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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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태양
2009.12.03 목요일 5교시 과학 시간 그렇게 기다려왔던, 우리가 사는 태양계를 배우는 우주 단원에 처음 들어갔다. "모두 과학책 65쪽을 펴세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아이들은 모두 매끄럽게 수루락~ 책을 펼쳤다. 우주 단원의 첫 장은, 보석처럼 총총총 우주에 박힌 별들과 인공위성, 그리고 가장 멀리에서 찬란한 빛을 비추는 태양이 있는 그림으로 시작하였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마치 내가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우주와 맞닥뜨린 것 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선생님께서 리모컨을 멋지게 잡고 TV 화면 쪽으로 손을 쭉 뻗어 버튼을 누르셨다. TV에는 과학책과 비슷한 그림이 떴다. 선생님이 바로 의자에 앉아 컴퓨터 마우스를 토돗~ 네 번 누르시고 나니까, TV 속 그림 위에 노란색 네 가지 글귀들..
2009.12.05 -
여름 밤, 모깃불을 피워요!
2009.07.25 토요일 밤이 되자 텐트촌은 모기들이 나타나 시끄러웠다. 텐트촌 관리 아저씨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여기저기서 모깃불을 피우느라 바빠졌다. 나도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모기불 피우는 법을 익혔다. 텐트촌 가장자리에, 마른 소나무 잔가지가 짚더미처럼 수북이 쌓여 있는 데가 있다. 우리는 거기서 소나무 잔가지를 한 아름 주워들었다. 아빠는 우리 텐트 앞마당에 흙을, 꽃삽으로 싹싹 파서 둥근 구덩이를 만드셨다. 우리는 그 구덩이에 소나무 잔가지들을 넣었다. 그런 다음 아빠는 권총같이 생긴 화염 방사기의 끝을 잔가지에 겨냥하고 방아쇠를 딱~ 당겼다. 불은 한 번에 나오지 않고, 몇 번을 딱딱딱딱 하니까, 기다란 총 끝에서 시퍼런 불이 튀어나와 소나무 잔가지들을 감쌌다. 소나무 잔가지들에 불이 붙기 ..
2009.07.29 -
신나는 캠프파이어 - 상우의 야영일기 3탄
2009.05.27 수요일 5학년 전부 운동장 가운데 쌓아놓은 장작더미를 중심으로 모여, 크게 원을 만들었다. 이윽고 야영장 안에 있는 가로등, 야외무대 불빛이 모두 꺼지고, 우리는 어둠 속에 묻힌 고양이들처럼 눈만 반짝거렸다. 우리 반 반장이 5학년 대표로 나가, 끝에 불이 붙은 기다란 막대기를 깃발처럼 높이 들고, 원을 한번 돌다가 장작 앞으로 갔다. 그리고 막대기 끝으로 장작더미를 툭 건드렸더니, 순식간에 장작더미에 불이 파아~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내 눈에 불빛이 들어왔다. 마치 태양이 졌다가 다시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 "와아아~" 하품하는 것처럼 점점 입을 크게 벌리고 불꽃을 바라보았다. 불길은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라 금방이라도 다른 곳으로 튀어 날아갈 것 같이 거세게 타올랐다...
2009.06.04 -
마법의 실 - 도덕 시간에 읽은 이야기
2009.03.23 월요일 언젠가부터 도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 시간 중 하나가 돼버렸다. 저학년 땐 주로 규칙과 질서를 배우느라 지루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생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선생님께 책에 없는 이야기도 덤으로 얻기 때문이다. 4교시 도덕 시간, 오늘도 6모둠의 중진이부터 이라는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였다. 은 내가 지난 봄방학 때 5학년 교과서를 새로 받자마자, 심각하게 읽었던 내용이라서 자세를 잡고 귀를 쫑긋 세웠다. 어떤 건강하고 젊은 12살 소년이, 공부하기가 싫어서 나무 밑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한 노인으로부터, 자신의 시간을 상징하는 은공과 그 공에 박혀있는 금실을 받는다. 그 실을 가만히 놓아두면, 시간은 정상적으로..
2009.03.24 -
처음 먹어본 술
2009.01.25 일요일 오전 내내 엄마와 고모가 설날 제사상에 차릴 음식을 만드시고 나서, 점심 시간이 되었다. 어른들은 밥상을 차리고, 마지막으로 정수기 물통만큼 커다란 유리병을 어디선가 꺼내왔다. 그리고 그 안에 가득 담긴 진보라색 포도주를, 삼각주 모양의 폭이 좁은 투명한 컵에 조금씩 따라, 각자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할머니의 식사 기도가 끝나고, 어른들은 '짜작!' 소리 나게 건배하고 포도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나는 포도주의 진한 보랏빛에 자꾸 마음이 끌렸다. 포도 주스처럼 달고 시원한 맛이 날 것 같았다. 바로 내 옆에 앉은 엄마 포도주 잔을 보며 자꾸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뜻밖에 할아버지께서 "상우도 한 번 마셔 봐! 이다음에 술도 마실 줄 알아야 혀." 하시는 거였다. 나는 "네, ..
2009.01.28 -
던져라, 눈 폭탄!
2009.01.17 토요일 나는 오후 늦게 영우와 집 앞 놀이터로 나갔다.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니 너무 행복해서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뽀드득 치익~ 내리막길을 미끄러지자, 놀이터 입구에 우뚝 솟은 오두막 집이 보였다. "어! 저기 경훈이다!' 나는 오두막 옆쪽에서 걸어나오는 친한 친구, 경훈이와 동생 지훈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나와 영우는 "툭 파사사~" 눈길을 제치고, 경훈이와 지훈이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우리가 달려오는 걸 알아차린 경훈이가,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지훈이에게 말했다. "쟤네들 분명히 우리한테 눈 던진다!" 경훈이 말이 딱 맞았다. 나는 경훈이에게, 영우는 지훈이에게 눈 뭉치를 던졌다. 내가 던진 눈이 경훈이 잠바에 "펑~!" 맞으며, 경훈이가 "오메~!" 하고 소..
2009.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