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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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음악회 감상문
2011.08.18 목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거셨다고 한다. 개학한 지 3일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방학 숙제를 안 내서 꼭 가져오라고! 나는 '어마, 뜨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난처하였다. 우리 선생님은 음악 선생님이라서, 클래식이나 국악 연주회를 직접 보고 소감문을 한 편 써오라는 방학 과제물을 내셨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얼렁얼렁 미루다가, 내가 찜한 덕수궁에서 열리는 무료 재즈음악회 기한을 놓치고 말았다. 갑자기 음악 감상문을 쓰려니 막막했다. TV에서 보았던 에 대한 감상을 써볼까? 아니지, 클래식 음악이어야 한댔지? 나는 낯익은 한 편의 클래식 음악을 인터넷에서 찾아 들으며 즉흥적으로 감상문을 작성했다. 내일 선생님께서 이 감상문을 받아주실지 모르겠지만, 과제물에..
2011.08.21 -
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상우일기>가 MBC에 나오는 날!
2011.06.24 금요일 나는 처음에 촬영한다고 들었을 때, 큰 자동차 2대 정도가 우리 집 앞으로 와서, 조명 장치와 스피커 같은 것을 든 채, 좁은 우리 마당에 거대하고 대포 같은 카메라를 밀고 들어올까 봐 은근히 겁을 먹었다. 하지만, 정작 온 것은 젊은 PD님 한 분과 삼발이가 달린 카메라였다. 나는 사람 1명과 카메라 1대라면 충분히 긴장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MBC 방송국에서 새롭게 시작한 라는 프로그램인데, 지금까지 4회 정도 했고, 모두 쟁쟁한 블로거들이 출연했다. 한 달에 포스팅도 얼마 안 하는 내가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정말 가슴이 벅차고 믿기지 않았다. 학교 끝나는 대로 일찍 와 방 청소를 하면서도, 오늘 내가 방송에 나올 촬영을 한..
2011.07.02 -
하수구 물세례를 맞은 날
2011.05.20 금요일 지금 내 몸에서는 하수구의 폐수 냄새가 나고, 온몸이 찝찝하도록 꼬질꼬질 더러운 똥물이 묻어 있다. 게다가 하늘에서는 "투 툭, 투 톡~!" 비까지 내리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비참한 기분이 안 든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필립이와 지홍이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도롯가에 하수구 공사를 했는지, 하수구 뚜껑이 열려 있었다. 하수구 안에서 나온 걸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물질과 비가 뒤섞여, 인도와 차도 사이에 신기한 물감 같은 액체가 엄청 고여 있었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나와 친구들은 호기심이 들어 하수구 앞에 가까이 가 보았다. 구멍이 뚫린 하수구는 안까지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구더기 같은 벌레들이 꾸물꾸물 거리고 있었다. 필립이는 "상우야! 이거 되게 불쾌하다! 빨리 가자!" 하..
2011.05.24 -
겨우겨우 도착한 학교
2010.10.20 수요일 오늘은 중간고사 날이고, 내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나는 지난번 시험에서 자신감이 지나쳐, 덤벙대다가 두 문제씩이나 답을 건너뛰었었다. 어이없는 실수에 눈물까지 흘렸던 나는 이날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어제 시험 마무리 준비를 슬슬 잘 해나가다, 수학 3단원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새벽 1시를 넘겨 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다. 여러분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아직 초등학생이고 6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로 늦은 시각이었다. 나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피곤했지만, 6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6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나는 종로 3가 역에서 무사히 동두천행 1호선 열차를 탔다. 스르르~ 안심하면서 '조금만 눈 좀 붙이는 거야, 조금만~' 생각하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
2010.10.21 -
자장면 한 그릇
2010.07.03 토요일 오늘은 우리 동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자장면 집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여는 날이다. 그래서 그 기념으로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자장면을 한 그릇에 천 원에 파는 행사를 했다.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타고 자장면 집에 도착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사람이 미어터지도록 많았다. 마침 비 온 뒤 날이 개자, 아파트의 모든 가족이 자장면을 먹으러 나온 듯, 쭉 이어진 줄은 세상 끝까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겨우 마지막 줄에 껴서 턱걸이로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기말고사 후유증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그래서 늦게 일어나서 허둥지둥 학교 가느라 아침을 못 먹었고, 토요일이라 급식도 안 나왔다. 지금은 오후 1시 30분! 서서히 배가 졸이듯 고파왔다. 난 처음에 참..
2010.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