배가 고파서 햄치즈 토스트를 주문하였다. 그러자 토스트 아저씨는 네모난 철판 위에 빵을 얹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뒤집었다. 햄 두 겹을 빵 사이에 끼우고 그 밑에는 양상추를 깔고 위에는 치즈를 얹어 주었다. 토스트를 만들고 있는 아저씨의 얼굴에는 폭포처럼 땀이 흘러 내렸다. '이런 더운 여름에는 토스트 장사보다 아이스크림 장사가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200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