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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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떨어진 영화, 변호인
2013.12.23 월요일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내가 초등학생이라 어려서 그분을 잘 몰랐다. 그저 어른들 대화를 통해 흘려 들은, 너무나 인간적인, 소탈한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아, 그리고 그분은 어른들 술자리에서 욕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그때 태어나서 아빠가 서럽게 우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아기 때 내가 폐렴에 걸려 응급실에서 죽었다 살아났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아빠가, 두루마리 휴지 한통을 다 쓸 정도로 슬퍼했던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나는 그 죽음의 이유가 너무 어이없음에 분노했고, 한나라의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되었다. 서민 출신이고,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했던 민..
2013.12.24 -
꽃보다 귀한 손님
2010.01.09 일요일 교과부에 송고할 기사를 작성하려고 서울 국립과학관을 찾았다. 마침 할머니도 컴퓨터를 배우는데 숙제라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셔서 함께 길을 나섰다. 엄마랑 할머니랑 나는 갈 때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올 때는 버스를 탔다. 우리는 취재를 마치고 뿌듯한 기분으로, 과학관 앞에서 파는 붕어빵을 와작와작 과자 먹듯이 씹어먹었다. 너무 뜨거워 여기저기 팥을 떨어뜨리면서! 그리고 성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던 272번 버스는 곧 도착하였고, 우리는 버스 안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쏙 들어갔다. 버스는 출퇴근 시간도 아니었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할머니는 운전기사 아저씨 뒤편 셋째 자리에 앉으시고, 나와 엄마는 할머니 앞에 서서 덜컹거리는 버스와 함께 휘청거리면서 갔..
2011.01.13 -
추운 골목길
2010.12.15 수요일 오후 4시쯤, 나랑 영우는 그냥 산책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다. 오늘 아침, 날씨가 매우 춥고 감기 기운이 있어 학교에 가지 못하였다. 오늘은 교과부 블로그 원고 마감일인데, 그 바람에 나는 잠을 푹 자고 기사를 여유롭게 송고할 수 있었다. 매번 기사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 글을 격식에 맞추어 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그러나 엄청 재미있고 보람 있다. 기사를 송고하고 오랜만에 끙끙거리며 누워 빈둥거리다가 엄마가 해준 카레를 든든하게 먹고 나왔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고 내 귀는 1분도 못 견디고 얼어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세상에나! 나는 잠바 속에 얇은 옷 두 개만 껴입고 목도리를 하고 나왔는데, 잠바가 내 몸보다 살짝 큰 것이 문제였다. 큰 잠바를 입어서 허리..
2010.12.16 -
닿을 수 없었던 경기장
2010.12.05 일요일 나는 아침부터 너무나 들떠 있었다. 그리고 "아빠! 오늘 약속했잖아요!" 하며 아직 주무시는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머릿속에서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바로 태어나 처음으로 축구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직접 생생하게 본다는 사실을! 그것도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 경기를! 며칠 전 내 동생 영우는, 기특하게도 친구에게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우리나라 프로축구 리그)의 챔피언 결정전을 볼 수 있는 표를 얻어왔다. 그것은 어린이 무료권과 어른 50% 할인권이었다. 그런데 어린이는 1명만 무료라서, 나는 아쉽게도 나만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밥 먹다가 투덜거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입장료를 만 원 주시면서 다녀오라고 하셨다. 영우와 나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에 빠져..
2010.12.08 -
회는 무슨 맛일까?
2009.03.28 토요일 오늘 우리 가족은 서울에서, 아빠 친구 가족들과 모임을 했다. 오랜만에 대구에서 오신 동규 아저씨 가족을 환영하는 모임이기도 했다. 특히 동규 아저씨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아줌마는, 내 블로그를 많이 칭찬해주셨다. 우리는 처음에 고깃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다. 그러나 고깃집에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럽고 연기가 부글부글 나서 아기에게 안 좋겠다고, 지하에 있는 횟집으로 발을 돌렸다. 지하상가는 무지 썰렁했고, 횟집도 조금 허름해 보이고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우르르 들어가니 횟집이 꽉 찼고 주인아줌마의 동작이 빨라졌다. 난 회를 별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내키지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상을 붙이고 방석을 깔고 아빠는 아빠 친구들과 모여 앉고, 엄마는..
200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