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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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필기가 중요해!
2010.09.09 목요일 요즘 나는 멀리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녀서 그런지, 학교 수업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소중하다. 내가 4개월 동안이라는 기간을 허투루 보내면, 그저 시간만 때우는 꼴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 한 글자라도 놓치기가 싫다. 그래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선생님께서 칠판에 써주시는 것을 뚫어버릴 것 같이 쳐다본다. 예전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머리로만 이해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그 설명을 하나하나 다 적는다. 그러다 보니 특히 수학 시간이 옛날보다 쉽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학에서 실수가 잦아, 수학이 나의 큰 약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젠 수학이 제일 재미있는 과목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분수의 나눗셈..
2010.09.11 -
허브 아일랜드의 수영장
2010.07.28 수요일 우리 가족은 허브 아일랜드에서 어린이 수영장이 8시까지 연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가 일을 빨리 마치시는 대로 서둘러 5시 반쯤 도착했다. 그런데 수영장을 지키는 아저씨께서 6시까지라고 하였다. 엄마, 아빠는 무척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얘들아, 30분 만이라도 할래?" 나와 영우는 한꺼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운 날씨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깝기도 하고,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이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자마자 수영장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영우가 "형아, 준비 체조를 해야지?" 하며 옆구리 운동을 하였다. 나는 "에이, 그런 걸 할 시간이 어딨어?" 하며 물에 젖어 아슬아슬하게 떨리는 계단 위에서 다이빙을 하였다. "퐁팡~!" 곧 수..
2010.07.30 -
물병을 높이 던져요!
2009.08.06 목요일 우리 가족은 해가 질 무렵, 집 근처 공원에 있는 넓은 풀밭을 산책했다.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햇빛이 오렌지 색깔로 강렬했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흘렀다. 영우랑 나는 맘대로 앞서 걷고 뛰고 하다가, 벌써 온몸이 땀 국물로 흠뻑 젖었다. 갑자기 "상우야, 이거 받아 봐~!" 하고 뒤에 떨어져서 걷던 아빠가, 갖고 있던 작은 생수병을 야구공 던지듯이 내게 던지셨다. 나는 그걸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병에 맞을까 봐, "우어어~!" 소리 지르며 도망쳤다. 물병은 맥없이 풀밭에 털썩~ 떨어졌다. 아빠는 이번엔 영우를 향해 물병을 던지려고 하셨다. 그런데 영우는 피하지 않고, 엉덩이를 뒤로 쏙 빼고 손을 내밀어 받을 자세를 취했다. 아빠는 영우와 똑바로 마주 보고 서서, 몸을 뒤로..
2009.08.11 -
중간고사를 마치고
2008.10.17 금요일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묵은 때를 벗겨 낸 듯 개운하고 뿌듯하다. 오늘 시험은 물살이 빠른 강물을 스스로 잘 헤쳐나온 것 같았다. 왜냐하면, 문제를 풀면서 앞으로 나가는 게 헤엄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주 전부터 나는 중간고사를 '달빛강'이라고 상상하고, 중간고사 준비는 '달빛강'에 도착하기 위한 모험과 계획이라고 상상했다. 내가 '달빛강'에 무사히 도착하면, '달빛강'으로 열심히 달려온 또 다른 친구들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과 다시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상상하며 나는 중간고사 준비에 들어갔다. 국어 과목에서는 토론하는 방법을 재밌게 공부했는데, 그동안 토론을 막연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토론에는 주제가 필요하고, 찬성과 ..
2008.10.20 -
2006.07.15 폭우
2006.07.15 토요일 우리는 밤 11시쯤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비가 우리 차를 때리듯이 쏟아졌다. 그러더니 차 앞이 아주 안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는 빨리 와이퍼를 작동시켜 빗물을 쓰러 내렸다. 하지만 빗물은 투우사에게 소가 달려 오듯이 투두두툭 소리를 내며 계속 사냥꾼이 먹이를 사냥하듯이 덮쳐왔다. 그런데 차 바퀴가 빗물을 갈라서 양 옆으로 엄청난 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앞에 차는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차가 물 위를 달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때 "어떻게 사고라도 나는 건 아니야?" 하고 호들갑을 떨었고 엄마는 "상우야 그러면 아빠 운전 방해 되잖니? 좀 침착하렴." 하셨다. 영우는 비가 차를 무너질듯이 공격하고 있는데도 세상 모르게 잠이 쿨쿨 들었다. 그리고..
2006.07.15 -
2006.05.21 호수 공원 풀밭
2006.05.21 일요일 나는 지금 잔디밭에서 일기를 쓰고 있다. 내 앞에는 상수리 나무 어깨 아래에서 해가 방글 방글 빛나고 있다. 그리고 좀 더 먼 곳에는 소나무들이 비행 접시 모양을 이루면서 서 있으며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더 먼 곳에는 나무 위로 분수가 솟구치고 있었다. 눈 앞이 온통 초록색이다. 그리고 아빠는 나무 사이 분수를 가리키며 아빠 거인과 아들 거인이 누워서 쉬 하는 것 같다고 했다.
2006.05.21